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시리즈 (코너스톤) 1
데일 카네기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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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생각해야할 문제가 있지 않다면, 우리는 시간의 95퍼센트 가량을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데 사용한다. 당장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자.” p64.


“경청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다.” p125.


“누가 찾아오기로 한 전날 밤이면 루스벨트는 상대방이 특별히 관심 있어 할 거라고 생각되는 주제에 관해 밤새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모든 지도자들처럼 루스벨트 역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136.





‘자기계발서’ 읽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하러 일부러 빤한 이야기를 돈 주고 사서 보나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그런 책들. 알량한 책 한 권에 대단한 ‘인생비급’이라도 담은 것 마냥 팔아대기 바쁜.


하지만 나도 그런 책 종류를 찾기 시작했다. 빤하다 여겼던, 누구나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했던 내용을 나만 잘 지키지 못하고 지낸다는 위기감이 들어서였을까. 나이 들수록 내가 잘 살고 있나 스스로 묻게 된다. 내가 괜찮은 사람일거라는 확신이 사라져간다. 게다가 슬프게도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내 고집과 아집을 나무라거나 말려주는 이가 드물어진다. 어릴 때처럼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충고해주는 어른을 만나기 어렵다. 내가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연애를 책으로 배울 수 없듯이 삶도 활자로 공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세월을 헛먹은 것 같다는,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불안하고 황망한 기분을 달래줄 뭔가를 찾아 지갑을 연다. 아. 그래서 항상 서점 한 켠 베스트셀러 코너, 스테디셀러 코너에 여러 자기계발서가 한 자리 꿰차고 있는 게구나.


어차피 살 거라면 보편적으로 많이 읽는 책을 한 권만 사서 보자라고 생각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 썼다는데 아직도 많이 팔린다는. 100년 동안 많이들 사서 봤으니 너무 낡았다. 이제는 책에 그리 새로울 내용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읽어보니 역시나 그랬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냥, 지당한 말들.


남을 함부로 비난하지 마라. 관심 받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라.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라. 항상 진심으로 웃으며 사람을 만나라. 경청하라. 이름을 기억하라. 상대가 중요한 사람이라 느끼게 해주고 대우하라. 이기려들지 말고 겸손하게 굴어라. 내 이야기 떠들지 말고 많이 질문하고 상대가 이룬 것들을 집중해서 들어라. 잘못을 변명하지 말고 빨리 진심으로 인정하라. 사람들에게 공감하라. 칭찬하라.


싸우지 않고 사랑받으며 사는 여러 방법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이야기들. 하지만 가볍게 넘기며 지키지 않았던 것들.


글쓴이가 강조하는 것은 자잘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내가 아닌 타인을 만나는, 눈앞의 사람을 그저 대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인격체로 겸허하게 대하는 자세. 인간 대 인간의 예의. 나는 이토록 지당한 이야기를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듯하다. 불평하고, 비난하고, 타인에 무심하고, 내 위주로 생각하고, 칭찬에 인색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가볍게 여겨질 만한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만한 책은 아니다. 학문적 깊이가 있지도 않다. 그러나 스스로 돌아보는 거울로 삼을 수는 있겠다. 무척 당연한 말만 적혀 있는데 그토록 당연한 것도 못 지키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되는 것이다.


다만 철저히 자본가와 중산층 입장에서 쓴 책이라서 마음에 안 드는 구석도 있다. 갈등을 대충 봉합하는. 매사 불평불만하지 말고 뾰족하게 굴지 말라는.


불평할 건 불평하고, 온당치 않은 일이 있다면 벼락같이 들고 일어나 비난하고 공격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의 충고들을 지극히 좁은 차원에서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둥글둥글한 동반자가 되는 걸로. 나쁜 놈들과 부당한 일에는 계속 뾰족한 마음을 갖는 걸로.


100년 전 일화들이 요즘 우리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에 또 놀란다. 그래서 마치 내 이야기처럼 잘 와 닿는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자기계발서 여러 권이 결국 이 책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놀란다. 이것저것 읽을 것 없이 이거 하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탄하며 읽을 책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번 읽어볼만하다.



재미있는 구절을 몇 개 적어본다.






독일 군대는 불만스런 일이 생기더라도 병사들이 곧바로 불평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우선 하룻밤 자면서 열을 식혀야 한다. 즉각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병사는 처벌 받는다. 군대가 아닌 일상에서도 비슷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사건건 나무라는 부모, 끊임없이 불평하는 아내, 잔소리하는 고용주 등 남의 결점을 들춰내는 데 몰두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이다. p35.


젊은 시절 요령이 없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훗날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배우고 사람들을 능숙히 다루게 되면서 … 그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군가의 나쁜 점은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아는 좋은 점은 전부 다 말합니다.”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너무도 갈망한 나머지 정신이상이 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면, 사람들을 솔직하게 칭찬하면 어떤 기적을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p55.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인간이 겪는 모든 실패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로부터 발생한다. p90.


문밖에 나설 때마다 턱을 당기고,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셔라. 햇살을 만끽하고, 미소로 친구들을 환대하고, 매번 진심을 담아 악수하라. 오해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하라. p109.


이름을 부름으로써 미묘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p114.


사람들이 당신을 피하고 뒤에서 비웃고 심지어 경멸하게 만들고 싶다면, 여기 방법이 있다. 오랫동안 누구의 말도 듣지 마라. 쉼 없이 자기 얘기만 하라.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뭔가 떠오르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중간에 끼어들어라. p134.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먼저 집중해 듣는 사람이 되어라. … 흥미로운 사람이 되려면 먼저 상대방에게 흥미를 보여라. 다른 사람이 대답하고 싶어할만한 질문을 하라. 그들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라. p135.


당신이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분명 어떤 점에서 자신이 당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신이 그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끼게 하고, 또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p147.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서 단 한가지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바로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p163.


체스터필드경은 아들에게 이렇게 훈계했다.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어라. 그러나 내가 더 현명하다고 말하지는 마라.” p171.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자주 틀린다. 사실을 살펴보자.” 이런 말에는 놀라운 마력이 있다. p172.


상대가 생각하거나, 말하고 싶거나, 말하려 하는 나의 비판할만한 사실을 모두 스스로 말해보자. 그것도 그 사람이 말할 기회가 되기 전에 말이다. p188.


상대방이 처음부터 ‘네. 맞아요.’라고 말하도록 유도하라. 가급적 상대방으로부터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게 하라. … 말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네’라는 대답을 여러 차례 얻어낸다. 그렇게 해서 듣는 사람의 심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놓는다. p208-209.


프랑스의 철학자 라 로슈푸코도 이렇게 말했다. “적을 만들고 싶다면 당신의 친구를 능가하라. 하지만 친구를 얻으려면 친구가 당신을 능가하게 두어라.” p222.


사람은 본디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있어서 좋게 포장된 동기로 둘러대고 싶어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면 보다 고상한 동기에 호소하면 된다. p250.


당신이 만나는 사람 가운데 네 명 중 세 명은 공감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공감해준다면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p241.


누구든 좋은 점을 먼저 칭찬받고 나면 불쾌한 말은 좀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이발사는 손님을 면도해주기 전에 비누 거품부터 칠한다. p269-270.


야단치는 사람이 자신도 전혀 완벽하지 않다며 겸손하게 먼저 인정하면, 실수를 지적받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훨씬 수월해진다. p281.


상대에게 그가 갖고 싶을만한 괜찮은 평판을 주어라. 그러면 그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하게 될 것이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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