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서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4
E. L. 닥터로 지음, 정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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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해설의 도움없이는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러 저런 일로 바빠서 책 읽는 것이 자주 중단되다 보니 그런 거라고 변명도 해봤지만 사실 사고력의 부족이 진짜 이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을 속일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옮긴이의 해설을 다 읽고 나서야 [다니엘서]의 내용에 납득이 가면서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첫째, 역사는 만들어진 허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은 유동적이고 모호하다. 과거에 집착하여 친부모의 결백에 한치의 의심도 허용치 않는 수전은 현실과의 괴리를 메우지 못하고 정신이 미쳐가며 신좌파 스턴리히트의 자기 성찰 없는 과도한 이미지에 집착하여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태도는 공허한 냉소와 자기기만일뿐 그가 떠들어 대는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둘째, 아이작슨 부부의 결백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 부분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다니엘과 수전의 공산주의자인 친부모의 체포와 감금, 그리고 사형에 대한 감정과 행동의 묘사에 감정이입이 되기 보다는 소설의 몰입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문학적 잉여로만 인식했으니.... 창피할 따름이다. 하지만 통괘한 복수의 기대를 저버리는 소설의 결말에 답답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다니엘서]는 2차 세계 대전 후 원자폭탄의 유일한 보유국이었던 강대국 미국이 소련의 공산주의 위협을 과대 평가하면서 이를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던 시기에 국가의 폭력에 희생되는 개인과 공동체의 비참한 현실을 다루지만 [다니엘서]에서 아이작슨 부부 반역죄 사건의 진실은 명료하지 않고 결과는 다중적이고 모호하다. 작가 E. L. 닥터로는 [다니엘서]에서 실제 로젠버그 사건의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허구의 모호한 경계적 관점으로 독자들에게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 진실은 정의롭지도 명료하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법적 정의는 소설속에서나 실현되는 명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소설속에서 악을 응징하는 통쾌한 복수나 정의의 실현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 소설은 현실을 판타지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냉혹함과 비정함이 미덕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우파들 - 사실 진정한 우파 이념을 실천하려는 이들에게는 어중이 우파와 같이 묶이는 것이 억울하고 모욕적이겠지만 말이다 - 의 집단적 히스테리를 보자하니 때로는 유치하지만 시원한 사회적 정의의 승리를 소설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P.S. 작가의 다른 작품 [래그타임]을 꼭 읽어 볼 생각이다. 또 답답한 진실에 머리가 멍해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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