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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 페르난데스 지음, 조영실 옮김 / 가망서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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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어머니가 기절하기 시작하며, 어머니 뇌를 검사한 화면에서 밤하늘의 풍경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삶의 기억이 뇌 속에서 일종의 별자리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 저자는 이 일로 아타카마 사막의 지상 최고의 별 관측소로 데려간다.
피노체트 정권 중 이 사막에서 26명의 사망자에 대해 별자리 이름을 붙여주는 국제앰네스티 프로젝트에 한 별자리의 대모 역할을 하게 되며, 삶을 천문학적 요소로 엮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한다.

출간 배경
피노체트는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후 7년간 칠레를 폭정의 굴레로 몰아넣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그 기간에 정치적 이율 살해된 사망자는 3,200여 명, 불법 구금과 고문 등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약 20만 명이 추방당하거나 망명해 고국을 떠났다. 피노체트는 칠레 역사에 남아 있는 거대한 트라우마의 이름이다.
페르난데스는 1971년생으로, 쿠데타 2년 전에 태어나 티노체트 중권이 종식된 1990년에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르난데스는 “독재의 딸‘로서 발화하고 활동한다. 왜일까.
민주화가 되면 왜 그런 일들이 명확해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답이 따라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쓰는 일은 답을 찾는 탐구였다고 한다.

’별‘이라는 모티프를 매개로 만날 것 같지 않았던 두 영역의 상실이 나란히 놓인다. 어머니가 잃어버린 순간들, 그리고 죽임당한 사람들의 인생. 그 블랙홀들은 어떻게 다시 현재의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179~182p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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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빛이 현재에 자리 잡아 무시무시한 어둠을 등대처럼 밝혀준다. 18p

우리 몸속에 있는 그 도서관은 선조들이 남겨준 유전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몸속에 과거로부터 온 수억 가지 이야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안을 순환하는 메시지, 우리를 안내하고 결국 우리의 행동 방식을 이루는 별자리를 지니고 있다. 37p

별은 죽은 별들의 별 먼지로 만들어진다. 그들은 우리의 현재에, 수천억 년간 우주에서 이어진 무수한 세대의 경험을 빛으로 비춘다. 이 빛의 계주 안에서 죽음은 그저 잠시 지나치는 정거장일 뿐이다. 54p

나는 우리 자신의 사건의 지평선을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그 지평선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생각해 본다. 그 경계를 넘어 공으로 사라진 것들, 어둠의 힘에 빨려 들어가거나 바깥으로 밀려난 것들, 영원히 자리를 잃은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 배제된 이름들,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 집단들, 숨겨진 참사들, 제거된 의견들. 그러자 다시 한번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인 블랙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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