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우선 이름부터 매력적이다. (물론 남미씩 스페니쉬 이름 앞에서 대책없이 무장 해제되는 나의 취향을
감안하더라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호르레 루이스 보르헤스' 이름은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남미 작가들의 이국적인 이름에서부터 뭔가 신화적이고 마술적인 분위기에 쉽싸여서 그런지, 난 지금까지
모든 남미 소설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상대하기 보다는 고의적으로 비현실성을 강조하면서 현재를
항상 과거와의 연속적인 연결고리로 해석하려는 순환적인 역사관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물론 이 소설은 전통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있지만 유머, 장난, 또는 풍자라는 도구로 비현실적인 상황을
빗대어 현재를 능숙하게 조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는 정도 남미 소설의 유산을 이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무지 재미있다.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바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페루 군사 정권 시절의
경직성과 비상식성을 말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페루 군부가 아마존에 고립된 병사들의
성적 욕구를 해결하고자 판탈레온 대위를 책임자로 창녀들로 구성된 '특별 봉사대'를 창설하여 일반
병사들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난 이 소설에서 2가지 점에 주목하고 싶다.
첫째, 판탈레온(판토하) 대위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소설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에서 '포주'로까지
타락하는 인간상을 가감없이 보여 준다.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 대위를 통해서 욕망/운명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성이나 나약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규율과 질서에 묶여 조직의
명령이라면 이성적 판단을 보류한 체 무조건 복종하는 군대와 같은 조직의 경직성과 위험성을 판탈레온
대위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 된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버린 후 이타야 강변 창고를 정리
하는 과정에서 그의 측근들 (젖빨개, 짱꼴라 포리피리오, 추추페)이 매춘 사업을 계속 하자는 제안에 판탈레온은
다음과 같이 대꾸한다.
"이미 설명했잖아, 추추페. 난 특별 봉사대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한 거야. 사업에는 관심 없어.
게다가 나는 윗사람이 필요해. 그들이 없으면 난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렇게 되면 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거야"
둘째, 소설의 구성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이 소설은 처음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사건의 발단을 가져 오지만 그 이후에는
공식 문서(보고서), 라디오 방송, 신분 사설 등을 통해 사건을 전개함으로써, 비합리적이고 모순 덩어리로
가득찬 사건에 진지함과 심각성을 부여하여 블랙 코메디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추가로 대화 중간
중간 중간에 다른 인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배치하는 형식은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여 마치 영화의
교차 편집을 연상케 한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감동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하다. 하지만 작가도 이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유머, 장난과 같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 하고 싶었을 것이고
이 시도는 성공적이다.
단지 우리는 일본 종군 위안부라는 엄연히 실재했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에 때로는
불편함과 모역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지 않을 까 걱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