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반어적인 의미일 거라는 기대를 안고 독특한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그런데 제목 그대로 설레는 일이라곤 1도 없이 녹록치 않은 현실의 막막함과 무기력함에 짓눌려 하루 하루를 그저 버티듯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 두편이 실려있는 소설집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반전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이런 패착을.. ㅜㅜ)
이름과 나이, 1월 4일생이라는 생일까지 같다는 사실을 알게된 거래처 직원인 남자와 여자.
불과 20분 정도의 업무 미팅후 각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간 맛집에서 다시 마주친 그들은 옆좌석에서 어색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각자 혼밥을 하고 헤어진다.
그후 각자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 무료한 삶을 버티어 나가는 두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고 상처 받는 과정에서 불현듯 자신과 이름이 같은 상대방을 습관처럼 떠올린다.
그러다 결국 어느날 우연히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서로를 통해 이제껏 무생물처럼 살아온 자신의 일상에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임을 본능적으로 짐작하게 된다.
다른 한편은 유급휴가조차 회사의 눈치를 보며 맘대로 쓰지 못한 채 기업의 부속품같은 생활을 이어가던 직장인인 주인공이 어느날 회사 내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존경심을 갖고있던 상사가 유급 휴가를 많이 썼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된다.
평소 후배들에게 진정 필요한 조언과 관심을 주던 유일하게 어른같은 선배의 위기를 보며 분노한 주인공과 동료들은 회사의 감시를 피해 어떻게든 그를 도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그러나 이런 간절함과 노력에도 결국 그 선배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된다.
하지만 그를 위해 분노하고 고민하던 시간동안 자신의 내부에서 뭔가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깨달은 주인공은 더이상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부당함을 참고만 있지 않고, 꽤 긴 유급 휴가도 당당히 쓸 수 있게 된다.
일본 작가의 작품인만큼 소설 속 인물들도 모두 일본인이고 일본 사회의 젊은 세대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름과 지명을 한국인으로 바꾸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을만큼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들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나를 희생하며 자신의 욕구는 뒷전으로 미룬채 기계처럼 하루 하루를 버티어가는
직장인들.
나의 의지와 개성을 집단에 맞춰가며 나자신을 잊은 채 살아가는 그들의 무미건조한 일상이 너무나 익숙하고 공감 되면서도 그래서 더 안쓰럽다.
펭수의 지적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나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꼰대나때들이나 공감하는 헛소리일 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단 한번뿐인 삶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야 할 젊은 청춘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자신의 소망을 쫒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무엇보다 자신의 기쁨과 만족을 최우선 조건으로 한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스토리도 구성도 문장도 내용도 모든 면에서 아쉬운 점 투성이인 소설이었지만, 진심을 다해 후배들의 자유와 일탈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한번 더 갖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아프지 말고 부당하게 참지도 말고, 나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데 망설이지 않는 젊은이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