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도끼
에밀리 지음 / 어나더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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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페북 담벼락에서 우연히 읽게 된 후 소심한 성격인 내가 먼저 페친을 신청했을만큼
날카로우면서도 번뜩이는 유머가 가득한 에밀리님의
글들을 책으로 묶었다.
자신의 나이, 직업, 정확한 생김새 중 어떤것도
책에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로 그런 그녀여서 좋다.
어떤 글에선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 나와 아래 위로 별 차이 없는 나이일 거라 추측 해보고,
페북의 단정한 프로필 사진에선 야무지면서도 단아한
꽤나 미인형의 여성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촌철살인 거침없는 문체를 보며 한때 온라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무협소설의 작가들과 그녀의
유사점을 추리해보기도 하는 즐거움이 그녀의 실체(?)를 마주하는 반가움보다 크기 때문이다.
무작위적인 다수의 대중을 겨냥한 출판물이라는 특성 때문이겠지만, 책 속의 글들은 날카로운 비수로 정확히 정곡을 찌르면서도 재치와 유머로 반짝이는
그녀의 거침없는 페북 글들 중 무난하고(즉 읽는 쾌감은 좀 덜한) 순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행태,
비합리적인 사회현상들에 대해 잘 갈린 칼같은 날카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조롱과 풍자의 경계를 영리하게 넘나들며 때론 실소가 터지게 하고, 가끔은 가슴 찡한 감동과 깨달음도 느끼게 만드는 보석같은
글들이 적은 것은 그녀의 광팬으로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따뜻하면서도 깊고 예리한 그녀의 통찰력과 욕, 은어, 도끼로 포장된 과격 카리스마 속에 숨긴 그녀만의 따스한 인간애와 깊은 공감은 여전하다.
순식간에 완독 한것은 내용이 빈약하거나 생각 할 여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쉬운 문장으로
정신없이 따라가게 만드는 글의 명료함 때문일듯.
그녀의 자신만만한 주장처럼 지금 이 글을 읽지 않으면 영원히 못읽었을텐데 읽을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말도 그렇지만 글에도 유머 한스푼이 얼마나 중요하고 커다란 힘이 되는지를 그녀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 감독의 말에 동의하지만, 페북을 통해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유용한 부분도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첫걸음을 떼었으니 다음엔 더 좋은 글들로 두번째 세번째 책들이 나올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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