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87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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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알라딘 중고 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기분좋게 산 책이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을 읽고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책을 더 읽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빅토르 위고의 [93년]을 서고에서 보자마자 물건을 훔치는 걸 남들이 보지 않게 하려는 좀 도둑처럼 바구니에 담고서는 묘한 쾌감을 느꼇을 정도 였다.

 

하지만 오늘 상권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정보 과잉과 감정 결핍이다. 내가 이 책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프랑스 혁명에 대한 지식이 아니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지식을 원했다면 소설 장르를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팩트에 근거한 소설이기 떄문에 프랑스 혁명에 대한 정치적/역사적/사회적 의미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했겠지만 1권은 평면적인 연대기적 프랑스 혁명의 서사에만 치중한 것 같아 적잖이 실망한게 사실이다. 1부 [바다에서] 왕당파를 대표하는 노인 (랑뜨낙 후작)의 강렬한 등장과 랑뜨낙 후작이 방데로 도피 후 걸인 뗄마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왕당파 반군의 지도자가 되는 반전은 2부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2부 [빠리에서]는 지루하고 산만했다. 로베스삐에르, 당통, 마라 등의 과격한 자코뱅당의 인물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빅토르 위고라는 거장에 대해 나 같은 놈이 왈가불가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겠지만 2부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역사적 이론서 같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시간적 사건 나열은 지루했고 로베스삐에르, 당통, 마라등의 급진적 자코뱅당 공화파 인물들은 기존의 상투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프랑스 혁명].... 듣기만 해도 감정이 동요함과 동시에 이성적 사고가 긴장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소설속 사건들은 파편적이고 분리되어 있으며 현상에 대한 평면적인 설명으로 문학적 긴장감을 상실하고 있다.

더 이상 이 소설을 평가하는 것은 대문호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 아니라 나의 얕은 지식이 드러날 뿐이므로 여기에서 중단하는 것이 좋을 둣 싶다. 

 

그래도 하권은 기대해 본다. 작가가 빅토르 위고가 아닌가....     

 

P. S. 다른 독자들의 후기를 보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책의 각주는 숨이 막힐 정도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이지 역사서는 아니지 않나? 모든 지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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