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 화를 풀어 주는 파랑 색깔정서그림책 3
이은서 지음, 이혜영 그림, 김성자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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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실험자를 둘로 나누어 붉은 방과 푸른 방에 각각 들어가게 한 후 피실험자의 상황을 관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붉은 방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왔지만 푸른 방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고 잠까지 즐기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실험에서 푸른색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킨다는 결과를 알 수 있었지요. 아이들의 공부방, 특히 감정 조절이 힘든 남자 아이들의 방을 푸른색 계열로 바꿔주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은적이 있습니다. 위의 단편적인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컬러 테러피라는 분야가 있을 정도로 색깔이 사람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뜨인돌 어린이에서 그 색이 갖고 있는 힘을 보여주는 멋진 책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으로 이루어진 색깔 정서 그림책 시리즈가 바로 그것인데요. 제가 제일 먼저 만난 친구는 <사를 화를 풀어주는 파랑>입니다.

화가 난 태준이, 그리고 의인화 되어 태준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열대어 풍이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엉덩이의 몽고 반점으로 좋아하는 여자친구 앞에서 놀림을 받아 화가난 태준이를 파란색의 열대어 풍이가 등에 태우고 날아 오릅니다. 풍이는 화가나 뜨거운 태준이를 데리고 시원한 곳으로 데려가지요.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푸른 하늘을 날고, 새파란 물망초 향기를 들이마시기도 합니다. 시원한 강물에서 물장난을 하기도 하고 바닷속을 헤엄치고 돌고래를 타고 푸르른 바다를 달리는 동안 태준이의 마음속에서 불같이 타오르던 화는 어느새 가라앉습니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첫번째, 아이들의 눈높이 맞추어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를 마친 책이라는 점입니다. 꿈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는 열대어뿐만이 아니라 날마다 껴안고 있는 곰인형, 아끼는 장난감등 모든것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열대어와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엉덩이와 등짝, 온 몸에 유독 많은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인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두번째는 색깔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불안한 심리를 어루만져주고 치료해 주는 일을 책을 통해서 한다는 것입니다. 그림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읽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역할을 해줍니다. 그림책의 내용과 그림은 책을 읽는 순간 이미 아이들의 심리에 작용하기 시작하지요. 거기에서 한발짝 더 들어가 색채 심리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이 바로 이 색깔 정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어린이 책들도 상당히 세분화 되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지식 정보 그림책이 그 한예이지요. 단순히 창작, 명작등의 큰 줄기에서 이제는 각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높은 수준의 좋은 책들이 많이 선보여져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해주는 엄마는 어떤 책을 먼저 보여줘야하나 하는 고민에까지 빠지게 됩니다. 즐거운 비명이지요. 이번에 만난 색깔 정서 그림책은 흔히 만나기 어려운 색채 심리가 아이들의 그림책에 등장하였다는 점,나아가 어린이 심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책이라 점, 실제로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심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신선함과 만족감을 동시에 주는 책이였습니다. 게다가 3년이라는 책의 제작기간과 책에 쏟아부은 정성, 특히 책 전체에서 보여지는 명도와 채도를 달리하는 동일 계열 색깔로 그려진 그림들은 그 자체만으도 이 책을 눈여게 보게 만듭니다. 저와 제 아이가 만난 파랑은 금방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다른 두 색깔 그림책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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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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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오즈의 마법사라는 제목은  거의 다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적에 주디 갈랜드가 나온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았더랬습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제대로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그 영화 한편이 오즈의 마법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새빨간 루비 구두를 신은 도로시, 상상속에서 금방 튀어나온듯한 허수아비, 양철 로봇, 겁쟁이 사자. 이 팀이 노란 벽돌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여정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재미와 감동이 존재 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영화였지만 어설프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정체를 알고 실망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런데 이번에 만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는 영화로만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저에게 
완전한 오즈의 마법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큰 크기와 묵직한 두께에 입이 턱 벌어지게 만드는 첫 인상입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벌어졌던 입이 흐뭇함으로 웃게 됩니다.



이 책은 오즈의 마법사의 모든것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인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전기에서 비롯되는 오즈의 마법사의 탄생 과정. 그것의 역사, 삽화가 덴슬로우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등이 100페이지가 넘는 양을 차지하면서 알지 못했지만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게다가 본문과 함께하는 덴슬로우의 삽화 외에 필코의 컬러 원작 삽화가 다수 수록돼 있어서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합니다.  



이 책의 주석을 단 마이클 페트릭 히언이 당시 스무살 청년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원작의 몇 배나 되는 분량을 차지하는 그의 꼼꼼한 주석을 읽고 나면 아하...이 행간, 이 문장속에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구나라는, 마치 고전 문학의 숨은 의미를 배우던 시간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부연 설명,글을 쓸때 작가가 상상을 끌어온 모티브 같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깊은 이해를 도와줍니다.   
또한 번역도 무척이나 매끄럽습니다. 외국 소설, 그것도 꽤 유명하고 가치 있는 글을 만났을때 번역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경희님의 번역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쉽고 깔끔합니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고, 아이들에게 읽어주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면서 
흥미진진함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책의 뒷부분에 덴슬로우의 삽화가 따로 첨부돼 있습니다. 
두 종류의 삽화를 비교하는 재미도 좋습니다.

 
미국 판타지 문화의 대표인 오즈의 마법사에 대해 이 책만큼 자세히, 완벽하게 말하는 책은 없을듯 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모든것을 알려주는 소장가치 100퍼센트의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정말 맘에 쏙 들어서 시리즈를 한 권 더 구입했습니다.


영국 판타지 문학의 대표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책 역시 주석이 달려서 나왔습니다. 두 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든든하고 흐뭇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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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찾아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8
조성자 지음, 홍정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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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 따끈한 시공주니어 문고 쉬흔 여섯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 내 친구를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열 세살 소년이 친구를 사귀며 진정한 우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받치고 있는 가장 큰 힘은 흔하지 않은 조손간의 사랑, 혹은 삭막한 요즘 그리워지는 가족간의 사랑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로 인해 태어나면서 할머니에 의해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주인공 민석이도 다르지 않다. 태어난 후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훨씬 많은 아이, 넉넉한 할머니 품에서 정이 부족하지 않게 자란 아이다.

할머니는 민석이에게 늘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신다. 그러나 따뜻하고 편안한 할머니만 있으면 되기에 친구조차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친구를 사귀라는 할머니의 말에 민석이는 자신의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에 맞는 아이들을 꼽아보지만 도무지 맘에 드는 아이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렇게 사랑하고 의지하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민석이의 집은 혼란에 빠진다. 방과 후에 민석이와 동생 준석이는 당장 갈 곳이 없어졌고, 그로 인해 엄마의 직장 생활 여부도 위태롭게 되면서 집안 분위기도 험악해진다.

 

할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각자의 상처와 혼란을 마주하는 시간동안 민석이는 친구를 사귀기로 했던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연치않게 다가온 짝꿍 호식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틱장애를 갖고 있는 마마보이 호식이에게 용기를 주고 때론 호식이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두 친구는 마음을 열고 처음으로 친구로서 진한 우정을 나누어 갖는다.  

민석이와 호식을 통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엔 할머니에게 받은 넉넉한 사랑이 숨어 있다.


할머니의 부재로 혼란을 맞이했던 민석이네는 결국 할머니가 물려주신 사랑으로 다시 제 자리를 찾고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나간다. 좋은 할머니 아래서, 좋은 말을 나누고, 좋은 음식을 먹었으며, 좋은 웃음을 듣고 자란 민석이는 보기와 다르게 참 착하고 의젓한 아이였다. 나눌줄 알고, 돌아볼 줄 아는  정이 많은 아이, 엄마보다 더 정성껏 보살펴주셨던 할머니를 그리워할 줄 아는 심성 고운 아이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런 할머니 밑에서 잘 자란 민석이가 예뻤고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지만 요즘 사회의 씁쓸한 단면도 놓치지 않고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글이다. 자신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모든것을 건 엄마, 그 엄마의 기대에 맞춰주기 위해 역시 자신을 포기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들의 가사분담과 육아고충, 그로인한 사회적 위치의 불안,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의 방과후 생활 지도 등.....

작은 이야기지만 함축하고 있는 메세지는 가슴에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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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통 아기 할머니 - 좋은책어린이문고 국내창작 2 좋은책어린이문고
윤수천 지음, 남은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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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땐가 고등때인가 모실 형편이 되지 못했던 외삼촌들 때문에 외할아버지께서 가실 곳이 마땅치 않으셨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발만 동동 구르면서 속상해 하셨지만 선뜻 집으로 모시고 오겠다는 말씀을 아빠께 드리지 못했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사정을 알게 된 아빠는 삼촌들을 나무라시면서 기꺼이 외할아버지를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오셨다.
우리집에 계시는 동안 아빠는 할아버지께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빼놓지 않으셨고 손, 발톰도 깎아 드렸었다.
남동생 방을 함께 썼던 할아버지는 가끔 바지에 실례를 하셔서 냄새가 심하게 나던 날도 있었는데 남동생은 조용히 할아버지 옷을 갈아입혀 드렸었다. 나는 가끔씩 계란국을 끓여서 할아버지 밥상을 봐드리곤 했는데 할 줄 아는게 계란국 뿐이라는게 어린 마음에도 참 죄송했었다.

<심술통 아기 할머니>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주인공 지혜의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다.
점점 어린 아이처럼 되어가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지혜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아이처럼 떼를 쓰고, 아이 흉내를 내는 할머니를 두고 지혜의 엄마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아이처럼 되간다는 말을 한다.
지혜는 엄마의 말을 믿었지만 어느날 학교에서 그런 지혜 할머니의 모습을 들은 친구는 치매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지혜는 할머니가 싫어지기 시작하고 친구들에게도 할머니를 보이기 싫다.
그렇지만 지혜의 아빠는 자신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신 어머니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없음에 안타까워 하며 벅에 똥칠하까지 하며 아이처럼 떼쓰는 할머니의 요구를 거리낌없이 들어주신다. 지혜의 엄마도 할머니의 힘든 요구를 묵묵히 따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니의 기력은 다해가지만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는듯이 전에 없이 정신이 또렷해지는 날이 잦아진다. 그리고 겨울 방학중의 어느날 할머니는 먼 곳으로 떠나시고, 지혜는 봄에 할머니와 봤던 나비를 생각하며 할머니를 그린다.

 요즘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노인 치매다. 집안에 치매에 걸리신 어른이 있다면 참 우울한 이야기 일텐데
지혜의 가족 이야기는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마도 치매 어머니를 향한 지혜의 아빠 때문일거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어머니에게 마다않고 뭐든지 다 들어주는 지혜 아빠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치매 노인 간병이 힘들혜 아빠는 아이같은 요구만 늘어놓는 할머니를 위해밤을 새우는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럼에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적엔 너무나 슬퍼해서 또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그 옛날의 우리 외할아버지와 우리 아빠가 떠오르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거다.    

지혜의 가족을 보노라면 잊고 있었던 가족간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짚어 보게 된다.
아이들 책에서 흔히 만나기 어려운 치매라는 소재속에 열 한살 소녀의 심리와 가족간의 따뜻함이 녹아 있다.
철 모르는 아이에게는 내리 사랑이 무엇인지, 철은 들었지만 세상사에 찌들어 도리를 잊어가는 어른에게는 경종을 울린다.가족이 모두 함께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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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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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을 바라보는, 아직은 50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자를 통해 나를 돌아보았다면 그것은 비약일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가정일에 자신을 바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수 십년을 살아온 평범한 여자 도시코.
그런 도시코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미망인이 된다. 예고없이 닥치는 일은 쉽지 않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되새길새도 없이 미국에서 들이닥친 아들은 집과 유산을 주장하고, 한술 더떠 10년 동안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비밀까지 드러나면서 도시코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도시코는 마침내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생애 처음으로 가출을 한다. 2박 3일, 캡슐 호텔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에서 도시코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이 나갔던 메밀국수 모임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친구들, 인생이 막막한 아들 내외, 그 리고 남편의 내연녀와 겪게 되는 일상을 통해서 도시코는 비로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과 그 시간을 통해 만들어 진 자신의 현재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면서 거기서 만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힘겨운 싸움을 한다.

남편,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헌신한 여자, 남편도 자식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도시코는 뒤늦게 원치 않았던 홀로 서기를 연습하면서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있었던가 싶을만큼 잊고 살았던 자신을 하나씩 되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이 겪은 혼란으로부터 편안해지면서 비로서 도시코라는 사람 한 개인으로 홀로 서기에 성공한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친정 부모님은 전업 주부로 지내는 나를 볼 적마다 매우...정말 매우 안타까워 하신다. 기대에 어긋남 없이 자랐고, 배울만큼 배운 딸이 집에서 전업 주부로 능력을 썪힌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전업 주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또 나는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 내 스스로 삶의 의미를 가족에게서 찾고 있으니까. 그런데 도시코의 삶을 보면서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살짝 두려움까지 느꼈다. 도시코의 모습이 20년후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결코 과장이 아닐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 삶은 어떡해야 하는 건가.

도시코와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참 서글프다. 마음은 늙지를 않는데 몸은 나이를 먹는다. 마음은 젊을적 그대로인데 몸은 그 마음을 따라주지 못한다. 도시코와 그 친구들, 이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노인으로 불린다. 그렇지만 그들의 생활은 아직 젊다. 나이 먹은 사람을 보는 젊은 사람들의 눈은 가끔 무섭기까지 하다. 나도 나이를 먹고 동시에 늙어가고 있다. 50대, 60대 그 이후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늘 마음은 똑같을테니까. 나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나인거처럼.

도시코는 나에게 말한다. 네 자신을 놓지 말라고. 지나간 시간은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인생이고,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부디 생기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에 나에게 도시코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남편의 불륜 앞에서도, 자식들의 무시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자식이나 남편한테 모든걸 걸고 있는 지금의 나는 바뀌어야 하는건가. 갑자기 내 삶에 대해 진지해진다.

도시코는 30대의 나에게 숙제를 던졌다. 현명한 삶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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