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완독!!
긴 여정이었다. 어쩌면 이슈메일과 동일한 시간을 걷기 위해 한참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말도 안되는 핑계지만 왠지 멋져보이네.ㅋ)
처음 고래 잡는 장면은 4D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있었고-놀이동산을 제외하고 4D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중간중간 정말 인생을 꿰뚫는 듯한 통찰력 있는 말들이 가슴속에 박혔다.
그리고 마지막을 향해 달려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마지막 세 장에서 불꽃을 태우고 장렬히 문이 쾅 닫혔다. 끝까지 클라이막스이다가 확 끝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기분이랄까.
작가가 고래에 대한 사랑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래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했을까. 그리고 포경선을 탄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 세세히 묘사하고 쓰려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을까 싶다. 성실한 작가인 듯하여 마음이 뭉클하다.
에이해브와 고래를 어떻게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고 번역가가 해설한 글에 나와 있던데, 나차럼 1차원적으로 읽어도 그만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있으니까. 단지 그 강도가 광기가 될 정도로 그런 인연으로 만날 수도 있겠다 싶다. 모비딕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전에 스포 당했다고 싫어하면서 페이퍼 남긴 거 있다. 110장 관 속의 퀴퀘크에서 ‘아, 드디어 우리의 퀴퀘크 가는구나.‘ 했는데.. 이건 작가에게 두 번 당한 거였음;;; 진짜 허를 찔렸다. 허먼 멜빌 장난꾸러기;;;;;
지금껏 읽었던 소설과는 깊이나 스케일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형식도 다채롭게 쓰고 있고 뭔가 색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시점도 막 바뀌고, 서술자도 사라졌다가 나타는 듯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 소설의 미덕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하다. 아니, 그 미덕 중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멋진 소설이었고 치열한 읽기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다 읽어냈다는 것이, 그것도 재밌게,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다.ㅋㅋㅋㅋㅋㅋㅋ 이런게 감상 맞나 싶지만. 정말 책 좀 읽는다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맘이 든다. 두께가 걸림돌이 아닌 깊은 울림을 줄거라 확신한다.
추신1. 다 읽고 나니 표지모델 향유고래인 게 이제 보임.ㅋㅋㅋㅋ
추신 2. 허먼 멜빌의 단편선도 곧 읽어볼 예정. 단편은 또 어떨지 너무 기대됨.
추신 3. 마지막에 이 소설이 서머싯 몸이 꼽은 ‘세계 10대 소설‘이라면서 나머지 작품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X는 안 읽은 작품, 곧 읽어야지. 에휴~ 이봐 또 읽을 책 한보따리 늘어났지~~)
『톰 존스』(헨리 필딩) X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O
『적과 흑』(스탕달) X
『고리오 영감』(발자크)O
『데이비드 카퍼필드』(찰스 디킨스) X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O
『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X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 O
『전쟁과 평화』(톨스토이)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