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미나 마르케스 세계문학의 숲 14
발레리 라르보 지음, 정혜용 옮김 / 시공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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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중 14번째 책은 발레리 라르보의 [페르미나 마르케스]이다. 작가, 작품 모두 생소하지만 작가는 프랑스의 유명한 번역가 겸 작가이며 이 작품은 20세기 청춘 소설의 효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공사의 세계문학의 숲 전집은 다른 출판사 전집과는 차별적인 선집 기준이 있어 그 동안 생소했던 작가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독자들에게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번역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이라 지금까지 [밤으로의 긴 여로], [인간 실격],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생사의 장], [페르미나 마르케스] 모두 만족스러운 독서 였다.

 

이 소설은 뭐랄까? 2% 부족하다는 느낌 같은 거다, 소설이 등장 인물 소개에서 막 사건으로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중단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소설은 사내 아이들의 로망인 아름다운 소녀 페르미나 마르케스를 차지하려는 산토스, 조아니, 카미유 세 소년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간다. 산토스가 모든 것을 갖춘 반항기 있는 멋쟁이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면, 조아니는 중산층 부르주아지 출신 이지만 본인의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 항상 공부에만 매달리는 사춘기 모범생이며, 카미유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에 불과한 루저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은 조아니로, 작가는 그의 페르미나에 대한 사랑을 사춘기 소년이 갖는 미성숙한 감수성과 서투름, 그리고 명문 사립학교에서 계층/신분적 괴리감에서 오는 열등감과 자존심이 복잡하게 엮인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인 감정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낸다.  

 

이 소설에서 사랑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청춘 연애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의 문학적 가치는 조아니라는 인물을 통해 20세기 초반 프랑스 중산층 부르주아지의 삶에 대한 이중적 자세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아니는 부르주아지의 속세와 부유함에 대한 경멸의 표시로 로마 제국으로 상징되는 위대하고 숭고한 생각들에 집착하는 자신의 천재성(?)에 스스로 만족하지만, 그는 자신이 여느 부르주아지 속물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서 비물질적인 사상에 심취해 있는 것처럼 행동 했을 뿐이다. 조아니는 아버지 세대로 대표되는 건실한 부르주아들은 열심히 일하는 그 사람들은 추상적 장치를, 순수 사상을, 유토피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물질적 이익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 라고 그들을 조롱하지만 조아니도 공부라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수단으로 자신이 경멸하는 그들로부터 인정 받고 싶어 하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속물과 다를 바 없는 나약한 인간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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