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2021년에 읽고 쓴 리뷰 : 나의 얕은 지식과 어휘력으로 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거론하신 작품 중에 모르는 것들이 있었고, 쓰신 글의 표면적 의미만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고 썼다.

여전히 같은 상태이지만 21년도에 비해서 작가가 언급한 문학 작품 중 내가 읽은 책들이 있어 문학 작품 언급하며 쓰신 글의 이해가 조금 올라갔다. 시간이 더 지나서 읽으면 이해되는 부분이 더 많아지겠지.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되었지만, 아주 오랜 기간 기록한 책이라 작가 초창기의 글 스타일부터 2019년도까지의 글 느낌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20대의 글은 어둡지만 유머가 있었고, 30대는 사회적 아픔을 몸소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글. 거기에 산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까지 더해진 작품이다. (2025년 <안녕이라 그랬어>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 작가의 단편집을 한꺼번에 모아두고 읽은 후 내가 김애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

정래를 정래라 하지 않고 증래라 부르는 충청남도 산골에서 자라, 기분이 좋을 때면 저보다 세 살 많은 배우자를 ‘증래야, 증래야’라고 부르는 여자와 결혼하셨다. 해마다 명절 때면 큰집 마루에 민래, 필래, 일래, 청래, 완래, 성래, 윤래 등의 이름을 가진 영장류가 모여 조상들께 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한쪽에선 ‘래’자 돌림 남자들의 아내들이 둘러앉아 의성 김씨 욕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 우리 엄마 목소리가 제일 크다. 91p / 2009년

초는 처음이란 말. 그러나 ‘비로소’란 뜻도 있다. 177p

데뷔 초, 저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너무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루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무거운 사람이 아니지’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고, 스스로 재치에 우쭐거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역사를 공부하고 또 경험하며 때론 농담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게 동시대인들의 죽음과 연관될 땐 더 그렇다는 것도요. 그러니 만일 언젠가 제 소설에서 명랑한 세계가 가능했다면 그건 제가 특별히 건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특별히 밝은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찧고 까불며 놀 수 있는 마당을 선배들이 다녀줬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내 농담이 선배들의 진담에 빚지고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132p 2016년

어찌 보면 쉬운 말 같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처럼 단순한 말들을 어렵게 이해해가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요즘 나는 ‘우리는 누군가와 반드시 두 번 만나는데, 한 번은 서로 같은 나이였을 때, 다른 한 번은 나중에 상대의 나이가 됐을 때 만나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146p 2014년

원래 덕이란 원인과 결과를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153p

연호관념사전 <- 그녀의 재치가 돋보이는 글 2011년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 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 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작가라 ‘이해’를 당위처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나 역시 치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다. 나란 사람은 타인에게 냉담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렇게 애쓰지 않으면 냉소와 실망 속에서 도리어 편안해질 인간이라는 것도 안다. 타인을 향한 상상력이란 게 포스트잇처럼 약한 접착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도 우리가 그걸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 얇은 포스트잇의 찰나가 쌓여 두께와 무게가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252p 2017년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인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이해가, 경청이, 공감이 아슬아슬한 이 기울기를 풀어야 하는 우리가 할 일이며, 제도를 만들고 뜯어고쳐야 하는 이들 역시 감시와 처벌 이전에, 통제와 회피 이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인지도 몰랐다. 269p 2014년
// 21년, 26년 두 번 픽 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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