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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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살던 동갑인 사이와 어린 나이에 장래 약속을 하고 결혼을 했으나 아내는 아이를 낳지 못하던 차에 환경을 바꾸면 달라질까? 하는 기대감에 아마존 개발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 너무도 척박한 환경에 자신들의 체질을 바뀌기는커녕 아내는 이름 모를 열병에 시달려 죽는다. 그때부터 원주민 수아르족과 함께 지내며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원주민 친구가 생기고 그들 못지않게 밀림에 적응하게 되었는데 그는 수아르족이었으나 동시에 수아르 족이 아닌 사람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문명이 점차 그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그들을 떠나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

이딜리오에 자리를 잡고 치과 의사의 도움으로 연애 소설을 천천히 읽으며 살아가던 중 백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책 읽기를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앨 이딜리오의 유일하게 교육받은 경험이 있어서 유일한 공무원이 된 뚱보 읍장이 무조건 이 살인의 범인을 원주민의 탓으로 돌리려 할 때 논리적인 추리력으로 가해가 동물임을 밝혀낸 것이 문제였다. 백인의 시체가 발견되면 또다시 원주민에게 향할 읍장의 추리를 막아서야 했기 때문.
결국 읍장은 노인이 추리한 ‘암살쾡이’를 잡으러 가는 팀에 노인을 합류 시키고, 함께 늪으로 향하는데… 암살쾡이는 잡지 못하고 고단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면서 자신의 권위를 잃은 읍장은 노인에게 혼자 남아 암살쾡이를 처리하라는 제안을 하고 수색대 중 노인만 남기고 철수를 하는데..

정글 한복판에 홀로 남은 노인.
자연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인간이 먼저 시작한 싸움에 아이들을 잃고 죽음을 앞세우며 달려드는 암살쾡이를 과연 잡을 수 있을까?
노인은 계속 연애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노년의 삶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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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인은 삶의 지혜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자신에게도 그런 미덕이 찾아오리라고 기대했고, 내심 그런 미덕이 주어지길 간절히 기원했다. 물론 그가 기대하는 미덕은 그를 과거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지혜이자 스스로 만든 덫에 빠지지 낳도록 만들어 주는 지혜였다. 100p

「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 」 160p

책을 덮으며 책 <제임스>의 장면이 떠올랐다. 선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판사는 흑인들에게 조금의 휴식 시간과 가혹한 체벌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에게 선한이란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 결코 그에게 흑인이 자신과 동일한 인간이라는 생각은 없다는 것. 노인이 수아르인과 함께 살았지만, 수아르인이 되지 못했던 것과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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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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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은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지고 아버지마저 사라진 상황에 어린 누이동생과 얼떨결에 남쪽에 있는 이전까진 알지 못하던 친척 아저씨와 살게 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저씨 농가에서 숨어 지내다 농사꾼으로 재미를 붙이며 살아갈 무렵 아저씨가 군대에 입대 시켰고, 3년 동안의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제대 후 돌아왔을 때 누이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서 없었고, 아저씨의 권유로 결혼을 하게 되는데 아내가 4개월 만에 아이를 낳고 과일 장수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치고 만다.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존재군. 그들과 멀리해야만 평화롭겠어! 결심하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선 행운이 따르는데 하나는 플랑슈가에 있는 7층에 아주 작은방을 얻은 것과, 은행의 경비원으로 취직된 것이다. 늘 같은 생활을 30년째 하게 되는 동안 그가 거주하는 곳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이사를 간다.

1984년 8월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실내화를 신고,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 공동변소를 가기 위해 타인과 접촉을 피하려 문에 귀를 기울였다 문을 열었는데..

복도에 갈퀴 발톱을 한 빨간 다리를 보이며 비둘기가 앉아 있다.
그는 죽을 만큼 놀랐다. 두근두근 쿵쿵! 세상에 용변을 나의 세면대에서 해야만 하다니!
여기서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짐을 챙겨 호텔로 가야 한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간신히 집에서 탈출한 조나단은 은행 업무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30년 동안 한 번도 실수가 없었던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비둘기! 이놈 때문에

부득이하게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는 거지로 인해 강해졌던 조나단은 비둘기 똥에 무너지는가~

이런 스트레스엔 걷는 게 최고지! 걸어볼까요. 걸어볼까요? 걸으며 상쾌함을 느끼긴 하지만, 못에 걸려 바지가 찢어지는 불운까지 겹치고 나니 분노가 차오른다. 다행스럽게도 수선집을 떠올리지만, 당장 수선이 불가능하단다. 오 마이 갓~

모든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아.. 괴로움에 온몸이 가렵고 땀이 흘러내려서 경비 업무에도 집중할 수가 없는 조나단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제로책방 #책리뷰_책기록_책추천_북스타그램_단편추천_불안_무너진일상_회복탄력성

조나단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 하지만, 전쟁 통에 고아가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행스럽게도 조나단은 어린 여동생과 함께 친척 집에 보내져 보살핌 속에서 살아간다. 길에 홀로 버려진 아이들이 많았을 텐데, 그런 불운을 겪지는 않았다. 결혼이 불행하긴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내는 누군가의 아이?(조나단이 아부지 아닌 것은 확실)를 낳고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가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이를 두고 가진 않았네?
오로지 독립된 성인으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 파리행인데 무려 30년간 무탈한 게 천운 아닌가? 아무리 내가 정신 차리고 살아도 다양한 형태로 일상을 파괴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렇게 노후된 건물이면 누수 문제가 발생할 법도 한데… )
너무 평온한 삶만 추구한 사람에게는 ‘비둘기의 출현‘이 어마어마한 이벤트일 수 있겠다. 인간은 적당히 실패를 경험하고 거기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점차 키워가는 게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나단의 삶은 너무 평온했구나.. 이제라도 색다른 경험을 하시며 살아가길. 치매 예방엔 새로운 경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요. 이 상태로 더 살면 치매 걸릴 가능성이 너무 높기에 하늘이 그대에게 준 선물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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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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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전 표지 그림 / 개정판 내지 그림은
스페인 대표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 라스 메니나스>
마드리드 궁의 큰 방에서 마르가리타 공주를 담은 작품이다. 그녀 주위엔 그녀를 담당하는 시녀들, 샤프롱, 호위병 그리고 두 명의 난쟁이들이 있다. 이들은 공주의 초상화가 그려지는 동안 공주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모리스 라벨 작.
프랑스 예술계의 후원자였던 폴리낙 공작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처음엔 느린 템포로 연주되었으나, 한 피아니스트의 의견으로 빨라졌다고 한다.

잘생긴 아버지로 인해 스토리 있는 인생을 사는 나와
아름다운 외모의 엄마를 둔 요한.
그리고 못생긴 외모로 고통받는 삶을 사는 그녀의 이야기.

잘생긴 남자는 그 값을 한다는 옛말 (옛날 말이라고 못 박고 싶다. 남자들이 자유롭던 시절엔 이 잘생김의 활용도가 많았다. 잘생긴 남자가 열심히? 일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인가? 싶었던 시절)
얼굴이 예쁜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는 옛말(가족들의 철저한 보호가 있지 않는 한 밀려드는 남성들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들었다. )

잘생긴 아버지는 배우라 칭하고 한량이라 여기면 된다. 누가 봐도 외모의 차이가 나는 어머니가 집안 살림을 모두 꾸려가는데 그래도 성격은 좋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아버지 배우로 이름을 알려 돈과 명예가 생기자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을 외치고 떠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머니는 이모가 사는 바닷가 마을에서 함께 일을 하며 주저앉지 않고 일어선다. 나는 ❛공부❜를 핑계로 홀로 집에 남아 작가 지망생이자 백수로 살아가던 중 친구의 권유로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말하는 게 인생 2회차로 보이는 요한을 만나 퇴근 후 술 한잔하며 친해진다. 알고 보니 낙하산? 백화점 지하에서 일하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어여쁜 어머니는 혼외자로 요한을 낳고 ❛기다려 곧 너랑 결혼할 거야❜를 기다리며 본처를 피해 일본 한국 일본 한국을 오가다가 ❛너보다 더 예쁜 여자❜로 향한 남자의 말에 비관하여 요한만 세상에 남겨진 상황이었던 것.

엘리베이터 걸이 있었던 한국에 소비의 열풍이 불던 시절. 백화점은 늘 붐볐고, 예쁘고 화려한 이들이 가득한 장소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한 여성이 있었다. 가정의 형편이 어려워 여상에 들어가 공부를 꽤 잘했지만, 외모의 문제로 취직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경험을 갖은 그녀. 남자들의 접근은 언제나 그들간의 내기 벌칙의 타깃으로 경험했던 그녀에게 호감을 표한 그.

그와 그녀의 조심스러운 연애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요한. 둘 또는 셋의 모임을 이어가던 중 다시 학업을 해야겠다고 대학으로 돌아간 그의 빈틈에 그녀도 요한도 떠나는 일이 발생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장편소설추천 #레트로감성 #외모지상주의 #자본주의 #열등감 #북스타그램 #박정민배우추천도서 #b급감성 #낭만사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가는 거야. 240p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이 순간 세상의 평균은 올라간다. 누군가를 뒤좇는 순간에도 세상의 평균은 그만큼 올라간다. 326p

풋풋하고 진한 사랑과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 낭만 가득했던 80년대 20대들의 이야기 속에서 애틋함과 따스함을 불러오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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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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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협찬도서
#크리스틴 해나
#공경희_옮김
#알파미디어 @alpha_media_books

<687p>
아마도 나의 올해의 소설일 듯
대화체가 많아 페이지 분량에 비해 글의 양은 많지 않고, 가독성이 무척 좋아 금방 읽음.
책이 너무 재밌어서 잠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함.
추리소설 읽을 때만큼의 몰입감!

단골 책방에서 알게 된 분께서 처음으로 디엠을 보내셨다. 이 작가의 책이 좋아서 몇 권 읽었는데 <나이팅게일>이라는 책이 최고인 거 같다고.. 번역서가 절판되었었는데 최근 한 출판사에서 재출간해서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셨다. 넘치도록 좋은 책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했고 감사히 당첨이 됐다.

2차 세계대전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파리와 그 근교에 거주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비안느와 이사벨은 무려 10살 차이가 나는 자매다.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변한 아버지는 자매들이 14살 4살이 되던 해 부인의 죽음으로 완전히 더 망가져버렸다. 아버지 노릇을 바로 포기하고 낯선 곳으로 보낸다. 비안느는 16살이 되던 해에 임신을 하고 가정을 꾸려 독립했지만, 이자벨은 이후에도 거처를 옮기며 살아간다.

전쟁이 발발되고 비안느의 남편 앙투안도 전쟁에 참전하러 떠난다. 곧 집에 돌아오리라 믿고 떠난 여정이었다.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딸 소피를 지켜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사벨은 이번에도 쫓겨나 아버지에게 갔지만, 역시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었다. 언니에게 보내졌으나 언니도 자신을 기꺼이 받아줄 마음은 없어 보인다.

자매 사이에는 항상 이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비안느는 규칙을 따랐고 이사벨은 반항했다. 어린 시절 슬픔에 젖어서도 그들은 감정을 다르게 표현했다. 어머니가 죽은 후 비안느는 조용해졌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다. 반명 이사벨은 생떼를 부리고 달아났고, 관심을 요구했다. 마망은 언젠가 자매가 단짝이 될 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142p

독일인 장교의 거처가 된 비안느의 집.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장교에서 협조적인 비안느와 날카로운 말로 독일인 장교와 대립하는 이사벨. 그런 이사벨의 행동으로 소피를 지키는 게 어려워질까 두려운 비안느. 친절한 장교가 요청한 명단 작성으로 자신의 절친이 유대인 명단에 올라간 일로 괴로워하게 되는 비안느는 이 일로 변할까?

이 답답한 상황에서 자신의 할 일을 발견한 이사벨은 언니를 떠나 파리로 향하고 목숨을 담보로 추락한 조종사들을 피레나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탈출시키는 엄청난 일을 수행한다.
비안느도 꽤 신사적인 독일인 장교 벡 덕분에 절친인 라셀의 아이를 맡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유대인 아이들을 구하는 일에 뛰어들게 되는데..

점점 독일인들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나이팅게일’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게슈타포.
설상가상으로 비안느 집에 머물고 있는 벡을 두 자매의 협공으로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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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로시뇰이에요.”
“아, 프랑스어로 나이팅게일(밤꾀꼬리로 불리는 새의 종류)이군요.” 64p

그는 세계대전에 참전하겠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근심했다고, 그가 싸운 것이 가족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괴로워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변해서 돌아왔는지 알았고, 고통이 그를 가족과 더 가까워지게 한 게 아니라 갈라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전쟁은 그를 ‘망가뜨렸다.’570p

전쟁은 여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전쟁에서 여자들도 많은 일을 했음을 매력적인 서술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의 차이란?
죄책감을 이기며 살아가는 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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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노나 페르난데스 지음, 조영실 옮김 / 가망서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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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어머니가 기절하기 시작하며, 어머니 뇌를 검사한 화면에서 밤하늘의 풍경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삶의 기억이 뇌 속에서 일종의 별자리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 저자는 이 일로 아타카마 사막의 지상 최고의 별 관측소로 데려간다.
피노체트 정권 중 이 사막에서 26명의 사망자에 대해 별자리 이름을 붙여주는 국제앰네스티 프로젝트에 한 별자리의 대모 역할을 하게 되며, 삶을 천문학적 요소로 엮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한다.

출간 배경
피노체트는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후 7년간 칠레를 폭정의 굴레로 몰아넣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그 기간에 정치적 이율 살해된 사망자는 3,200여 명, 불법 구금과 고문 등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약 20만 명이 추방당하거나 망명해 고국을 떠났다. 피노체트는 칠레 역사에 남아 있는 거대한 트라우마의 이름이다.
페르난데스는 1971년생으로, 쿠데타 2년 전에 태어나 티노체트 중권이 종식된 1990년에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르난데스는 “독재의 딸‘로서 발화하고 활동한다. 왜일까.
민주화가 되면 왜 그런 일들이 명확해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답이 따라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쓰는 일은 답을 찾는 탐구였다고 한다.

’별‘이라는 모티프를 매개로 만날 것 같지 않았던 두 영역의 상실이 나란히 놓인다. 어머니가 잃어버린 순간들, 그리고 죽임당한 사람들의 인생. 그 블랙홀들은 어떻게 다시 현재의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179~182p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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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빛이 현재에 자리 잡아 무시무시한 어둠을 등대처럼 밝혀준다. 18p

우리 몸속에 있는 그 도서관은 선조들이 남겨준 유전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몸속에 과거로부터 온 수억 가지 이야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안을 순환하는 메시지, 우리를 안내하고 결국 우리의 행동 방식을 이루는 별자리를 지니고 있다. 37p

별은 죽은 별들의 별 먼지로 만들어진다. 그들은 우리의 현재에, 수천억 년간 우주에서 이어진 무수한 세대의 경험을 빛으로 비춘다. 이 빛의 계주 안에서 죽음은 그저 잠시 지나치는 정거장일 뿐이다. 54p

나는 우리 자신의 사건의 지평선을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그 지평선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생각해 본다. 그 경계를 넘어 공으로 사라진 것들, 어둠의 힘에 빨려 들어가거나 바깥으로 밀려난 것들, 영원히 자리를 잃은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 배제된 이름들,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 집단들, 숨겨진 참사들, 제거된 의견들. 그러자 다시 한번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인 블랙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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