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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88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상권보단 입체적인 인물들인 고뱅, 랑뜨낙, 그리고 씨무르댕의 보수와 진보, 공화파와 왕당파, 관용과 공포, 혁명과 인간이라는 굵직한 갈등이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결론은 실망스럽다. 그들의 싸움은 치열하지도 절싫해 보이지 않는다. 고집불통 왕당파인 랑뜨낙은 갑자기 세아이를 구원하는 천사로 둔갑한다. 그리고 고뱅은 그의 천사적 이면성에 감동하여 그를 풀어주고 자신이 대신 기요틴의 제물이 된다. 마지망 법치주의적 교조주의자 씨무르댕은 고뱅에게 사형을 집행하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결말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마치 냉장고에 반쯤 남겨진 사이다에서 처음의 청량감을 기대했다가 김 빠진 밍밍함과 단맛만 남은 역겨움으로 기분만 상한 꼴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건과 개연성 없이 장황하게 늘어 놓는 사람이름과 사건은 책을 읽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하나 각주가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빅토르 위고의 첫 번째 책이였다. 결과는 지루함이다. 나는 과도한 시각적 묘사의 소설은 싫어한다. 소설의 자세한 묘사를 시각화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가기에는 내 감각이 한참이나 모자르기 떄문이다.
[93년]은 [레미제라블] 을 일단 보류해야겠다는 결심에 도움을 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