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앞에서#최은영#문학동네<273p>이달 초에 읽고 이제서야 겨우 리뷰를 남깁니다. 계속 작가를 안고 있느라 쓰지 못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기’를 하던 시절에 친구의 추천으로 <쇼코의 미소>를 읽었었다. 혼자만 읽기는 아까운 책이다!가 당시의 첫 감상이었다. 시간이 지나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당시 그 모임에 소설이라는 텍스트를 거의 접하지 않는 (전공 서적이나 비문학 도서만 읽으시는) 분께서 이래서 소설을 읽는구나!를 알게 했다고 소감을 남기셨다. (그분에게 <안녕이라 그랬어>를 작년에 안겨드렸는데 작년 베스트는 그 책이라고 하셨다. 올해는 어떤 책을 안겨드려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김) 쇼코가 좋았으니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쇼코보다 더 강렬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상황을 설정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이런 미묘함을 포착할 수가 있을까? 작가의 섬세함과 필력에 감탄을 했다. 자극적인 묘사가 하나도 없는 글에서 감정 곡선이 극과 극으로 오르내리는 순간을 경험했다. 글만 읽었을 때 작가는 밝지만 섬세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감정 탱크가 가득 찬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분. 자기 자신은 그렇지 못하지만 글을 쓸 때는 전혀 다른 자아가 되는 사람. 글 쓰는 사람으로의 무게를 크게 짊어지고 그걸 감당하는 사람. 저렇게 여리고 내성적인 사람이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용기를 내는 것인가? 작가의 다음 작품이 산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떨림을 기억한다. 그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 이유는 작가의 이 책 초반에 기록되어 있다. 😭😭황정은 작가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소설은 자신을 숨길 수가 있는데 에세이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데 최은영 작가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마음이 있음에도 작가는 이 작품에서 또 한 번 큰 용기를 낸다. 이토록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 겹쳐졌다. 작가의 멋짐이 증폭되었고, 안아주고 싶었고, 끝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진짜 용기 있게 살고 싶다면 나는 변화해야 했다. 나의 뿌리 깊은 의존성, 나의 가치는 타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믿음, 나의 필요와 요구를 존중하는 건 나쁘다는 생각, 내 ‘진짜’ 마음을 표현하는 건 위험하다는 느낌 같은 것을 그대로 대면해야 했다. 그것이 아무리 불편한 일일지라도. 17p‘옮음‘에 사로잡혀서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일의 중요성을 놓쳤던 그때의 나를. 25p <— 기억해야 할 말!내 진짜 삶은 언제나 어떤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불완전해 보이는 여기에 있다. 97p과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야기 속에 담아 말하는 것, 그리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듣는 것. 그런 일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감지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경멸하고 조롱하는 정서가 어느 때보다도 만연한 요즘인 것 같다. 프리모 레비는 어떤 사회라도 대화를 포기하고 파시즘으로 흐를 때 언제든 수용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대화해야 한다.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우리가 겪어온 시간에 대해서 말하고 들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과거를 바로 세울 때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무책임한 비관주의로 기우는 것을 경계하면서. 225p 어린 시절의 큰 상처의 기억 한조각이 한 사람의 인생에 지속적인 벽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나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평생의 영향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