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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평생 책 읽다 눈물 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정말 좋은, 아니 훌륭한 책이다.
첫째, '죽음' 이라는 민감한 의사로서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 그리고 독립성의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감동적이었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 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유한한 생명의 한계를 넘어 설 수는 없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서 의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의 고민과 성찰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둘째, 단순한 치료 대상으로서의 '환자'가 아닌 '인간'에 대한 따듯한 관점을 가진 의사를 만나게 되서 반갑고, 놀랍고. 존경스럽고, 부럽다. 나는 평생 지들이 모든 걸 알고 있으니 환자는 입 닥치고 있으라는 '권위적인' 의사와. 책에서 처럼 선택지라도 줄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정보 제공형' 의사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TV에 나와 얄팍한 의학 지식을 팔아대는 '장사꾼형' 의사들 말고는 만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툴 가완디'는 꼭 기억하고 싶은 이름이다. 물론 저자의 학력을 보니 좋은 대학교는 다 거쳐온 것 같은데, 특히 스팬퍼드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나서, 하버드대에서 의학 박사를 받았다고 하니 평생 독서실에서 죽어라 수능 공부만 하다 의대 간 '평범(?)한 수재" 대한민국 의사들과는 비교가 안되겠으나 철학과 윤리학을 공부한 걸로 봐서 저자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세째, 완치가 불가능하고 생명 연장이 불투명한 미래 가치 보다는 현재의 고통을 줄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다 편안한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현재의 가치에 중점을 두는 '완화 치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예전에 TV 다큐에서 - 서울대 아동병원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지는 자신이 없다 - 본 완화 치료 의사의 완치가 불가능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어린 환자들 앞에서 의사로서 느끼는 무력감에 괴로워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남은 여생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데 '완화 치료' 분야가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80이 넘어 암치료를 받으시는 어머니가 계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이 반성하고 부끄러웠다. 앞으로 어머니의 삶이 얼마너 더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담당 의사도 모를 것이고 그닥 관심도 없을 것이다.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 지를 생각해 보면 참 한심스럽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인생의 책이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들은 의사로서의 해박한 지식과 착한 사람이 갖는 따듯한 마음과 시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로서의 뛰어난 글 솜씨가 서로 버무려 져서 오롯이 빛난다.
이 책은 나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바람만 남았다. 앨리스 할머니, 루 할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분들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