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에밀 졸라

나나. 인간짐승. 테레즈 라캥
4번째 에밀졸라작품
루공마카르총서중 하나
나나. 제르미날의 엄마인 제르베즈 이야기.
프랑스 제 2제정시대의 민중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루공마카르 총서

목로주점은
낭만적인 제목이다
이연실의 목로주점은 흔들리는 전구아래 월급탄 후 한달의 고단함을 친구들과 함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잔의 술로 씻어 내리는 곳이다

하지만 에밀졸라의 목로주점 ˝클롱브영감의 주점˝는 독주와 함께 그들의 삶을 씻어내려버리는 곳이다.
목 축이러 들어가 술이 사람을 마셔버리게 하는 곳이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다.

-내 꿈은 별 탈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

꿈이라고는 지친몸 누일수 있는 방 한칸을 갖는 것이었던 제르베즈.
비록 시작은 여관방에서 랑티엔과 야밤도주로 시작했던 삶이지만 그래도 꿋꿋히 살아가던 그녀는 랑티엔에게 버림받고 아이들과 지내다가 - 남자는 다 필요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그 녀를 지켜보던 함석공 쿠포와 결혼하게 된다. 나나도 낳고 알콩달콩 살고 있는 제르베르..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불행의 씨앗들이 잉태되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나나의 탄생부터 불행의 시작은 아닐지..
나나의 손짓으로 쿠포가 지붕에서 떨어져 조마조마한 불행의 롤러코스터가 시작되었으니까...

어찌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제르베즈는 게으르지도 무기력하지도 않은 작은 꿈을 가지고 사는 우리와 같은 소시민이라고 할수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잠깐이나마 그 꿈을 이루기도 하고
남편에게도 충실하고 물론 잠깐 딴짓을 하기는 하지만..
그 꿈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파멸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을것이라 믿고 앞뒤 안보고 살지만 그 끝은 과연?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딸한테 배신당하고 이웃에 배신당하고 사회에 배신당하고 심지어 죽음에게까지도 배신당하는 삶.
이 모든것이 당신이 잘못 살아서 그런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런가? 잠깐 생각하지만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는데?
열심히 산 죄밖에 더 있어?
남자만 잘 만났어도 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개인의 삶이 오롯이 개인의 몫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작게 많은 관계들 속에서 개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조건이라는 것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르베즈와 그 남편이 술독에 빠져 삶을 탕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빈민층 사람들이 인간답지 못하고 악다구니쓰면서 악착같이 살 수 밖에 없는 상황.. 비참하게 살기 싫어도 죽지 못 해 살수 밖에 없는 이유...
이 모든 것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르베즈의 삶이 바로 우리의 삶일 수도 있다
술 권하는 사회.
총기사고보다 자살인구가 더 많은 사회. 거짓이 당연한 사회.
사람의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 한 사회.
울분을 참을 수 없는 사회.
꿈 꾸는 것도 고단한 사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달콤한 말로 힐링을 강요하는 사회.
저 사회속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이 사회가 제르베즈가 살고 있는 18세기 파리와 다를 바가 뭘까..
부모에 의해 삶이 결정 되어지고
돈에 의해 학벌과 직업이 결정되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단어들이 아무 걸러지지도 않고 언론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어도 괜찮은 이곳이 제르베즈가 살던 그곳과 다른가?


제르베즈가 로리외부부의 아파트에 처음갔을 때 갖는 경외감.
세탁소를 차려 화려하게 생일파티를 하는 모습이 꼭 우리나라 80년대 후반 아파트 투기해서 돈 번 복부인이 득세하던 그 모습이 연상된다.
끝 물타서 푼 돈 좀 만져보다 쫄딱 망한집이 어디 한 둘일까..
유난히 내 나이또래 사람들의 부모들을 보면 사업하다가 망한 사람이 많게 느껴지는 것이 괜한 느낌이 아니겠지?

제르베즈는 피곤에 지친 몸 하나 편히 뉘일 방만을 원한다고는 했지만 점점 집은 켜져갔고 최후에는 방에서도 쫒겨나 계단 밑 골방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러니.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바주르영감의 작은 관.
씁쓸하다.
제르베즈의 꿈이 그리도 큰 꿈인가.....


- 이미 모든 꿈이 이루어진 마당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제르베즈는 자신이 과거에 꾸었던 꿈에 대해 애기했다. 어느 날 무일푼 신세로 거리로 나 앉게 되었을 때 간절히 바랐던 것은 일을 하고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조그만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텨 맞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지고도 남은 셈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졌고 그것도 꿈꾸던 이상으로 가졌다. -

- 그랬다. 그들로 인해 온 동네가 들끓었다! 쿠포는 큰 소리로 외쳤다. 무엇때문에 애써 감추겠는가? 탄력을 받은 그들은 더 이상 먹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았다. 식탐으로 입을 크게 벌린 채 주위로 모여든 군중은 그들을 더욱더 부추기고 자극했다. 그들은 진열창을 뚫고 식탁을 도로까지 밀고 나가, 모두가 웅성거리며 지켜보는 가운데서 디저트를 먹을 수 있기를 바랐다.-

- 캄캄한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여섯개 층을 올라가는 동안 제르베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몹시 아프게 하는 헛헛한 웃음이었다. 오래전에 품었던 자신의 이상이 떠올랐던 것이다.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칸을 지니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살면서 마지막에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것. 이제 이 모든 게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기는 커녕 허기를 달래기도 힘든 지경이며 오물 더미위에서도 잠을 자고 딸은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남편에게 얻어맞는 것은 일상이었다. 이젠 길거리에서 죽는 일만이 남았다 -
- 오! 어떻게 이럴수가, 가난은 죽는 것 조차 허락지 않는단 말인가! 312p

- ˝... 그러니까 이 고객은... 오, 처음엔 싫다고 진저리를 치다가 나중에 빨리 데려가달라고 사정했던 바로 그 아낙이구먼.... ˝ ˝ 이보게.... 내 말 들리지... 날 세, 비비라게테. 여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는 남자... 잘 가게, 거기선 여기서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이제 편히 잠들라고, 어여쁜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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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5-12-16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 책도 읽고 싶어집니다. 영화도 있군요.

지금행복하자 2015-12-16 18:32   좋아요 0 | URL
영화는 못 봤어요. 스틸사진만 올라와 있더군요~
졸라의 작품은 일단 재미는 보장해요~^^

살리미 2015-12-16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폭풍공감합니다 ㅠㅠ 에밀 졸라가 고발하고 싶었던 사회상이 아직도 버젓이, 더 교묘하게 평범하고 싶은 소시민들을 비참하게 하는 것 같네요.

지금행복하자 2015-12-16 18:31   좋아요 0 | URL
졸라의 여러작품중 가장 주인공한테 이입되어 읽었던것 같아요. 평범한 여자의 인생이라서 그런것 같아요. 졸라는 주인공에게 절대 연민금지가 원칙인데 제르베즈에게는 씁쓸하면서도 연민이 저절로 ~~

cyrus 2015-12-1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목로주점’ 하면 이연실의 목소리를 떠올릴 겁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5-12-16 19:27   좋아요 0 | URL
그럴거에요 ㅎㅎ 낭만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