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청소년 문학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말괄량이 쌍둥이 시리즈>나 <꼬마 흡혈귀 시리즈>, 한국 아동 소설인 <장수골 만세> <나의 마니또> 등에 빠져 있었지만 조금 크고 나서는 어른들이 읽는 책들이 궁금했었나 보다. 서점에 가서도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당시에 이해하지 못할 책들을 사오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진짜 청소년 문학을 읽은 건 어른이 되고나서 부터였다. 읽으면서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지만 내가 항상 놀라는 건 청소년 문학의 작가들은 어떻게 어른이면서도 아이들의 세계를 이렇게 잘 표현하고 세심하게 펼쳐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암울한 미래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번에 읽은 <싱커>라는 소설은 창비 출판사에서 주최한 <창비 청소년 문학상>의 세 번째 수상작이다. 첫 번째 수상작인 <완득이>만 읽어 보았지만 참 즐겁게 읽었었기에 이번 수상작도 기대가 됐다. 거기다가 미래형 S.F.라니 구미가 당겼다.
읽기 전 보도 자료에 의하면 이 소설은 아바타가 개봉되기 전에 이미 심사위원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만일 아바타가 먼저 개봉했다면 오해를 살 뻔 했다. 이 소설과 아바타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생명의 존엄성,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들은 비교를 피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싱커>가 특별한 이유는 우리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조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데 있을 것이다.
때는 미래, 2060년의 제3차 세계대전과 2063년 인류를 공격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는 몰살지경까지 몰리고 만다. 마침내 인류는 지상세계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시안이라는 거대 지하도시에서 살아간다. 그 후로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 책의 주인공인 미마는 스마트 약을 구입하기 위해 메이징 타운이라는 암거래 시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쿠게오에게 미마가 신아마존에서 가져왔다는 물고기와 싱커라는 게임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게임의 테스터로서 미마는 친구인 부건과 다홉과 함께 신아마존의 동물들에게 접속하여 그들의 감정과 행동들을 습득하고 동조해 나간다. 게임은 널리 퍼지고 접속하는 싱커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여태껏 나고 자라왔던 시안 뿐 아닌 다른 세계에 대해서도 눈 뜨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막으려는 바이오옥토퍼스라는 회사가 게임에 개입하고 아이들이 신아마존을 지키려 대항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책은 한마디로 재미있었다.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세세하게 시안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해낸 작가의 역량이 부러울 정도로. 거기다 유전자 조작으로 부유한 아이들과 평범한 늦둥이들을 계급적으로 갈라놓은 것은 요즘 교육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처럼 느껴졌다. 개천에서 용나는 게 어려워진 요즘, 강남태생들이 공부도 잘하고 명문대도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또 이 책은 미래도시인 시안의 현실을 이야기 하지만 꼭 지금의 우리를 보는 것 같은 동질감도 들었다. 평화적인 아이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진압대가 나오는 장면에선 2008년에 있었던 촛불집회가 떠올려지기도 했고.
아이들은 어른으로 자라난다. 어른이 늙어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아이들의 성장에선 희망이 뭔가 희망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어른일지도 모른지만 말이다. 물론 좋은 학교에 가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보편화 된 성공의 기준이 된 요즘 어른으로선 어쩔 수 없이 강요하는 것이지만 획일화된 인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일 뿐인 유년시절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변화는 다수의 동의이며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 시안은 변화를 맞이했다. 우리도 언젠가 바뀔 수 있을지. 내가 읽은 이 책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의 확인이었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변화의 스위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과 미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의 장도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