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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찾아서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8
조성자 지음, 홍정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따끈 따끈한 시공주니어 문고 쉬흔 여섯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 내 친구를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열 세살 소년이 친구를 사귀며 진정한 우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받치고 있는 가장 큰 힘은 흔하지 않은 조손간의 사랑, 혹은 삭막한 요즘 그리워지는 가족간의 사랑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로 인해 태어나면서 할머니에 의해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주인공 민석이도 다르지 않다. 태어난 후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훨씬 많은 아이, 넉넉한 할머니 품에서 정이 부족하지 않게 자란 아이다.
할머니는 민석이에게 늘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신다. 그러나 따뜻하고 편안한 할머니만 있으면 되기에 친구조차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친구를 사귀라는 할머니의 말에 민석이는 자신의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에 맞는 아이들을 꼽아보지만 도무지 맘에 드는 아이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렇게 사랑하고 의지하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민석이의 집은 혼란에 빠진다. 방과 후에 민석이와 동생 준석이는 당장 갈 곳이 없어졌고, 그로 인해 엄마의 직장 생활 여부도 위태롭게 되면서 집안 분위기도 험악해진다.
할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각자의 상처와 혼란을 마주하는 시간동안 민석이는 친구를 사귀기로 했던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연치않게 다가온 짝꿍 호식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틱장애를 갖고 있는 마마보이 호식이에게 용기를 주고 때론 호식이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두 친구는 마음을 열고 처음으로 친구로서 진한 우정을 나누어 갖는다.
민석이와 호식을 통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엔 할머니에게 받은 넉넉한 사랑이 숨어 있다.
할머니의 부재로 혼란을 맞이했던 민석이네는 결국 할머니가 물려주신 사랑으로 다시 제 자리를 찾고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나간다. 좋은 할머니 아래서, 좋은 말을 나누고, 좋은 음식을 먹었으며, 좋은 웃음을 듣고 자란 민석이는 보기와 다르게 참 착하고 의젓한 아이였다. 나눌줄 알고, 돌아볼 줄 아는 정이 많은 아이, 엄마보다 더 정성껏 보살펴주셨던 할머니를 그리워할 줄 아는 심성 고운 아이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런 할머니 밑에서 잘 자란 민석이가 예뻤고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지만 요즘 사회의 씁쓸한 단면도 놓치지 않고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글이다. 자신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모든것을 건 엄마, 그 엄마의 기대에 맞춰주기 위해 역시 자신을 포기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들의 가사분담과 육아고충, 그로인한 사회적 위치의 불안,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의 방과후 생활 지도 등.....
작은 이야기지만 함축하고 있는 메세지는 가슴에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