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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2003년 <대장금>을 시작으로 2009년 <선덕여왕> 그리고 올해 <거상 김만덕>까지 여성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사극들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궁궐에서 뒤에 앉아 음모를 꾸미는 악랄한 모습보다 이렇게 시대에 앞서거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이 사극에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남자들의 전유물이라 불리던 사극에 여자 시청자들을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좀 더 풍부해진 이야깃거리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금과 김만덕은 국사책에도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라 더 의미가 있다 하겠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많은 부분을 채울 수밖에 없는 작업이지만 그로 인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을 테니 말이다.

이번에 읽은 책 <숨비소리>에서 김만덕이라는 여인은 부끄럽지만 내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즉, 이 책이 내게 김만덕이라는 사람을 알려준 첫 번째 선생님인 셈이다. 도대체 어떤 여인이기에 그 엄하다는 조선 사회에서 상인이 되어 거상으로까지 불리게 된 것인지, 책을 통해 다소나마 그녀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설움과 시련 속에 소녀의 꿈이 자라나다.
 

조선 중기에 ‘출륙 금지령’이란 제도가 생겼다. 제주도민들이 살 길을 찾아 유랑하자 군액[軍額]의 감소, 특산물의 감소를 우려한 정부가 제주도민들의 출륙을 금지한 것이다. 육지와의 단절된 고립된 삶, 농사짓기에 부적합한 척박한 땅과 힘든 바다일은 섬사람들의 한을 더욱더 키워갔다.
김만덕은 그런 제주에서 태어났다. 부모님, 오빠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던 어린 만덕에게 너무나 큰 시련이 찾아오는 데, 시작은 바다에 나갔던 아버지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일이었다. 그 후 전염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만덕은 설상가상으로 오빠들과도 헤어져 월중선이라는 퇴기의 집에 몸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온 가족을 잃고 몸종 일을 하게 되었지만 만덕은 예전부터 꿈꾸던 상인이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꿈은 월중선의 수양딸이 되어 관기가 되었을 때에도 꺾이지 않았다. 그렇게 만덕은 관기 생활로 모은 돈으로 객주를 열어 육지와 물건을 거래하고 배를 구입해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돈만 벌었다면 거상으로 까지 불리진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훌륭한 점은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던 제주에 자신이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았던 것. 그 일이 당시 왕이었던 정조에게 알려져 결국 그녀는 ‘출륙금지령’ 이후 제주에서 나가게 된 최초의 여인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들에게 칭송을 받으며 몇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에게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변화의 물결이 넘실대던 조선 후기였다지만 여인의 몸으로 상인의 일을 훌륭히 해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또 다른 매체에서 찾아본 그녀의 삶은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참 쉽지 않은 길이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삶을 담기엔 책이 너무 짧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만덕이 상인이 되기로 한 계기와 상인이 되고 나서 거상이 되기까지 좀 더 많은 일화가 들어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인물을 되살려 우리에게 보이기까지 많은 자료를 찾아 연구하고 글을 썼을 작가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역사소설을 보여주기를, 또 발굴 되지 않은 많은 역사 속 인물들을 찾아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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