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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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보고 들은 어떤 권주의 글보다 술을 마시고픈 욕구가 가장 많이 생기게 해준 책.
술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그야말로 술술 흘러 넘쳐서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흠뻑 적시는 느낌이
든다.
바삭한 김치전, 매콤 얼큰한 순댓국, 쫄깃한 족발,
상큼한 샐러드에 막걸리를 소주를 와인을 위스키를
곁들여 마시고픈 마음이 자연스럽게 솟아나고,
술맛을 두배 세배 끌어올려주는 찰진 욕을 구사하는 오랜 벗들과, 밤새 술을 함께 마시고픈 같은 감성을
가진 새 친구와 술을 마시다 영혼의 단짝이 되는 행운을 누리고 싶다는 간절함도 저절로 느끼게 된다.
그야말로 최강의 ‘술 권하는 책‘이다.

김혼비라는 저자의 이름을 본 순간 혹시 작가 닉 혼비의 이름에서 딴 필명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내 짐작이 맞았다.
여자축구를 소재로 첫 책을 쓴 저자는 축구광이기도 한 작가 닉 혼비의 이름을 따서 필명을 지었다고 하는데, 축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술도 좋아하고 닉 혼비의 유머도 좋아하는 나로선 김혼비라는 필명 만으로도 저자와 책에 대한 호감을 갖기엔 충분했다.
짐작대로 읽는동안 간간히 등장하는 유머와(저자는
유머코드가 같다면 정치성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같은 코드를 가졌음을 확신할 수 있다고 썼는데, 그
주장대로라면 저자와 나도 코드가 같은 모양이다)
잘 세공된 조각처럼 앞뒤가 딱 들어맞는 놀라운 표현력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문장들은 술의 매력에 대한 재발견 뿐 아니라 잘 쓰여진 책을 읽는 즐거움까지 느끼게 해준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깊이 탐구하는 마음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생기게 마련인 것인지,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저자의 술 사랑도 그녀의 가치관에 꽤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치라는 별명을 얻게 된, 첫 술을 마셨던 고3때부터
술과 함께 우정이 깊어지고, 술로 인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술을 통해 깨달았던 관계와 만남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질문과 그 답들,
술로 인해 찬란했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또 위로가 되었던 수많은 순간의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정신 없이 따라가며 웃다가 찡하다가 공감으로 끄덕이다가, 식욕이 당겨 침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 해있다.

술에 취한 채 토론하고 술이 깬 뒤에 다시 토론 한다는 고트족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확신하는 서문에서 이미 저자의 주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고,
술과 함께한 무수한 이야기들의 윗부분만 꺼내
놓았을 뿐이라는 에필로그에선 두번째, 세번째로 끝없이 술술 이어질 후속편들을 기대하게 한다.
술보다는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더 좋아하고
안락한 나만의 공간에서 마시는 혼술이 가장 편한
약간은 수동적인 애주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밖에서 혼술하는 여자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뾰족한 시선들과 여전히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안전하게 바뀌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다 그토록 멋진 반려자를 만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된 저자의 기막힌 술운과,
찰진 욕을 가르쳐주고 함께 울어주는 진짜 친구이자 최고의 술친구인 벗들과의 진한 우정도 정말 부럽다.

과유불급이라지만 가끔은 넘쳐봐야 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들도 있나보다.
술과 함께, 술로 인해 겪었던 황당과 당황의 순간들을
오가며 그야말로 확고한 ‘주관‘(당연히 술 주)을 갖게된 저자가 다음엔 또 어떤 흥미로운 술 얘기를 펼쳐놓을지, 아직도 그녀의 술독에 한참 더 많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들이 술술 넘쳐흐를 때를 다시 한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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