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유래혁 지음 / 포스터샵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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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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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p>

역주행하는 소설이라길래 읽었어요.

시설에 살고 있는 류이치는 학교에 갈 때면 일부러 아주 먼 곳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곤 했는데 버려진 정류장에서 갑자기 한 승객이 버스에 오른다. 긴 머리카락의 소녀는 수많은 빈자리 중 하필 류이치 곁에 앉았다.

❛너 시설에 살지? ❜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는 그녀.

내가 시설에 사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가 내가 시설에 사는 것을 알다니… 그리고 학교가 아닌 정류장에서 휙 내려버린다.

그리고

사라진 내 지갑… 🤷‍♂️

지적인 향을 풍기는 차분한 여자애와 활동적이고 약간은 산만해 보이는 거구의 남학생. 그리고 아무런 특징도 찾아볼 수 없는 중간인 나. 32p

유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유도하는 소년 다이스케와 어릴 때 언니를 잃은 카노코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무척이나 돈독한 사이다. 그 둘 곁에 류이치가 함께하게 된다. 카노코를 향해 감정이 생겨나지만 그 둘 사이를 뚫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3명의 무리를 지을 때 늘 느끼는 고독감과 카노코에게 품은 감정도 차마 표현하지도 못한다.

늘 열려있는 류이치의 사물함에 잃어버린 지갑이 다시 찾아오고,
버스 소녀가 나타난다.

❛A동, 5층. 토요일 방과 후에 봐.❜

첫 만남의 질문에도 대답을 요하지 않더니, 이번 쪽지도 일방통행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를 만나러 간다.

아카리. 처음 만났을 때도 번쩍 나타났다가 사라지더니, 깜짝 쇼를 즐긴다.
이번에 고작 두 번째인데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둘.

깜찍한 계약금을 제시하더니 지금까지 훔친 지갑을 팔러 다니는 일을 함께하잔다. 😳

그녀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계획을 들었을 때 류이치는 마음이 흔들린다. 자신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겠지?
절반의 딜로 시작한 전당포 투어.

그렇게 류이치는 타츠키가 되고, 아카리는 미카가 된다.
타츠키와 미카라는 어른의 신분이 되어 어른의 일을 해보자고 요청하는데…

지겨울 만큼 기나긴 겨울.
12월을 고작 하루 앞둔 일요일.
꼭 쉰한 번째 전당포 투어.
잠시 화장실을 간다던 아카리는 홀연히 사라졌다.

제멋대로 사라지고, 제멋대로 찾아왔던 아카리.

엉망인 류이치는 두 친구들 덕에 그럭저럭 생활을 이어가는데, 학교로 찾아온 낯선 이들로부터 아카리의 소식을 듣는다.

그녀가 머물렀던 202호
사진 뒷면에 적혀 있던 희미한 글씨체로 적힌 류이치의 이름.
그녀는 수족관에서 벗어난 걸까?

나도 한참이나 그렇게 살아 봤으니 충분히 이해해. 그런데 그렇게 살면 오히려 더 피곤하다는 거 알아? 회색 같은 사람이니까, 사람들은 자기들 멋대로 기억해 버리거든. 아침이 오면 하얗다고 말하고. 밤이 오면 까맣다고 말해도 얼추 맞게 되잖아. 속으로 ‘쟤는 그럴 거야’ 하고 넘겨짚기도 쉽고. 그리고 그게 또 어느새 사실이 되어 있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도. 162p

류이치 군은 오래 살아온 제가 보기에 다른 아이들보다도 충분히 건강해 보여요. 그러니 자꾸만 더 건강해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알았죠? 221p

너도 알겠지만 괴로운 과거라는 건 있지. 커다란 수족관 같이서 고작 그런 행위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저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리듯, 잠시 가려졌던 것뿐이야. 264p

일본 이름을 사용해서 일본 소설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일본 청춘 로맨스물과 비슷한 느낌이라 그 이름을 사용하신 게 더 어울린다 싶었다. 시설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라 감정이 힘들지만, 곁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어 감정의 과몰입을 막아주는 장치까지 지혜로운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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