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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수도사들이 세상을 뜨려는 이 주위로 둘러서 있다. 사크라 수도원이 그들 키를 훌쩍 넘는 담장을 올린 이래로, 이처럼 빙 둘러서서 수도 없이 작별을 치러 왔다. (p7)
소설은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 하는 장면을 연상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죽음을 기다리는 수도원의 사람들.
지금 죽어가는 이는 다른 수도사들과 달리 이곳에서 유일하게 서원하지 않았다는데 그는 누굴일까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한장 한장 읽어 나갔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인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4번째 소설인 <그녀를 지키다>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콩쿠르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상을 수상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설이다.
그의 소설은 이탈리아의 평화로운 마을인 피에트라달바라는 곳을 배경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장편 소설이다.
주인공은 정상적이지 않은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연골 형성 저하증이라는 병으로 일명 왜소증이라고 불리고 사람들은 미모 비탈리아니라는 자신의 이름보다 난쟁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하며 멸시를 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재주가 있었으니 석공예가로서의 솜씨를 타고 났다는 것이다.
그의 진품은 80점정도 있었다지만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로 이는 작품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정치적 분위기가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라고 소설 속 한 부분에서 말하고 있다.
소설은 가난한 석공예가의 미모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오르시니 가문의 딸인 비올라와의 만남과 우정, 그리고 열정을 아름다운 문체와 무게감있는 어조로 잘 표현하고 있다.
신분 사회이자 여성에게는 기회가 주어지 않는 당시 사회에 맞서서 날아보는 것이 꿈이라는 비올라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미모와 그의 친구들의 열정은 당시로써는 생각하지도 아니 생각할 수도 없는 허무맹랑 이야기를 실현시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올라를 공중으로 날아오르게 했다.
비올라는 날아 올랐지만 두 번의 돌풍을 맞으며 캐노피 천이 갈기니 찢어지면서 그녀는 추락하고 큰 부상을 당한다.
이 일로 인해 결국 미모와 비올라는 헤어지게 되고 이 후 우연하게 다시 재회하지만 그때는 서로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훌륭한 예술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미모라는 이름대로 그는 조각가로서 성공하였으나 1948년부터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 이후의 향방에 관해 아는 이는 단 한명 파드레 빈첸초 뿐이였다.
소설의 시작에서 알 수 있듯이 죽음을 기다리는 이는 바로 미모 바탈리아니이다.
이탈리아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모의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혼란과 완벽한 기억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없는 비올라의 사회에 대한 반항적 태도와 원치않는 결혼과 그 후의 죽음을 보면서 내가 가진 자유라는 엄청난 혜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감사함마저 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되는 스토리 구성은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임에도 매 순간 숨죽이며 읽게 하였다.
단순히 주인공의 성장 과정 속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시대와 사회상의 반영을 통해 나에게 주어진 삶의 가치를 돌아보고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였다.
그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고 가지고 싶었을 그 무언가를 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기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니였는지....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