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7
에릭 라이너트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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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저자 에릭 라이트너의 대답은 명확하다. 현재의 부자 나라는 농업이나 원자재 위주의 산업구조를 제조업 위주로 변경함으로써 부를 축적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국들은 자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질 때 까지는 수입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 정책을 유지해야만 했다. 자유 무역주의는 자국의 제조업이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 한 후에야 제 2, 3세계의 시장 진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므로 수입 대체산업으로 자국의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은 모든 부국들이 거쳐간 단계로, 지금은 후발 경제 개발 국가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그 길을 따라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조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의하면 불완전 경쟁, 수확체증 기술 혁신, ‘의 법칙에 의한 제조업의 생산성을 완전 경쟁’, ‘수확체감의 한계를 가진 농업이나 원자재 산업은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의 장점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 단위당 생산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로 농업이나 원자재 산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초과 이윤 (=)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조업은 노동자에게는 실질임금의 증가와 국가에게는 조세수입의 증가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농업이나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산업은 멜서스적인 빈곤과 자연 수탈의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조업 (물론 서비스업도 포함해서)을 중시하는 이론적 배경은 오로지 자본이나 교환의 관점에서 무차별적인 노동가치설과 수학적 엄밀성만을 적용하는 신자유주의 또는 신고전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추기 경제학의 생산 위주의 관점에서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지식, 창의성, 기술을 국가간 차별적인 경제 개발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시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가난한 국가는 왜 여전히 가난한 것일까? 이 질문에도 답은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제조업의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국가들이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호 무역주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식민주의 시대부터 이들에게는 원자재 공급의 역할 만 허용되었고 지금도 국가와 산업들간의 질적 차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라는 잣대로 무역 자유화를 강요 받고 있어 가난한 국가들은 1차 산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부국들은 자국의 농민들의 뒤떨어지는 생산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제3세계의 농산물 수출가격마저 폭락시키는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가난한 나라를 원조금으로 달래고 생색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현재의 원조 중심의 빈국 지원 정책을 복지 식민주의 임시 변통 경제학스칸디나비아 식 오류라고 비판하며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징후에 대한 통증 완화의 소극적인 치료 방법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질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핵심적 주장은 워싱턴 컨센선스 무역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시장 근본주의 가 바로 부자 국가들이 자신들의 부를 유지 또는 증가하기 위해서 가난한 국가를 계속해서 가난하게 만드는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비판 대상은 부국들의 과거를 모방하려는 저개발 국가들의 노력을 신자유주의 이론으로 방해하는 선진국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한정 돼 있을 뿐 저개발 국가들이 제조업 중심의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위주의, 독재, 관료 부패, 소득의 양극화 등의 부작용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첫째, 저자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저자가 생산을 중시하는 이유와 빈국에 대한 원조에

과도하게 비판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은 부국들의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와 빈국의 부패한 관료들을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저자는 원조 자체가 빈국들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의존성 만을 키운다는 다소 보수적인

관점을 끝까지 고수한다.

 

둘째, 저자는 1차 산업 중심의 가난한 국가가 2차 산업 (제조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정 활동의 의존성’ ‘연고주의’ ‘지대추구’ (관세와 특허권), ‘민족주의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한국의 경제 발전 모형이 자세히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이 책에서 한국이 언급되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지구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원인을 역사적 통찰력과 방대한 경제 사상에 대한 지식으로 풀어 보고자 했던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앞으론 방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 볼 차례다. 보다 미시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고하는 장 지글러의 글들도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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