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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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라는 존재는 일상적이지 않음에도 신기하게 소설이나 영화에선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익숙하다.
어릴 때 버려져 도서관에서 살아가는 너구리영감에게 양아들처럼 키워진 주인공 래생은 꽤 솜씨가 좋은 킬러다.
표면적으로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너구리 영감은 설계자들이라 불리는 집단에게서 전달된 살인 청부를 킬러들에게 나누어주고 돈을 버는 중개인.
킬러에 적합한 과묵함과 냉정함을 갖춘 래생은 너구리영감의 도서관에서 아무도 읽지않는 책을 읽으며 글씨를 익혔고,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으며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있다.
그런데 어느날 살인 목표인 어느 노인을 바로 죽이지 않고 망설이다 그 노인에게 발각돼 그의 집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잠까지 자고 오게되는 예외의 상황을 만든 래생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멘토같던 훈련관 아저씨와 젠틀한 동료 암살자 추, 그리고 살벌한 바닥에서 그나마 속을 터놓을 수 있었던 친구 정안까지 설계자들에 의해 버려져 이발사라는 잔인한 킬러에게 살해되자 래생은 가만 있을수 없게된다.
게다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 수제폭탄을 설치한 미토라는 여자를 찾아내고 그녀가 살인계획을 창조하는 설계자들 중 한명이라는 것을 알게된 래생은 그녀를 도와 설계자들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데..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이 언젠간 버려지고 죽음을 당하게 될 운명인 킬러들의 세상에서 죽은 친구들과
가족의 원수를 갚으려는 설계자 미토를 위해 목숨을 건 공격을 감행하려는 래생의 계획은 성공 할 수 있을까?

세계 각지에 번역되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책 소개를 보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이었을까?
얼핏 레옹이 연상되는 주인공 래생부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에선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익숙함과 식상함이 느껴지고, 스토리 전개 역시 새롭거나 신선하다는 느낌보다는 늘 보아온 킬러영화의 전개와 유사하게 느껴져 아쉽다.
무엇보다 킬러의 집에 폭탄을 설치해 자신을 찾아내게 할 정도로 당돌하고 복수 의지에 불타있던 미토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후반부로 갈수록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캐릭터로 변질되는 것과, 스토리 전개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와중에도 주인공 래생의 감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것은 정말 아쉬웠다.
특히 모두의 목숨을 걸고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마지막 엔딩은 정말 허무하다
싶을 정도.
그래도 우리가 흔히 살인청부업자라고 부르는 자들의 뒤에 건축 도면을 그리듯 모든 살인의 계획을 섬세하게 직조하는 설계자들이 있고, 또 그들의 뒤에는 막대한 권력의 힘을 가진 이들이 숨어있다는, 거대한 먹이사슬 식 설정은 인상적이었다.
한사람의 생명을 뺏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암살자, 그들도 결국 잔인한 먹이사슬의 아래에 위치한 불행한 존재들일 뿐이라는 설정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의
냉정한 본질을 의미하는 듯해 씁쓸함까지 느껴졌다.
결국 래생은 설계자들의 카르텔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지만, 엔딩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그와 미토가 바라던대로 복수를 완성시킨 것이었을까?
어쩐지 설계자들 뒤에 숨은 최고 권력자들에 의해
래생과 한의 죽음 역시 전혀 다른 내용으로 포장되어 잊혀져버리고 미토와 래생이 무너뜨리려던 그들의 권력은 무너지긴 커녕 더욱 더 견고하게 지켜진 게 아닐까 하는 씁쓸한 짐작.
그러니 나같은 회의주의적 독자를 위해 조금 유치하더라도 확실한 엔딩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영화로 제작 된다니 시나리오에선 통쾌하고 확실한 결말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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