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아깝다.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ㅣ 필립 K. 딕 걸작선 10
필립 K. 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8월

오래만에 '필립 K. 딕 걸작선' 중 한권을 골라 읽었다.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하지만 소설은 저자의 약물과 섹스에 대한 집착, 그리고 시공간의 수평 이동 - 개인적으로는 '왜곡' 및 '오류'로 표현하고 싶지만 - 에 대한 반복이다. 물론 KR-3라는 약물로 인간의 공간 배제 능력 - 저자에 의하면 '이곳'과 '저곳'의 구분하는 능력 - 을 무력화 시켜 한 개인이 존재하지도 않는 곳으로 건너가고 동시에 개인의 지각체계에 포함 된 모든 인물들도 같이 이동한다는 가설은 흥미로웠다. 주인공 제이슨 테버너가 하루 아침에 어제와 동일한 공간의 유명 연예인에서 존재 자체가 확인 되지 않는 위함한 인물로 위기와 곤경에 빠진 것은 바로 제인슨이 KR-3을 복용한 앨리스 버크만의 지각 체계에 포함되어 있었기 떄문이다. 그러므로 앨리스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면서 제이슨은 자신이 존재했던 현실로 돌아 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소설은 가벼운 흥미나 재미를 넘어서 정서적 감동이나 미적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억의 매체이다.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이 장르 소설이라면 논리적이으로 치밀한 사건 구성과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장르 소설의 기본을 충족시켰어야 한다. 특히 동생이자 아내였던 앨리스의 죽음으로 슬픔의 충격에 빠진 고위 경찰관 펠릭스 버크만이 뜬금없이 주유소에서 흑인 몽고메리 흡킨스 - 이 소설에서 흑인은 우성학에 의해 출산이 제한되는 열등한 인종으로 묘사된다 - 와 포옹하는 마지막 장면은 작가의 인종을 초월한 슬픔에 대한 진정한 인간적 공감이라는 감동적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 - 사실 확실 하지 않다. 그냥 약에 취해 썼는지 누가 알겠는가? - 와는 상관없이 독자에게 작위적이고 황당스러운 결말로 혼란을 주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2권 남았다. 그래도 마직막  두 권이 그의 대표작 [유빅]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이라는 점이 위로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