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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 킬리만자로의 눈 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하창수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평점 :
헤밍웨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물론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등을 어린 시절에 KBS ‘토요명화’,
‘명화극장’, 과 MBC ‘주말의 명화’에서 본 적이 있지만 소설 원작은 처음이었다. 헤밍웨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서 인지 아니면 내 독서적 취향 문제인지 나는 그의 단편들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특징들이 낯설고 불편 했다.
첫째, 사냥과 낚시의 스펙타클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난 사냥도 낚시를 해 본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터라 그의 사냥과 낚시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역동적인
서사는 나에게는 지루하고 과장된 남성상의 허장성세일 뿐이었다. 불행하게도 그의 주특기라고 알려져 있는
전쟁을 소재로 하는 [병사의 고향], [아주 짧은 이야기], [다른 나라에서] 등의 단편들도 소재만 전쟁을 다루고 있을 뿐 전쟁의 상처나 인간성의 파괴, 또는 그러함에도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과 같은 주제와는 거리가 먼 별다른 기억이나 인상이 남지 않는 범작들이었다.
둘째, 출판사 현대문학 편집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닉 애덤스’가 주인공인 작품들이 두서없이 수록 되어 있어 독서에
혼선을 주어 작품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역자 후기를 보고 나서야 ‘우리 시대’ (In Our Time)라는 연작 소설의 주인공이 ‘닉 애덤스’라는 것을 알게 되니, ‘우리
시대’의 모든 작품들이 수록 된 것인지, 아니면 몇몇 단편만
발췌하여 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작품들의 연관적 구성이 무시되어 있어 독자가 ‘닉 애덤스’가 등장하는 단편들을 연작 소설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단편을 뽑자면 [천 달러 지폐 오십
장]과 [와이오밍 와인],
그리고 [노름꾼, 수녀, 라디오] 다. [천 달러
지폐 오십 장]은 도박의 검은 돈이 오가는 권투 시합에서 노쇠한 권투선수의 심리적 갈등과 위기에 대처하는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며 [와이오밍 와인]은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
“어젯밤에 갔어야 했어”가 모든 것을 말해 주는 작지만 긴
여운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노름꾼, 수녀, 라디오]는 개인적으로
최고로 뽑고 싶은 단편으로 인간의 욕망 – 여기서는 아편이라고 하는 것들 – 들을 고찰하면서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하는 혁명에도 지지를 보내는 철학적 담론이 담겨 있는 수작이다.
“혁명은 아편은 아니지, 라고
프레이저 씨는 생각했다. 혁명은 정화야. 그것을 유예할 수
있는 것은 폭정뿐이고, 아편들은 혁명의 전후에 나타나는 거야. 그의
생각은 명료했다. 너무도 명료했다.”
[노름꾼, 수녀, 라디오} p426
하지만 주인공 프레이저에게 아편 (욕망)을 거스를 이유도 의지도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술을 한잔 마시며 라디오를 켤 것이었다. 조용히. 들릴락 말락 하게”
[노름꾼, 수녀, 라디오} p427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프레이저의 “인민들은 왜 마취되지
않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까?” 의 질문 처럼, 다시
말해 마취는 아편을 수술은 혁명을 의미한다고 볼 때 인간의 욕망을 무시하거나 인위적으로 억합하는 혁명은 가능하지도 또한 옳지도 않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