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장 세계문학의 숲 11
샤오홍 지음, 이현정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생사의 장]은 제목 그대로 삶과 죽음의 세계에 대한 보고서 같은 작품이다. 생사의 장은 식민지 반봉권 상태의 중국 동북 지역이며 약자인 농민, 여성, 중국인은 강자인 지주, 남성,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과 억압 속에 비참하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간다. 역자 해설에서처럼 이 작품에서 고통과 비극의 이미지는 등장 인물들의 죽음 (진즈 아기의 죽음, 얼리반 아내와 아들 오다리의 죽음 등등)으로 극대화 되며 인간의 비참한 삶은 동물들 (왕씨 아주머니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늙은 말, 얼리반이 집착하는 염소)의 삶으로 비유된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사람 동물 가릴 것 없이 모두 태어나느라 바쁘고 죽느라 바빴다라고 요약한다. (P197)

 

이 소설에서 최대 피해자는 여성임에 틀림 없다. 그럼 당연하게 가해자는 가부장적 남성 들이다.

하지마 저자는 소설 끝자락에 부조리하고 모순덩어리의 계급, 성적 차별이 만연하고 일본 제국주의 앞에서 자국민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중국 에서 가난한 농민, 그것도 힘없는 여성으로 태어난 자기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진즈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예전에는 남자가 원수더니, 지금은 일본 놈들이 원수네요.”

끝내 그녀는 가슴 아픈 생각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전 중국인이 원망스러워요. 그 이외에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아요.”

 

그러므로 역자의 지적처럼 페미니즘이나 항일 투쟁의 특정한 단일 관점으로 이 소설을 해석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어 반복일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 계급, (), 민족은 생사의 장의 구성 요서이자 동력원 (Drive)이다. 그리고 샤오훙이 인간 사회를 해석하는 관점은 1930년대 중국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다른 국가 또는 사회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현재성의 가치를 높이 사 줄만 하다.  

 

저자의 연보를 보니, 이런 표현이 적절치 않은 줄 알면서도 박복(薄福)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기에 31세로 요절했지만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삶으로 점철된 저자의 인생을 작가로서의 시련과 단련의 시기였다고 단정짓는 것은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고통과 비극을 혼자만의 넋두리 수준을 넘어서 동시대가 공유할 수 있는 작품으로 끌어 낸 저자의 역량에 감탄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저자의 묘사는 매우 시각적이고 사실적이라서 자칫 흐름을 놓칠 수 있는 부분에서 호흡이 긴 문장을 하나의 그림으로 이미지화 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 준다.

 

우리 처지 경제적/정치적/사회적/문하적 관점에서 - 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면 왜 저렇게 살지? 나라면 저렇게 안 살아라는 말을 무심코 뱉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지 말자.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는 것은 착각이며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위안일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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