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햄릿까지 완독했다. 오늘이 토론날이라 부랴부랴 다 읽어내긴 했지만, 명불허전 햄릿!!
수많은 무대가 올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토론하다가 내가 햄릿을 왜 이렇게 잘 아나 했는데, 대학생 국립극장 안내원 알바 시절에서 꽤 긴 기간 이 연극을 올렸고, 그래서 최소 20번은 봤을 거다. 그 당시 꽤 잘나가는 김석훈(?) 배우가 햄릿 역을 맡았는데, 하루는 그의 사인을 받으러 안내 알바생이 극장 관계자 누군가의 인도로 우르르 대기실로 갔다. 그는 누워서 자고 있다가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 사인을 해주었는데, 나는 그의 사인보다 무대 뒤 대기실에 더욱 관심이 있었고, 그의 소중한 휴식 시간을 빼앗은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내가 그의 사인을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티엠아이였고 다시 햄릿으로 돌아와서...
햄릿은 전혀 우유부단하지 않고 지혜로웠다. 아버지처럼 보이는 유령이 해준 말이 진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극단을 불러 연극을 하게 하고 왕의 반응을 살폈다. 미친 연기까지 포함하여 신중하고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했다.
그리고 삼촌(왕)이 자신의 잘못에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이 너무 신기했다. 다들 합리화하며 자신은 죄가 없거나 적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말이다.
요즘 ‘기대‘가 나의 화두라 이런 이야기도 좀 나눴다.
일님은 4대 비극을 관통하는 것을 인간의 욕망으로 보았고, 나는 어리석음으로 보았다. 어리석음이 더 뿌리일 뿐 같은 말이겠지. 결국 가장 깊은 욕망은 기대가 아닌가 싶다. 그 기대란 결국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중심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믿음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겐 모두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그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