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영토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소립자]를 흥분(?) 있게 읽은 기억이 남아 [지도와 영토]에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결과는 돌연 착해지고 순해져버린 악동의 모습에 뜨악함과 실망, 그리고 심하게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일단 나는 지도나 사진, 회화 같은 예술 분야에는 관심이 없고 당연히 문외한이다. 주인공 제드의 미슐랭 - 내가 아는 고스터 바스터의 진빵(?) 귀신을 닮은 캐릭터로 유명한 미쉐린 타이어 회사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 지도를 영감으로 제작한 예술품에대한 장황한 설명은 전율은 커녕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쓸데없이 만지작 거리게 만들 정도로 지루했다. '직업 시리즈' 회화를 소재로 자본주의의 노동과 자본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비판적 풍자는 깊은 호흡을 만들지 못하고 잠깐 동안의 자극제나 각성제와 같은 단기적 기능에 머물고 있다.

 

다음 작가 미셸 우엘백의 등장과 죽음은 뜬금 없고 짜증까지 유발한다. 나는 왜 작가 자신이 소설에 등장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소설의 이야기 구성 - 플롯이라고 해야 하나? - 에서도 우엘백과 제드의 만남과 대화는 필연적인 연관성이 결여된 잘못된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엘백의 피살을 파헤치는 자슬랭 경정의 활약이 두드러진 3부에서는 촘촘하게 짜여진 단단한 이야기 구조와 빠른 호흡으로 진장감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문장력 - 물론 번역가의 실력도 한몫 했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 우로 이 소설을 포기하기 직전의 나를 다시 소설로 돌려 세웠지만 어이업세 밝혀진 사이코 패스 성형외과 의사 아돌프 프티스가 범인이라는 결론은 허무하다 못해 무책임하기 까지 했다. 물론 이 소설이 서스펜스나 스릴러 장르 소설이 아니므로 별거 나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결론은 작가로서의 직무 유기나 다름 없다.

 

추가로 이 소설은 너무나 프랑스적이기 때문에 지루 했다. 이는 전적으로 내 지식의 한계와 편협성 때문이지만 나는 프랑스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인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프랑스 지명이나 인물, 그리고 특히 요리에서는 나의 독서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었을 뿐이다. 물론 우엘백이라는 작가가 자신의 박학 다식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카메라 작동법이나 기능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나를 크로키 상태로 몰아 갔다.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인지 [지도와 영토]가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하는 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농담이 틀린 말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 했을 뿐이다. 내가 우엘백에게 기대한 것은 [지도와 영토]와 같이 평범한 시대 비평이나 나이 들어 사회에 순응하는 유순함이 아닌 파격, 파괴, 일탈을 통한 인간 세상과 기성세대에 대한 조롱과 비판이다. 하지만 이 번에는 타겟을 벗어났다. 그것도 한참이나....

 

오늘부터 나의 작가 이별 리스트에 한 사람이 또 추가 되었음에 내 서재는 숨쉴 틈이 생겼지만 내 마음은 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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