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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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창비

<229p><별점 : 5>

나는 사투리를 사랑한다.
공동체의 힘을 믿는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출간부터 지금까지 매해 겨울이면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는다.
아직까지 내 기준 한국 소설 중 재미 면에서 1등이다.

<찌니주의보> vs <아버지의 해방일지>
재미만으로 본다면 <찌니주의보> 승!
대중적은 측면의 인기를 예상했을 때는 후자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정지아 작가가 어머니 돌봄의 이유로 구례에 내려와서 드디어 장편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첫 작품이 <아버지의 해방일지>였고, 10년이 넘게 살면서 찐 구례인이 되어 나온 작품은 <찌니주의보>다. 사투리에 흠뻑 젖은 이야기는 전보다 유머 포인트가 많지만, 그만큼 어떤 이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사투리는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직설적이고 날카롭고 더 과장되어 표현한다.
고맥락은 쿠션이 아니라 돌려까기 또는 지나친 과장까지 더해져 후벼판다.
하지만, 이들이 이 말이 생활 언어다.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하여 해석하면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그게 보통의 언어다.

시골은 시계가 천천히 간다.
토지의 박경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시골은 변화가 느리다고..
어느 지역은 아직도 구한말을 살고 있는가? 싶은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


마을의 평균 연령이 78세. 60세 이장이 청년, 그의 아내 쑤언은 40으로 이 둘의 힘으로 낮춘 평균 연령이다. 그 평균 연령은 72세로 확 낮춘 인물들이 마을에 터를 잡았으니, 키가 크고 늘씬한 성진과 작은 혜진이다. 이 낯선 이름을 외우기 어렵기에 마을 어른들은 큰 찌니, 작은 찌니로 부르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과 크게 어울려 지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하게 왕래하는 어른이 생겨 그럭저럭 마을에 자리를 잡은 찌니들.

그런데!

찌니들이 말이여. 레지랴 레지.

구례 바닥서 다방 구겡 못헌 지가 십년도 넘었그마 레지는 먼 놈의 레지! 새 레지가 왔으먼 나가 모를 리가 없제. 구례 바닥서 나 안 거치고 물장사가 되가니! 20-21p / 자랑이유 한씨 아재.. 🤦

여자끼리 그럴 수가 있는감?30p

당장 쪼까내세! 32p

겨우 피해서 온 곳에서 또다시 휘청거리는 찌니들. 여전히 찌니들은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 지냈던 장씨마저 그들을 외면하니 이 마을에서도 떠나야하나?

남자여자 거시기허는 것은 안 거시기허고 여자끼리 거시기허는 것은 영 거시기한갑소이? 45p
쫌 글잖애.
사램 사는 거사 다 제각가이제. 사램이 밥만 묵고 살가니? 코쟁이들은 밥 안 묵고 살아도 우리보담 키도 크고 덩치만 좋대. 고것은 거시기 안 헙갑제? 45-46p

지금은 곁에 없는 한없이 자기 곁을 지켰던 시어머니 양촌댁에게 배운 찰진 한국어로 어정쩡하게 대처하는 이장에게 쏘아대는 쑤언의 지지와 찌니들의 지인 기화가 닭 양육을 이 마을에 맡기게 되며 다시 집 밖으로 찌니들이 나오게 되는데…



느그들이 난 년들이다, 난 년들이여. 한 년이 아프먼 딴 년이 밥이라도 채릴 것 아니냐. 225p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열린 사고를 품는 시골 어른들.
어른들은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한 습득이 늦는 편이니까.
그들이 경험할 때까지 조금 기다린다면 언젠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날이 온다.
국적, 나이, 성별, 성정체성은 달라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죠. 생각은 같잖아요.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네, 푸른 꿈을 펼쳐나갈 내일이 있으니까~ (가사 변형. 김성희 / 세계는 친구/이 노래 아는 분이 있으실랑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위아더월드 #우리는친구 #사투리 #한국문학 #장편소설추천 #사투리가득 #말맛 #사투리의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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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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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먼 #TheWomen
#크리스틴해나
공경희_옮김
#알파미디어 @alpha_media_books

<631p> <별점 : 3.8>

베트남 전쟁 이야기.
가독성이 추리소설급.
정말 작가님의 능력이란! 👍


아일랜드 이민자로 자수성가한 아버지.
상사의 딸과 결혼해 재산과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부동산으로 유산을 세 배나 늘린 능력자다.

아버지의 집무실 벽 한 켠.
가족사를 보여주는 사진. 군복을 입은 집안 어른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메달과 훈장, 사진 기사 등
그 사진에 군복을 입은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는 몸이 허약해서 부적합자로 분류되었다. 아버지는 대화 중 늘 ‘군의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냈고, 군 부적합자인 자신은 다른 것으로라도 뭐라도 이루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군 복무를 하지 못했지만, 그의 아들 프랭키의 우상인 오빠 핀리가 바로 그 일을 수행하려 한다. 해군인 핀리가 베트남 참전하러 떠난다.

“여자들도 영웅이 될 수 있는데요.”

웨딩드레스 복장의 여성 사진만 있는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오빠의 해군 친구인 라이가 한 말이다.
여자들도 영웅이 될 수 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학교에 진학하고 오빠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다. 이 일로 조국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오빠가 있는 곳에 프랭키도 함께…

파병 간호사 지원.
하지만, 베트남엔 오빠가 없었다.
유해도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소식.
헬기에서 격추당했다고 했다.

네이팜 화상에 시달리다 그녀의 품에서 죽은 아기.
피투성이 진흙탕에 세운 가대 위에서 죽은 사람들.
십대도 벗어나지 않은 소년병들.

도저히 떠날 수가 없어 연장하여 베트남에 남아있는 동안
그녀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고로 떠나는 것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귀국한 나라와 가족은 그녀에게 ‘환대’를 해주기는커녕, 조용히 지내라 했다.
간호사의 자리에서도 변기통을 비우는 일 정도만 하라고 했다.

포화 속 매일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았던 프랭크에게 주어진 고요함.
부모님조차도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싶어 했다.
베트남이 아닌 이태리에 다녀온 것처럼 말했다.

아빠가 자랑스러워 했던 군 영웅에 왜 나는 없을까?
파병의 사실을 왜 숨겨야만 할까?
재향군인회에서도 거부당했다.

아무도 베트남 전쟁에 여자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현실에 발 붙일 곳도, 지속되는 전쟁의 잔영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베트남 사람들도 고초를 겪고 죽어요.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지난주 어떤 마을 전체가 폭격 당해서 화염에 휩싸였어요.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이곳에서는 누가 적인지 명확히 알 수 없고, 정글의 저격수들이 우리 병사들을 죽이는데 그들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는 이유였어요. 늘 겁에 질려 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죠. 196p

잘 생각하고 행동하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생활하면, 고통과 비탄을 더 따뜻한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뭐든 전쟁, 상실, 죽음을 연상시키는 것과 거리를 두면 가능했다. 381p

어느 쪽이든 묻지 않을 셈이었다. 자신의 실패들을 파악하니, 타인을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5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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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사회성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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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사회성
#편혜영
#문학동네

<269p> <별점 : 3.8>

작가님 유머 연습 어디서 하신 건가요?

📍우리가 가는 곳
가정 폭력을 피해 실종되는 것을 선택한 여자.
그 여자의 실종을 돕는 사람.

증발은 쉽게 선택할 일이 아니다. 여행하듯 낯선 곳으로 며칠 잠적하거나 짐을 꾸려 가출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증발은 익숙한 세계에서 지워짐으로써 이제까지 삶에서 누리던 모든 것과 단절되는 일이다. 21p

📍새들의 사회성
은행 atm기 옆에 있던 지갑을 주었을 뿐인데…
사채보다 더 심한 금액으로 부풀려지는데…

📍포도밭의 묘지
상업 고등학교 동창인 한오, 수영, 나, 윤주
은행에 취업한 한오는 야간 대학까지 다니며 열심히 사는데, 그가 배정받은 업무는 글씨 쓰는 업무였다. 곧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이 되어 버리는 일에 배정되었던 한오는 뒤늦게 은행 창구 업무에 배정을 받았으나 경력만큼의 능숙함이 없는 상태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지만 시작이 부족하다고 세상의 규정했다.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모양의 방석을 깔고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104p

📍초록 스웨터
엄마가 떠나고 영주 이모의 집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다. 기숙사 입주하는 날 커다란 짐을 입구까지 옮겨주었다. 가끔씩 찾아와 만나기는 했지만 점점 그 연락도 뜸하게 됐다.
몇 년 만에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온 영주 이모는 나주 이모를 찾아가자고 했다. 엄마에게 갚을 빚을 받으러 가자고 했다. 영주, 나주, 성주. 세 사람 모두 지명의 이름을 갖은 친구. 거기에 성주의 딸 경주까지..
엄마가 뜨다 만 초록 스웨터를 짜 내려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멈춰 있을 때 생겨나는 것도 있어. 131p

나는 여전히 엄마가 잡아준 손의 느낌을 기억했다. 삶에 냉담해질 이유가 많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그 기억 때문이었다. 135p

📍아파트먼트
아파트가 뭐길래…

📍목욕
시신 기증에 자발적 서약을 한 아버지. 장례 후 1년. 기증한 시신을 찾아가란다. 😳

김한수는 줄곧 그런 게 궁금했다. 남들은 아버지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드는 연민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190p

📍자매들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형부가 죽은 걸까? 언니가 죽은 걸까?

📍남은 사람
딸을 잃고 치매가 걸린 고양이와 사는 딸 집에 의지하게 됐다.
남편이 쓰러졌을 때 경마장에 있었고, 내내 앓던 어린 손녀가 세상을 떴을 때도 슬픔으로 무너지는 딸을 목격했을 때도 그녀는 살아냈다. 이젠 혼자서 살아내는 것이 되지 않아 딸의 집에 의지한다.

일인칭의 죽음은 나 자신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을 제대로 경험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죽음은 일인칭일 수 없다’는 말도 가능할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모든 죽음은 남의 것’이라는 말도 된다. 그리고 살아가는 이상 우리는 언제나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고 경험하고 기억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남겨진 사람으로 만든다. 한 명도 빠짐없이, 우리는 모두 죽음으로부터 ‘남은 사람’이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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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양장)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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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세가지거짓말
#아코타크리스토프
용경식_옮김
#까치

<615p><별점 : 4>

우리집 책장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도 아지 않는 책… 드디어 읽었다. 역시 독서모임 만만세!🙄

책은 헝가리의 근현대 역사를 담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나치 독일의 점령 - 소련의 공산 독재 - 1956년 헝가리 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 비밀의 노트
전쟁의 폭격을 피해 시골의 외할머니 집으로 보내진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이야기.
돌볼 생각이 전혀 없는 할머니 밑에서 전쟁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공부와 훈련을 한다. 성경을 통째로 외우거나 매집 키우기, 굶는 일에 익숙해지기, 감정 없애기 등
전쟁에 나갔다가 짠~하고 나타난 아버지는 엄마의 소식을 듣고 분노한다. 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는데

2부 타인의 증거
탈출은 한 사람의 몫이었다.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루카스는 떠난 형제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마을의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일 덕분이었을까? 그럭저럭 삶을 살아낸다. 장애를 입고 태어난 마티아스를 돌보는 일이 루카스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3부 50년간의 고독
서방으로 떠났던 형제가 돌아오는 시점을 시작된다. 1,2부의 내용이 사실이 아닌 이들이 기록한 픽션인가? 하는 의혹을 야기한다. 전쟁 중에 죽은 엄마는 살아있고, 아버지 또한 망명 중에 죽은 것이 아닌 것으로 이야기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책의 1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라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상상 밖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느껴지는 감정은 ‘당황’이다. 이 당황을 멍~ 한 상태로 읽어내면 금방 1부 막이 내린다.(가독성이 좋다.) 2부는 1부만큼 파격적인 요소가 있는 게 아니라 읽어내는데 ‘놀라움’을 유발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힘든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문학에서 경험할 수 있는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3부는 다시 ‘당황’스럽다. 그리고 곧 어떤 것이 진실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진실을 파악하는 욕구가 강한 분들은 3부를 먼저 시작하면 파악이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실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할까? 저자는 이 시대를 경험한 사람이고 망명자로 살아낸 사람으로 전쟁의 참혹함과 무용함에 대해 쓴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슬픈 책이라도 한 인간의 삶만큼 슬플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전쟁의 현실을 사실 그대로 기록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군가는 읽어낼 정도로 순화한 이야기가 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기에 마루타 전집(5권)을 읽은 사람으로 이 책은 그보다 순화된 버전.
문학은 적어도 사람이 숨 쉴 틈을 주며 기록되지만, 거짓말을 걷어낸 현실은 끔찍한 모습이겠지.

다만, 이 책에서 대비되는 두 사람. 고립되고 끔찍한 상황에서 결국 버텼던 클라우스와 vs 서점 주인
살아내기 위한 글쓰기를 한 사람과 결국 실행하지 못했던 사람의 끝이 다름을 보여줬던 인물.
누군가를 돌보는 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
각자의 삶에서 버텨내기 기술 하나쯤은 연마하고 살아야 함을 깨닫게 했다.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은 버릴 도리가 없었다. 45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헝가리근현대사 #전쟁의참혹함 #역사기반소설 #독서모임도서 #각자의삶의필살기 #문학의유용함 #글쓰기의유용함 #돌봄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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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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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
#서성이다
#장강명
#현대문학_PIN_059

<227p>

❝아 씨, 욕 나오네. ❞
그녀의 마지막 말을 곧 내 속에서 쏟아낼 줄은 몰랐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애쓰며 살아온 사람.
추위를 많이 타고, 1인 기업 대표로 혼자 힘겹게 온갖 잡무를 다 하며 그 회사를 이끌어 가는 사람.
자주 아프지 않지만 2,3년에 한 번 정도 심하게 감기나 장염을 앓아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며 지내는 사람.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격렬하게 표현하는 사람.

그에 비해 나는 1년에 몇 차례 아프지만 가볍게 회복했고,
언제나 효율적인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불행에 진심으로 무심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스스로 소시오패스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
악덕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살아남고 싶은 마음을 놓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사람.

낮에 아내와 만났던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는 낮부터 얼굴이 무척 창백했다며 걱정과 안부를 묻고, 꼭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내일은 일요일
월요일에 병원을 간다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내는 매트리스 커버를 들고 서 있었다.
아픈 중에도 토사물을 혼자 처리하는 중이었다.


3년 전 아내는 혼자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간 경험이 있었다.
너무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어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려다 문이 열리지 않아 119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렇게 간 응급실의 침상엔 ‘비응급’ 팻말을 달아줬다고 했다.

이번에도 아내의 침상에 ‘비응급’이라는 팻말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여기 이 부분 보이시죠? 환자분 뇌가 이렇게 부어 있고요. 부종이고요, 뇌출혈입니다.
출혈은 종양 때문일 수도 있고 여기 이 부분, 혈관 기형 때문일 수도 있어요. 종양이라면 뇌종양일 수도 있고 몸의 다른 암이 전이된 것일 수도 있어요. 뇌를 열고 수술해야 할 수도 있어요.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고 사망할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고요. ❞

부종, 뇌출혈, 종양, 혈관 기형, 암, 수술, 후유증, 사망


책을 읽으며, 에세이인가? 소설인가? 싶었다.
소설임을 알고 읽었지만, 많은 부분 작가와 겹치는 설정이 많아 에세이 느낌이 가득했다.
작가의 설정을 가득 입혀, 가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20년 결혼 생활을 하며 힘들도 지친 순간들도 많았지만, 다른 집들과 조금 다르게 육아와 돌봄을 거의 동시에 시작한 우리 부부는 이젠 둘 중 하나가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강력하게 허구라고 믿고 싶었던 지점.
멀리 떨어진 독자도 이런 심정인데 당사자는 어떤 마음일까?
자신을 소시오패스라 표현했지만,
둘이 함께하던 일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

그래도 세상엔 언제나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니까.
염치없는 작가의 부탁으로 모인 염원이 기적을 일으키기를!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중편소설 #기도의힘 #기적이일어나기를 #중년부부 #교모세포종 #에세이와소설사이 #소설이되기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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