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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니체 ㅣ How To Read 시리즈
키스 안셀 피어슨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니체를 철학사상 전례없는 문장가이자 위대한 현대 철학의 교육자로 정의 내린다. 전자는 아포리즘 –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 격언, 잠언, 경구 등을 이르는 말 – 의 대가로서의 니체를, 후자는 근대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역사철학’을 선구자로서의 니체를 조명한다. 니체에게 ‘역사적 철학화’는 형이상학의 ‘현상’ ‘재현’ 너머의 ‘다른 세계’ 또는 ‘진정한 세계’를 부정함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다른 세계’는 존재할 지 모르나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는 우리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즉 플라톤에서 시작되어 칸트에서 절정에 이르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정하고 현상적 세계, 우리 인간의 이성이 인지할 수 있는 세계를 사유의 영역으로 한정하는 자연 과학적이고 불가지론적인 관점에서 니체는 현대 철학의 선구자가 아니였나 싶다.
하지만 니체의 ‘현대성’은 사실이 세계를 지배하여 과학이 철학을 극복했다고 믿는 실증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기독교라는 특정한 신의 죽음 이후의 허무주의 – 쇼펜하우어 – 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탈형이상학적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 주체의 두려움 없는 모험정신으로 앎을 추구하는 ‘명랑함’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빛난다. 니체의 세계관은 ‘개체는 항상 특정한 관점과 해석의 지평속에서만 존재한다’ 관점주의에 근거함으로써 진리는 결코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 책에서 니체의 ‘영원회귀’나 위버멘시(초인) 의 개념은 그리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은 느낌이다. 내가 이해 못했을 수도 있지만 – 솔직히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서 단지 주요 글을 메모해 둘 뿐이지만 – 내 메모에는 목차 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역시 니체는 간단치 않다. 애초에 내 능력으로 이 책을 정리/요약 해보고자 했던 것이 무리 였는 데다가 책을 읽고 일주일이나 지나서 내 메모에만 의존하려고 했으니 역시 나의 무모함과 대책 없음은 답이 없다. 하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거움과 진지함으로 무장한 책들이 나를 노려 보고 있으나 니체처럼 삶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노력 – 사실 이 단어는 명랑함과는 상극이지만 – 에서 이 책들을 ‘명랑하고 즐겁게’ 읽고 쓸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