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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진화심리학이나 행동 경제학과 같은 책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수학적 이론이나 형이상학적 뜬구름에 집착하는 대신 주제나 소재가 현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이 책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저자 리처드 탈러가 매 장마다 강조하고 있듯이 고전 경제학의 이론 에만 존재하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 '이콘'이 아닌 실수와 오류 투성이인 '인간'의 관점에서 경제적 현상, 선택, 그리고 행동을 설명하려는 행동 경제학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을 진단하는 경제 대중서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책이다. 물론 수학이라면 더하기 기호 하나만 봐도 자동적으로 식은 땀이 나는 원조 식포자로서, 경제학자인 저자가 아무리 쉽게 풀어 썼다고 해도 수학적인 사고 자체가 불가한 나에게는 결코 쉬운 경제한 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애초부터 초등학생이 경제학 개론 리포트를 쓰는 것 만큼이나 무모한 짓이므로 시원하게 접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문화 사대주의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대학 교수들의 끊임없는 연구, 논문 욕심과 집단적 지성에 바탕을 둔 공동 연구 노력은 우리의 천박한 학계와 비교해 봤을 때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서 서로 공통된 관심을 가진 교수들은 끊임없이 서로 교류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연구 결과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독려하고 자극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 교수들은... 도데체 뭘 하고 있는지... 부끄러운 우리의 이성과 지성의 모습이다. 쉬운 예를 들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명문대 출신의 석학들은 끊임없이 그들만의 학계를 위한 전문적인 논문은 물론이고 일반인을 위한 대중서 출간도 소흘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소위 명문이라 일컫는 SKY 대학 교수들 중에 몇 년 동안 교정본 한번 내지 않는 본인들 수업에나 쓰이는 교재 말고, 우리가 기억할 만한 책 한권이라도 출판한 저자들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어떤 사람들은 교수는 연구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교수 (가르치는 기술) 법도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대학을 나온 한 사람으로서 교수법이 인상적이었던 교수님들이 기억에 없어서 그닥 공감도 가지 않고, 만약 고등교육 수준에도 학원이 있었으면 아마 대다수 학생들은 강의를 대부분 빼먹지 않았을 까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대답이다.
나도 언젠가는 우리 학자들 - 특히 강의실에서 똥폼 잡거가 선거철에 TV 나와서 썰 푸는 교수님들 - 이 쓴 이해가 쉬우면서도 유익한 교양 서적을 읽고 싶다. 서점에 먼지만 쌓여 가는 정치학이나 사회학 대중서처럼 솔직히 썰로 풀어 간 것 말고 좀 실험도 하고, 그럴듯한 통계 자료도 제시함으로써 실증적인 근거와 논리적 사고가 결합한, 형식적 완결함과 내용적 충실성을 갖춘 책다운 책을 꼭 만나고 싶다. 혼자서는 절대 안된다. 부탁 하건데 우리 지성계의 똑똑하다는 교수님들. 제발 혼자서 잘난체 하지 마시고 서로 연락도 하고 세미나도 하면서 공통 관심사에 대해 교류하고 연구도 같이 하면서 판을 키워 가심이 어떠 하실지 조심스럽게 제안 드립니다. 물론 안하시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