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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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간은 어떤식으로 흘러갔나요?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그 세상이야말로 과거와 미래가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마치 지금의 손님처럼 말이죠.
열다섯의 몸으로 서른둘의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에는 정 반대였죠. 서른둘의 육체로 열다섯의 그날을 늘 아쉬워했으니까요.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니면 양쪽 모두지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현재는 없죠.”

17년을 사랑했던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앞두고, 나우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사랑하는 하제에게 그들을 만났다고 말하지 못했다. 19살 하제와 나우는 이내를 떠나보내는 큰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 형제처럼 지냈던 이내. 그런 이내와 하제는 15살에 만나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에게 소중한 하제가 떠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원래 하제와 이내의 만남엔 나우 엄마의 심부름으로 인한 것이었다. 게임에 몰두하지 않고 나우가 직접 나갔었더라면?

내가 원하는 순간으로 타임 슬립을 가능하게 하는 칵테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고 지키기 위한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드라마 <나인>을 떠올리게 하는 이희영 작가의 신작 <셰이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청소년과함께읽는책 #타임슬립 #돌아가고싶은과거는 #만약의세계 #신간도서추천 #북스타그램 #가독성좋은책 #장편소설






미래를 보여 주는 건 그리 중요치 않았다. 정해진 미래대로 가는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지는 결국 행동의 문제니까. 173p

조명이 비추는 곳은 환하고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과 행복, 감사와 평안, 아니면 불안과 우울, 조절과 비통, 생각의 조명이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유독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겠죠. 199p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253p

- 인생에서 뒤늦은 ‘if’는 의미 없는 상상에 불과했다. 그 길로 갔더라면, 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고, 아니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지나간 if는 삶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 - P82

평생을 오직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많은 ’나‘들이 찰나에 존재했다. 덧없이 사라지고 다시 존재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탈피하고 그 껍질을 버리는 갑각류처럼,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P97

"돌아갈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을까요? 어제는 오늘의 과거입니다. 내일의 과거는 오늘이지요. 내일은 그다음 날의 과거가 됩니다. 우리는 늘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니, 오늘 뭔가를 한다면 내일이 바뀌지 않을까요? 과거는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일매일 살고 있을 뿐입니다.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은 오후가 되는 즉시 과거가 되고, 오후는 밤이 되는 순간 과거가 되니까요. 우린 과거에 살지만, 정작 그 과거를 바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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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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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가? AI 인가? 의심할 정도도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김동식 작가님의 첫 에세이!
단편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리 짧은 글들을 계속 읽는 건 무리였기에, 나온 작품을 다 쫓아가진 못하고 몇 편을 읽었는데 작가님의 무한한 아이디어에 늘 놀란다. 종종 꿈에서 그렸던 일들을 글로 만나기도 했고, 소름 돋는 글들에 놀라기도 했는데 다정한 글도 있어 반갑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이 작품은 작가님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따스하게 만들어준 책이라고나 할까?

작가님 참 건강한 사람이다.
몸은 어떤지 잘 모르겠고
생각이 건강한 사람. 다른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 참 멋지다. 건강하다. 이런 멋진 어른이 아이들을 만나러 자주 강연을 다니셔서 고마운 마음.

Pc방에서 책 쓰는 사람.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으려고 40분 걷는 사람.
길 걷다가 ‘도를 아십니까’에 많이 붙잡힐 것처럼 생긴 외모. <- 이런 외모는 어떤 외모인가? 궁금해짐.
강연장에서 쉬운 사람.

이는 책에서 작가가 자신을 소개한 내용들이다.
건강한 생각을 만나고 싶은 분께 권하는 책.


사람을 믿어서 상처받은 기억과 보상받은 기억이 혼재한다. 누구나 그렇다. 보상이란 흔히 눈에 보이지가 않고 상처보다는 힘이 약해서 인지하기 어려울 뿐, 둘 중 하나만 있는 삶은 없다. 타인을 믿음으로써 내가 얻는 보상은 절대 적지 않다. 상처도 작지 않은 게 문제일 뿐이지. 그래서 난 선을 만드는 게 좋다고 보는 거다. 믿을 사람과 안 믿을 사람을 구분 지어놓으라는 게 아니라, 사건 자체의 선을 말한다. 뒤통수를 맞더라도 타격이 작은 사소한 일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내고, 타격이 큰일에는 무조건적인 경계를 취하는 거다. 20년 지기의 큰 제안은 의심하고, 일주일 전에 만난 동료의 작은 제안은 믿어주는 식이다. 믿을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믿어도 될 사건이 따로 있을 뿐이다. 사건의 경중에 집중하는 게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87p

어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원래 어떤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원래부터 어떤 사람인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내가 관리하고 싶은 내 이미지는 분명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모습일 테고, 그럼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한 관리는 절대 나쁜 게 아닐 거다. 가식도 죽을 때까지 행하면 진짜가 된다지 않은가. 130p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해 불안하다면, 지금 난 시간의 위대함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163p

+ 선한 요다 출판사 흥!해라.
+ 김민섭 작가님의 선함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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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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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편의점
#유철현_지음
#돌베개

<299p><별점 : 3.9>

아무튼, 편의점 아니죠~ 어쩌다 편의점입니다. 제철소 아니고 돌베개에서 나온 책이라죠.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을 읽고 웃으셨던 분?
그런 유머가 그리우신 분?
이 책입니다. 이 책!!
빵빵 터지는 유머.
2010년부터 편의점 홍보맨이 되어 편의점 인간으로 사는 분이 쓴 편의점에 관한 책.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유머가득도서 #아무튼술과비슷한유머 #에세이추천 #편의점이란 #노란책탑 #두권은아직안읽음 #나달의루틴찾아봐야지 #힘든책중쉼쉬게해준책 #좋은글많은데글자수제한아쉽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서브를 넣을 때 자신만의 복잡한 루틴이 있다. 발바닥으로 땅을 고른 뒤, 라켓으로 두 발을 털고, 엉덩이에 낀 바지를 뺀 다음, 양쪽 어깨와 귀 코까지 만진 뒤, 서브를 넣는다. 테니스는 경기 중 수십 번의 서브를 넣는데 이런 행동을 매번 빠짐없이 한다는 게 놀랍다. 어떻게 바지가 엉덩이에 계속 낄 수 있지?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신기하다. ‘나달 씨, 그냥 헐렁한 바지를 입지 그래요?’ 심지어 이 서브루틴 외에도 항상 똑같ㅇ느 높이로 양말 신기, 경기 중 라인 밟지 않기, 라인 넘을 때는 오른발로 넘기, 음료수의 상표가 밖으로 향하게 놓기 등 12가지 루틴이 더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넘어 그의 신경쇠약을 걱정하게 된다.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루틴이 다 있다. 회사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그 스펙트럼은 매우 다채롭다. 항상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 들고 출근하는 K부터 집중이 안 될 땐 물티슈로 책장을 닦는 E, 매시간 정각에 아들의 사진 동영상을 보는 S까지. 매일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는 Y팀장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화장실로 가 큰일을 본 뒤 가벼운 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그가 자기만의 루틴이라며 돌연 나에게 똥밍아웃을 했다).
나 같은 경우 출근길 지하철 4호선에서 EBS 라디오의 <입이 트이는 영어>, 2호선으로 갈아타며 <귀가 트이는 영어>를 듣고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매일 바복되는 기시감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급이다. 영어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이고 지적 능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퇴행하는 듯하지만, 왠지 그렇게 해야 하루를 더 힘차게 시작하고 또 알차게 마무리하는 것 같다. 157-8p

도시락 먹을 땐 식당, 커피 마실 땐 카페, 크림빵 먹을 땐 빵집, 딸기 살 땐 과일 가게, 감기약 살 땐 약국, 택배 보낼 땐 우체국, 소주 마실 땐 포장마차, 위급 상황일 땐 파출소, 택시 탔을 땐 이정표가 된다.

편의점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 앱으로 재고 조회도 가능하다는 사실. 아이들에게 길을 잃거나 하면 근처 편의점을 찾아가라고 알려주면 되는구나. 이제. 바로 경찰서로 연락이 가는 시스템이 있는 줄 몰랐어요~.

편의점 어디까지 이용해 보셨나요?
슈퍼나 대형마트와는 다른 편의점 쇼핑의 재미!
주로 책택배를 이용하러 가는 편의점인데 더 다양하게 이용해봐야겠다는 생각.

이 책 재밌는데 소문나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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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송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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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작가의 추천으로 읽은 작가의 작품 <밤의 우리 영혼을>이 무척이나 좋았었다.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작품이 많지 않은데 그 작품은 지금도 내가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이 떠오를 정도다. <플래인송>은 정혜윤 작가님의 추천이며 잔잔하고 마을의 따스함을 그린 소설이라는 평으로 시작했다.
나에게 이 작품은 전혀 잔잔하지 않았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충격과 공포 끝엔 분노까지 유발했다. 나에겐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 고래는 비현실적이라 분노하진 않았는데 이 작품은 현실적이기에 끝내 분노의 감정까지 경험했다. 결론은 독서모임으론 적절한 책이라고나 할까? 다양한 의견을 불러오는 책은 독서모임이 무척 재미나기 때문.

고등학생인 빅토리아는 댄스 모임에서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다. (장소가 괜찮을 리가 있나…😮‍💨) 콘돔이 찢어진 것을 알았지만 후속 조치는 하지 않는다. 입덧을 시작하고 엄마가 그녀의 임신을 알아챈다. (이 아이는 임신이라는 개념도 갖고 있지 않는 상황. 모른척하고 싶은 방어기제랄까..) 그리고 딸을 내쫓는다. 😰
빅토리아는 학교 선생님 존스의 집으로 찾아간다. 아픈 아버지와 둘이 사는 존스는 그녀를 받아주고 돌봐주지만, 치매 증상이 있는 그녀의 아버지로 인해 거처를 옮긴다. 이 마을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목장을 운영하며 사는 할아버지 형제가 있다. 그들은 학교를 다닌 적도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지도 않지만 존스가 빅토리아를 믿고 맡길만한 분들이다. 처음으로 낯선 누군가와 지내는 것이 어색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존스처럼 학교 선생이면서 마을의 잡다한 일들을 하며 사는 거스리라는 인물이 있다. 우울증이 심각 단계인 부인과 9살 10살 연년생의 아들과 함께 산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신문 배달을 하고 아버지의 험한 일들도 돕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방치되기에 고등학생들의 무분별한 성관계를 목격하기도 하고, 위험한 일이 노출되기도 한다. 결국 엄마는 이모의 곁으로 떠나고 더 많은 시간을 둘이 보내게 되는데…

나를 봐서 한 번만 해줘.
넌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젠장. 사랑한다면 나한테 이런 짓을 시키지 않을 거야.
강요하는 게 아냐. 그저 부탁하는 것뿐이야.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됐어. 샬린. 빌어먹을 억지로 할 건 없어.
화났어?
걔한테 벌써 말했단 말야. 이제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좋아. 널 위해서 할게.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냐.
알아, 내가 걔한테 말할게.
넌 고마워해야 해, 젠장.
고마워하고 있다고.
😳🥶😱🤯🤬
역대급 충격!! 이 놈이 나중에 아이크와 보비 형제에게 한 일은 정말 !!!! 끔찍한 분노 유발. 그 여자친구란 아이도 ????
이 남자 아이의 부모는 더 끔찍해!!!

거스리 씨의 거슬리는 부분 우울증이 심각한 아내가 힘들었다는 것은 이해한다. 이 책의 이전에 그를 극복하게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학교에서는 교장이나 누구의 권유에도 자신의 기준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끝까지 밀고 가는 뚝심 있는 사람인데 가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 아내와 이혼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여자를 만나는 것도 😤

마지막에 할아버지 형제와 빅토리아의 출산의 훈훈함이 없었다면 어쩔 뻔~~~
그래도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목장일을 하고 막 달려와 작업복 상태의 할아버지에게 안기면 큰일 나요~~~~~~~~~~ 😢

그런 걱정은 그만하렴. 우리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 넌 그저 네 몸만 신경쓰고 네게 필요한 일만 하면 돼. 그리고 혹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알려주야 해. 우리는 이런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우리는 어떻게 널 도와야 할지 모른단 말야. 434p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이런, 난 아기를 안을 줄 몰라.
하실 수 있어요.
아기를 다치게 하실 리 없어요. 자 어서요. 아기 머리를 손으로 받쳐야 해요.
그는 하얀 병원 담요에 싸인 아기를 받아들고는, 아기가 단단하긴 하지만 깨지기 쉬운 도자기라도 되는 것처럼 겁을 내며 아기를 안은 팔을 자신의 늙은 얼굴 앞으로 멀찍이 뻗었다. 440p

반면교사로 삼을 인물이 가득함.
다시 느끼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짖을 하는 것을 못 견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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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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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고 많은 분들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이상하게 나랑 인연이 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나에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그중의 하나였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독서모임이 예정되고,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책의 띠지에 떡!하니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스토너>를 이을 모던 클래식이라 적혀 있으니.. (부족한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고 싶은 호스트랄까…)

인종 문제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가 탁월함이 더해진 한 여인의 슬픈 개인사라는 것이 <흐르는 강물처럼>과 일치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모두 비슷한 시기의 거의 같은 주제의 이야기들이다. 다만,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이들이 함께이고, 흐르는 강물처럼은 책의 반을 넘기면 누군가와 함께라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책의 전반이 여성 혼자의 삶이라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개인적으로 ‘함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재가 읽기 가장 힘들었다.

6살 카야는 늪지에 홀로 산다. 부모와 5남매라 꽤 북적이고 시끄럽던 집이었지만 이젠 혼자다. 아빠는 급격하게 몰락한 집의 아들이었고, 전쟁 후 참호의 고통 속까지 겹치며 술에 잠식되었다. 엄마네 근처에서 결국 이 늪지로 새 출발을 하러 왔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그 잠깐 사이 카야가 태어났지만 아빠는 곧 다시 술로 돌아갔고 거기에 폭력까지 더해졌다. 엄마는 아끼는 악어 가죽 신발과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났고, 이후로 언니 오빠들도 떠났다. 조디 오빠만 카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매일 엄마가 돌아오는 것을 상상하며 아빠와 지내는 카야. 서툴지만 집안일을 해야만 했다. 아빠도 그런 카야의 노력 덕분인지 친절해지기 시작했고, 집에 들어오는 횟수도 많아졌다. 엄마의 편지가 오기 전까지…
카야가 글을 읽지 못해 아빠에게 먼저 보여줬건만 결국 잿더미가 되어버린 엄마의 편지. 그리고 얼마 후 아빠마저 늪을 떠났다. 글도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도 모르는 카야는 늪에서 혼자가 됐다. 하지만 카야는 사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살아냈다. 훗날 아버지라 여기는 점핑과 글을 가르쳐 주는 테이트의 도움으로 혼자의 삶을 살아냈다. 하지만 테이트도 결국 세상에 발을 딛은 후 늪을 떠날 수 없는 카야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도 역시 이별의 말을 건네지 않고 기다리게 만들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그 빈자리를 소문이 좋지 못한 체이스가 채우려 드는데…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49p

가을의 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낙엽은 빛을 반사하며 돌품을 타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렸다. 155p

카야는 생물학의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어미가 새끼를 떠나는 이유에 답이 될 만한 설명을 찾아 헤맸다. 165p 😭😭😭😭😭

어미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식 곁에 가지도 못하고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히고,
너무도 어린 나이에 늪에 홀로 남겨진 자식 또한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자신을 가둔다.
어미와 자식의 삶이 모두 힘겨워 읽으면서도 읽은 후에도 마음이 무척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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