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밤새 이 책을 읽었다. 주말 밤 12시부터 읽기 시작해서 새벽 3시 가량 책을 덮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중간에 가져다 놓은 수건은 어느샌 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내내 우느라 정신은 몽롱했다. 언젠가부터 출판계와 극장가에서 ‘엄마’나 모성애를 다룬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찾아보진 않았었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정신이 빠질 정도로 자제를 하지 못해서이다. 분명 눈물샘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분명하므로 일부로 피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작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에도 공공장소에서 읽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 참 힘들었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소재들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나태해 졌을 때, 삶의 귀중한 시간들을 까먹고 있다고 느낄 때 나를 단련하는 용으로 말이다. 이 책은 그 시기에 딱 맞춰서 나를 찾아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원래가 드라마로 방영됐었다고 한다. TV를 거의 보지 않아서인지 예고편을 본 듯 만 듯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 분명 화제였으리라. 또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렸을 거라 생각된다. 

 너무나 착한 엄마, 가족들에게 헌신적이고 그러느라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 치매 중중 환자인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구박 받고 힘들어도 참고 무뚝뚝한 남편 뒷바라지에 항상 자식들의 걱정이 우선인. 환경은 다르더라도 어쩜 우리 엄마와 이렇게 비슷할까란 생각을 한 엄마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파도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고 참는 점까지.. 세상의 엄마들은 다 이런 걸까? 

 항상 곁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았던 아내, 엄마, 며느리의 존재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책은 착하디 착한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에 걸리고 이별을 맞이하기 까지 가족들이 깨닫는 엄마의, 아내의 존재감과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느끼는 후회와 자책이 담겨 있다 . 어찌 보면 다른 매체에서 많이 봐왔던 설정이기도 하고 예전에 읽었던 작가 김정현의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붙잡고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맞이해야할 이별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에 집에서 쉬어도 설거지 한 번 도와주지 않는 딸. 어쩌다 엄마가 청소를 시키면 귀찮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며 억지로 하고, 막상 엄마와 둘이 있으면 내 얘기를 하느라 엄마의 이야기는 잘 귀담아 듣지 않고 들어도 금방 까먹는 딸. 딱 내 모습이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 날을 두려워하면서도 집에 있으면 왜 실천하지 못하는지. 그래서 더 책을 보며 후회하고 가슴 아파했던 것 같다. 작가의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곁에 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을 이 책을 집필하면서 노희경씨도 얼마나 후회하며 가슴을 쳤을까. 

 이 책을 읽고 다음 날, 엄마와 밤에 손을 잡고 밖을 거닐었다. 조용한 논길, 개구리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20분가량 평화로운 산책을 즐기고 돌아온 날, 일상과 다름 없는 풍경이었지만 나는 안다. 훗날, 내가 이 순간을 눈물 나도록 그리워 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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