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에서 태어나 내내 서울에서만 살았던 재이.
앞집 아줌마랑 옆집 아줌마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모습.
아래가 뻥 뚫린 재래식 화장실이 존재하고, 방치된 죽은 주가 골목 가장자리에 있는 동네.
가출과 집에 돌아오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고등학교 진학이 옵션인 학생들이 있는 동네.

우범지대에 사는 모범생이었던 재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 새로운 세상을 체험한다.

같은 동네 아이들로 구성된 중학교까지 알 수 없었던 세계.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삶을 사는 아이들을 처음 만난다.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선생님을 고등학교 때 만나고,
장학금이라는 제도에 안내를 받아 넓은 세상을 보게 된다.
꽤 괜찮은 대학에 진학하고,
재단에서 받은 장학금을 계기로 입사에 성공하고,
결혼도 하고 부동산과 투자에 성공하면서 한강이 보이는 집에 안착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그들이 체화된 문화 자산과 교양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런 건 어떻게 알게 되는 걸까?
누가 알려주는 걸까?

조여정 배우가 장례식장을 처음 갔을 때
큰절하라는 조언에 사극에서 했던 큰절을 하려는 배우의 팔을 곁에 있던 분이 잡아챘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었다.

살면서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걸 어른들은 가정 교육이라고 말한다.
태어나는 환경을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거기에 더해지는 많은 것들까지 감수해야 하는 억울함.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떤 집은 가족 간의 사랑이 있고,
어떤 집은 그렇지 않을까?
그마저도 자녀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기에 가족 간의 분위기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혼자의 삶만 떼고 보면 성공한 삶이지만
재이는 여전히 가족과 엮여 마음의 부침을 감당해야 한다.

재이에게 마음의 평안이 주어지는 날이 올까?

사실 나는 어디서나 잘 적응해왔던 게 아니라 잘 버렸던 것이다. 나는 과거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실수와 무지의 경험도, 그때의 교훈도 반성도 다 버리고 앞으로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다. 삶은 연속된 실선이 아니라 뚝뚝 잘려 제각기 떠도는 점선들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지금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거고. 그런데 껍데기만 끌고 온 것 같다. 내 안은 텅 비었다. 아무런 개성도 매력도 존재감도 없이. 45p

제 나이로 보이는 것, 직급에 걸맞은 것, 직무와 어울리는 것, 내가 소속된 회사의 규모와 이미지에 부합하는 그런 것들. 자연스러움은 배우거나 연습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었다. 누구나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데 자연스러움의 냉혹함이 있다. 95p

사회과학 도서를 읽고 자기만의 이야기만 남기시면 될 거 같은데..
자기의 이야기에 사회과학 도서 이야기를 많이 남기셔서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 기업가, 예언자, 감독 그리고 왕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더가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
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의견을 내는 역사학자들이 있지만, 톨스토이처럼 ‘역사의 노예’라고 칭하는 자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 남다른 리더들이 있다고 느껴진다. 왜?

저자는 ’<햄릿> 테스트‘를 통과하는 리더가 있다고 말한다.
그 시대 그 자리에 세익스피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우리가 현 시대의 유능한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이 햄릿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생각보다 허들 높은 ’햄릿 테스트‘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에 재능이 맞물렸을 때에만 빛나는 리더의 자질.

리더에 대한 분석이 어려운 것은 자연 실험에 있다는 것.
조건과 통제가 불가능한 자연 실험에서 과연 이 실험의 결과가 옳은 것인가? 판단은 한계가 있다.

정치, 비즈니스, 스포츠, 종교 리더들로 예시를 제공한다.
그 중에 바로 결과를 분석하는 파트는 스포츠이나, 이 또한 여러 박자가 같이 맞아야만 되는 것을 보여줌.

국가의 건국 리더의 여파는 다른 리더들보다 큰 여파를 남기고, 민주주의보다 독제 정치자들이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러한 경우 리더의 영향력이 강하고 오래 남는다. 이후에 이어지는 나라의 행보까지 여파가 이어지기 때문이 더더욱.

일단 리더의 자리에 올라 권위가 생기면, 나태해지기 쉬운데 그렇지 않은 보츠와나 건국 리더는 진심 리더!의 자질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저자는 <총.균.쇠>처럼 자주 책의 요약을 언급해주는 친절함을 보인다. 그런데 사진을 가운데 한꺼번에 넣은 편집은 좀 아쉽다. 사진의 설명에 있는 파트에 사진을 같이 넣어주면 좋을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NEW 욕 -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
홍수경 지음 / 이응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 지원]
#New욕
#홍수경
#이응
#헤세드서평단

뉴요커가 K-콘텐츠로 소개하는 한국 욕 새로 보기 feat. 미국 욕

사실 이 책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가볍게 읽기 좋겠군.
피곤한 시즌에 아주 적절한 책이겠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의 구성과 욕에 대한 분석과 서술 방식 그리고 문장과 문체가 허를 찌른다.
이 언니 뭐지?

2010년 뉴욕으로 이민 후 영화 팟캐스트 운영자, 영화진흥위원회 북미 주재원으로 지낸 이력처럼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가 풍부한 분께서 욕만 걸러 앞뒤 옆으로 풍성한 살을 붙였다.

불만을 드러내는 욕
모욕감을 주는 욕
혐오감을 표출하는 욕

욕이 이렇게 분류가 가능했구나! 😳 👍
욕에 부제도 붙였다. 부제도 아름답다~ 😘

욕의 기원(?) 언제 어떻게 이 욕이 출발했는가?
욕설 표기의 변천. (맞춤법 바뀌는 거 힘들다고요…)
욕설의 뜻과 출처
ㅋ ㅑ~ 거의 욕 백과사전에 가깝다.

한 꼭지를 예시로 그녀의 문장의 멋짐을 느껴보자.

조선 후기에 돈으로 양반 신분을 획득한 신흥 졸부 계층을 포함해 ‘쌍놈’은 무례하고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 남자를, ‘쌍년’은 남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 못된 짓을 하는 여자를 가리킨다. ‘쌍년·놈‘은 손익 계산을 중시하는 상인 계층의 습성을 비난하는 의도를 반영하는 동시에 인의예지를 배우지 못해 교양 없는 인간 군상을 경멸하는 욕설로 굳어졌다. 144p

우리나라는 영화계의 한 축인 조폭물 덕에 다양한 욕에 노출되어 있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욕으로 그 어떤 언어보다 다양한 욕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하는데… 대체로 듣기 싫은 단어이긴 하지만 가끔 욕이 주는 쾌감이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신예에게 패하고 속상한 택이에게 친구들이 우르르 찾아온다.
어른들은 택이 심기를 거스를까 조심하는데,
우당탕탕 몰려든 친구들은 조심은커녕 그를 들쑤신다.
그런 택이의 감정을 결국 폭발하게 만든 친구들은 택이에게 욕을 하라고 권하며 각자 시원하게 욕 시범(?)을 보인다.
늘 감정을 품고 내보이지 않는 택이는 소심하게
˝이런 ㅆㅂ ㅈ같네!!!˝를 외치는데
영~ 욕스럽지 않은 그의 외침에 더 욕스럽게 하라며 시범을 보이는 장면은 듣기 싫은 문장이 아닌 시원하고 통쾌함을 선사한다.

늘 욕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닌,
언제나 정제된 언어만 내뱉고 감정을 숨기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소심한 욕이 주는 의외성은 듣는 이에게도 말을 내뱉는 사람에게도 후련함과 위로와 안도를 선사한다.

최근 독서모임에서도 우아함의 대명사인 분께서 책을 한마디로 ’ㅆ‘이 들어가는 문장으로 요약하셨는데 그 한 문장이 어찌나 시원하고 명쾌했는지 모른다. 그건 그녀의 우아함의 기반에서 나오는 의외성이 배경에 깔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왕이 던지는 욕은 서민 친구에게 친밀감을
자존감 바닥을 치는 손녀에게 우리 모두 ‘따까리’ 인생이라는 다정함을 줄 수도 있다.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말의 모양과 의미와 상관없이 도착점에서 따스함으로 바뀔 수 있다.

‘존나’ ‘너무, 매우, 몹시, 퍽, 꽤’ 등의 부사를 놔두고 굳이 뒷말을 강조할 때 쓰는 말.
아닌 거 같은데… 흠🤔

읽으며 앞부분에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들이 생겼는데
수위 조절을 위해 참겠습니다. 🤭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동일 배우가 ‘염병’과 ‘지랄’을 빼고 대사를 한다면? 🫪
대사를 못하셨을 수도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이렇게흥미로운책이라니 #고퀄욕분석 #뉴요커 #욕백과사전 #k컨텐츠 #틈새독서 #우리말출판사 #이응 #NEW욕 #K콘텐츠로한국욕새로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시부야의 초급반 - 열두 번의 낮과 밤, 매일의 공부와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베루스는 ‘주말‘에서 ‘주‘ 자를 한자로 써달라고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나에겐 아주 익숙한 글자였지만, 그는 그 형태를 보고 아주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저렇게 복잡한 글자가 위크Week라니..."

 종일 누워 있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도 언제 어디tota to te나와서도국 매일나기하면갈그래도 해가 뜰 때까지는 침대에서 버텼다. 방이 환해졌고 때마침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갈 곳은 온천밖에 없었다. 온천에서 막 동이 튼 후지산이 보였다. 몇 번 보았다.
고 벌써 배경화면을 보듯 시큰둥해졌다. 풍광을 보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하루나 이틀까지만이다. 몇 번만 접하면 아무리 기가 막힌 광경도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평생 기막힌 경치만 보고 사는 사람 또한 행복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탄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다른 경치를 보러 떠나야만 한다. 적당한 행복을 느끼려면 끝없이 계획을 세우고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눕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낯선 방에 가야 하는, 그것 또한 인생의 굴레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여름을 건너
야프 로번 지음, 박영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읽어보지 못했던 나라의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다.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이며 2021년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고, 2023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랑과 돌봄’의 키워드가 있는 작품으로 가독성이 좋고 책은 홀로 흘러가는데 나 홀로 감정에 머물러 나아가지 못하는 지점이 많았다.

브라이언은 아빠와 형이 뤼시엔이 있는 요양원에 도착한다.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자주 오진 못한다. 원래 있던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옮겨진 뤼시엔. 이 건물이 리모델링을 준비하느라 방을 옮겼다고 했다. 건물 리모델링을 하는 6주간 입원자들 대부분은 잠시 퇴소를 해야 한다는데… 주양육자인 엄마는 신혼여행을 갔단다. 자신에게 양육에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하던 아빠는 6주간의 돌봄에 비용이 지급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태도를 바꾼다. 아버지인 자신이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란다.

브라이언과 아빠는 카라반에 거주하고 있다. 그 임대 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쫓겨나기 직전인데 여기에 어떻게 형을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형을 데려오기 직전 하나 남은 카라반의 임대를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고물상 주인 형제가 감옥이 간 뒤로 아빠가 잠시 카라반 대여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차에 순진한 임차인 에밀이 아버지의 고객이 됐다.

형 뤼시엔과 임차인 에밀 그리고 형의 요양원에 있는 셀마와 관계를 맺는 브라이언. 아버지가 자리를 자주 비우기에 브라이언은 이들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형의 요양원에 가서도 아버지는 담배를 피운다며 형 곁을 떠나 있기에 형과 친구인 셀마와 썸을 타고, 집도 자주 비우기에 형을 돌보는 일을 혼자 감당하며 에밀과 친분이 생긴다. 종종 폭력적이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형을 혼자 돌보는 일을 기꺼이 감당한다. 하지만 사춘기 소년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형을 온전히 돌보는데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엄마는 장애를 갖은 형에 갇혀 살았고, 모든 상황에 남 탓을 하며 회피했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브라이언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며 꼼수를 부리는 아버지와 살며 그들이 던진 상황을 감당하며 산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하지만, 브라이언은 원망을 하지 않는다.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악한 방식을 택하지 않는 지혜를 발휘한다.

집주인의 압박과 형의 돌봄. 에밀의 상처를 건드리는 아빠. 브라이언은 미래는 어떻게 될까?

”루시엔한테 해주는 것처럼 내 손가락들도 쓰다듬고 싶어요?“ 내가 손을 내밀며 물었다.
”네 손가락은 네가 쓰다듬을 수 있잖아.“ 엄마가 숨죽여 낮게 말했다. 139p

엄마 아빠의 행동이 과하지만, 일정 부분 그들의 회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 곁에 사랑스러운 브라이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았을 텐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사랑과돌봄 #부모의자리 #돌봄의자리 #장편소설 #신간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