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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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지만 말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당신 눈앞에 나타날 수 있고 놀란 당신 목에 칼날을 들이댈 수도 있다. 당신이 매일 점심 식후에 어떤 영양제를 먹는지, 당신이 배우자 몰래 누구를 만나는지 말해줄 수도 있다. 38p

40을 넘긴 은둔형 IT 천재와 무명의 배우의 결혼은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결혼 6년째 4월 1일 거짓말처럼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남편.
남편은 치료 대신 프로젝트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병 때문일까? 남편은 견디기 힘들 만큼 폭력적이고 사나워졌다.

그런 그의 사망 후 또다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병으로 죽은 것인가?

남편의 사망 후 꽤 오래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지내던 삶을 이어갔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남자. (준모)그런 그 남자도 점차 변해가기 시작한다.
전 남편 KC가 다정함에서 무서울 정도로 변한 것처럼..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참 뜨는 화가의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하기 위한 로비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나 자동차 유리창을 부술만큼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며 생활하는 사람들.
그들은 현실과 가상을 온전히 분리하며 살아갈까?

준모와의 결혼 생활이 어긋나기 시작한 건 전남편 KC의 흔적들이 다시 발견된 시점이다.
전 남편의 발에 맞는 수제화의 배달.
전 남편과 나만 알고 있는 추억을 아는 메시지..
누구의 장난인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가까운미래 #죽음이란? #신간도서추천 #장편소설추천 #독서모임추천도서 #한국문학추천

✔️ 인간이 의식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럼 육체는 필요 없을까?
✔️ 돈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면 AI를 대신한 인간의 노동도 타당한 것인 아닌가?
✔️ 죽음은 인간의 인식 범위로 규정한 개념. 그럼 죽음의 영역은 어디부터인가?
✔️ 육체의 고통 때문에 얻어진 공포를 아내에게 폭력의 형태로 표출하는 사람 vs 손상되고 고통스러운 육체를 버리고 의식으로만 사는 사람.
✔️ 전과자에 엄청난 빚이 있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타인의 삶을 대신 사는 조건의 엄청난 보수가 지급되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 고통과 쓸모없는 육체적 욕망, 불안과 초조함, 증오와 수치가 사라지고 지치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 나의 사악함만을 학습한 Ai를 만난다면?
✔️ 내가 하는 일이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제를 찾는 일인데 아직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라면?

“당신이 기관사이고 기관차를 운영할 때 전방 철로에서 아이를 발견했다면 탈선을 무릅쓰고 브레이크를 잡겠습니까? 아니면 승객의 안전을 위해 그대로 통과하시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서 건지기 위해 중범죄를 저지르겠습니까? 아니면 위험에 빠진 그녀를 두고 법을 지키겠습니까?
<- 이런 답에 1초의 망설임 없이 답을 정하는 ai가 있다면? 🫥😬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을 보고 여기까지 생각한 저자의 능력은 👍

죽음과 삶과 죽음과 삶과 죽음과 삶…. 무한한 삶과 죽음의 반복을 통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사람들은 매혹되었다. 죽음의 공포가 희석되자 자연히 현실에서도 살인과 자살이 늘어났다. 현실을 모방한 가상세계가 현실의 존립을 위협한 것이었다. - P63

내가 범죄에 탐닉한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멍청해서였다.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진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단순한 욕망, 삐뚤어진 행동을 통해 나를 그꼴로 만든 세상에 복수했다는 어리석은 착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내가 조금이나마 더 망가뜨렸다는 헛된 만족감. 때로는 악의 본령이 잔혹성이나 사악함이 아니라 그런 무지와 멍청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P101

생명이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유일한 가치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치환하거나 개선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는 명제는 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생명을 중단시키거나 단축할 수 있다는 역설을 낳았다.광범위한 정당방위가 인정되었고 은밀한 사적 복수와 사회적 처벌도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각국 정부는 앞다투어 사형제를 부활시켰다. 그러니 그의 제안을 사악한 범죄 교사가 아니라 악인을 응징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정당한 행위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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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주부의 일기
수 코프먼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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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책은 그전에 쓰임.
이 시대의 상황을 감안하고 읽어야겠지만 분통 터짐은 어쩔 수 없고요.
분통도 분통인데 뒤로 가며 막장으로 😳

뉴욕에 사는 티나는 9살 7살 딸아이를 키우는 주부다. 변호사인 조너선인 남편과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바쁜 아버지와 도박에 빠진 엄마 밑에서 자란 티나는 엄마에 대한 미운 마음 때문에 상담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결혼 전 연애의 상실로 꽤 오래도록 치료를 지속해야만 했었다. 치료 중 의사의 조언으로 가입한 민주당 클럽에서 만난 조너던과 진정으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었다.

“당신은 하루의 90%를 아이 한 명 돌보는 데 쓰잖아. 그 시간 두 명을 돌보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45p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첫째. 그 첫째를 기르는데 조너던은 곧 둘째를 낳기 원했고, 아이 둘을 키우며 정신이 없는 와중에 조너던도 정신없이 일로 바빴다. 서로의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것들을 말해줄게 남편으로서, 이 집의 부양자로서 나는 이것들을 아내에게 기대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고, 당신은 아내로서 따라야 할 의미가 있어. 나는 이 집이 말끔히 관리되길 바라고 당신 외모도 마찬가지야. 이번 주 금요일에 카터 리빙스턴네 파티에 가기로 했지. 그전에 그 지저분한 머리 좀 어떻게 해봐. 금요일에는 당신이 다시 인간답게 보이길 원한다고.” 105p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티나.
그런 와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조너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함에 지적을 받고, 정상이 아니라는 판정과 함께 상담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스스로 극복하려 노력하는 티나. 글을 쓰기 시작하며 계속 자신의 상황에 대해 생각한다.

사교를 목숨처럼 여기는 조너선은 파티, 파티, 파티의 연속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자기가 속한 계급의 바로 위로 올라가는 것이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유명인들과 문화생활에 삶을 욱여넣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지속되면서 티나에게 검은 유혹이 나타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신간도서추천 #패미니즘도서 #북스타그램 #장편소설 #미친부부의일기

상처는 입었을지언정 기죽지 않고, 처자식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 바퀴벌레의 에피소드로 끝나는 이야기.. 누가 바퀴벌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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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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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며 읽게 된 <강아지 똥>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따스함을 잊을 수가 없다. <몽실 언니>와 같은 작가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강아지 똥의 작품이 너무 좋아 친구와 이야기하다 작가의 말년 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주 가난했고, 아픈 몸으로 평생 교회의 종을 치던 사람이라 했다. 나에게 권정생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작가의 생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인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 정지아 작가가 들려준단다. 좋은 형용사를 다 가져다 붙여도 모자랄 기쁨인 거다.

1937년 일제 강점기에 5남 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정생. 마음이 따스하다 못해 투명한 그에게 이 시대의 삶이 어떠했을까? 살자고 일본으로 가족이 떠나며 함께하지 못한 둘째 형 목생의 죽음. 해방 후 다시 조국으로 돌아올 때 헤어진 두 형. 언제나 이별과 아픔. 부당함과 고통에 놓인 이들을 흔히 만나던 시절. 그 시절을 관통하며 헤어짐에 죽음에 마음이 시리던 정생은 강아지 똥을 보고도 위안을 찾는 사람이었다.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똑똑했던 정생은 초졸을 마지막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가난은 언제나 그들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었기에 .. 먹지도 제대로 쉬지도 씻지도 못해서 그랬을까? 정생과 같은 마을의 젊은이들 여럿이 폐결핵을 앓다 죽는 경우가 흔했다. 정생도 이른 나이에 폐결핵으로 평생을 고생한다.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하나 남은 동생의 결혼을 위해 가정을 떠나야만 하는 정생. 아픈 몸으로 집을 떠나는 그 심정은 어땠을까?

한시바삐 죽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

가난했고, 아팠고, 슬펐고, 고통스러웠지만 따스했던 사람.
그 다정함이 이 땅에 남아 참 다행이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신간도서추천 #강아지똥 #몽실언니 #권정생선생님의삶 #이토록따스한삶이라니 #쥐와동침하는분이라니 #쥐도알아보는다정함

정생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본 사람도 조선 사람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누구는 높아지고 누구는 낮아지는 걸까? 해방이 된 다음 날부터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에게 비굴하게 굽신거리고, 조선 사람들은 기가 살아 씩씩해졌다. 정생은 비굴한 일본 사람도 씩씩한 조선 사람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생에게 사람은 그냥 똑같은 사람일 뿐이었다. 54p

“저, 집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만두겠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정생은 몇 달간 일한 구멍가게를 떠났다. 주인은 남을 속여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지만 정생은 그런 주인보다 깜빡 잊고 돈을 기어이 다시 갚으러 온 가난한 아주머니가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난이 고달프다는 것을,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정생은 그 누구보다 뼈저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아름답게 살고 싶었다.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저 행복한 왕자처럼. 80p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낙엽도 거지도 하다못해 개똥도. 정생의 얼굴에 맑은 미소가 번졌다. 병과 함께해 온 보잘것없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 아픔과 슬픔이 정생의 마음속에서 썩어 거름이 되어, 민들레 꽃을 싹 틔운 개똥처럼 수많은 사람을 웃고 울리는 이야기를 싹 틔웠다. 정생은 평생 자기 몸을 갉아먹은 결핵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었다. 결핵균 덕분에 정생은 한없이 자기 몸을 낮춰 못나고 가난하고 불쌍한 것들을 품을 수 있었다. 181p

서평도서
도서 지원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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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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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슐츠씨
#박상현
#어크로스

<381p> <별점 : 3.8>

슐츠씨? 슐츠씨가 누구지?
우린 슐치씨는 몰라도 스누피 그린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 찰리브라운, 스누피, 우드스탁을 만든 사람. 그 저자의 이름이 슐츠.

이 책은 <오터레터>라는 테크와 국제 정치, 문화를 다루는 온라인 뉴스 매거진에 소개한 글 중에 인류의 오래된 습관을 이야기한 내용만 골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사회학과 미술사를 공부했고, 미국에 오래 거주. 한국에서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쓴 이력의 소유자다.

1부는 인류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무지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야기.
여성의 옷엔 왜 주머니가 없거나 작은가? 흑인이 범죄로 몰리는 사례, 완톤 폰트를 사용한 인종 차별, 남자와 여성의 구분은 무엇인가? 우리가 피해자로 생각하는 모습의 편견, 디즈니 입사가 거절된 이유는? 여성이기에?

2부는 차별이 일상인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런 관습에 순응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이야기.
여성들이 배제되었던 운동 분야. 이에 운동을 잘하는 페퍼민트 패티를 그린 슐츠씨, 한 독자에게 편지를 받고 탄생한 흑인 캐릭터 프랭클린, 장애는 사회가 장애인들과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실패할 때만 비극이 된다.는 생각을 갖은 쥬디 휴먼의 투쟁, 마틴 루터 킹 목사, 운동선수들에게 정신력의 강요, 여성 배우들에게 성적인 장면을 촬영하는데 속이거나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현장. 그런 경험을 후배가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 몸을 숙인 케이트 윈슬릿의 이야기 등

책은 길지 않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했기에 가독성이 좋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된다.

한때 담배 광고를 의사가 했다는데
More Doctors smoke Camels than any other cigarette!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지.

옷이란 천으로 몸을 두르는 것에서 1330년에 바지가 등장. 갑옷이 등장하면서 주머니가 생겼단다.
옷은 여성 의류가 아닌 남성 의류가 먼저 발달했는데 스포츠와 경쟁 때문이었다.

스포츠계의 남녀 차별을 말해 뭐 하나!
체육계 성별 검사 20세기 중반까지 성기를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함. (남자 의사인 경우도 있었음 😱🥵)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여성이 지원서를 냈다. 거절!
장거리 육상에 여성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 : 여성이 장거리를 뛰면 자궁이 떨어지고 가슴에 털이 자란다. 🫨😵‍💫😤. 달에 탐사선을 보내던 시절의 이야기..🫠

갖은 편견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을 식혀준다.
후배들을 위해 길을 트려 노력하는 멋진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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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맞서는 과학 - 오늘의 과학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8
박진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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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다. 저자는 과학기술과 환경, 위험과 재난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이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고, 이를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1994년 11월 유공은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한다.
가습기 내부의 세균을 없애고 세균 번식을 억제해 물때를 방지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라는 광고를 했다. 깨끗함과 간편함. 두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
출시 첫해 약 10만개.
이후 옥시, 애경, LG생활건강 등에서 제품을 내놓았고,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PB 상품까지 가세하면서 200년 출시 이후 415만개가 팔렸다.

이상 징후를 처음 발견한 건 2011. 2월에서 4월 사이.
폐렴으로 보이는 산모들이 잇달아 ‘서울 아산 병원’에 입원한다. 대형 병원에 이런 비슷한 환자들이 보이기 시작한 지 5년이었고, 이는 가습기살균제가 세상에 나온 지 17년만의 일이었다.

환자는 가습기를 많이 사용하는 겨울철이 끝날쯤 발생했기에 그동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처음엔 폐렴 증상이기에 당연히 바이러스를 의심했지만…

2011년 환경보건시민단체에서 자체 조사한 피해 사례 보고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어느 부처에서 이 일을 책임질 것인가? 합의되지 않았기에 서로 내 일이 아니다 미루기 시작한다.

이 일을 검증하는 국가 기술 표준 연구원? 허가낸 식약처? 환경부 ? 질병관리본부?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불분명한 상황.
판매한 기업만이 잘못인가? 이 일을 승인한 국가는 과연 책임이 없는가?
거대 기업은 벌금으로 모든 책임이 끝난건가?

2013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2016년엔 서울 중앙 지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담 수사팀이 구성됐다.
4월엔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기업 중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대로 또 멈춤 상태.

2016년 옥시 불매운동으로 겨우겨우 다시 불을 붙여 2017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한다. 이로 환경보건법상 환경성질환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로 바뀐다.

기업과 청부 과학(연구 방법과 자료를 조작해 기업이 정해 놓은 결과를 말하는 과학)은 어떤 처벌을 받는가?

재난조사과정은 각기 다른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의 장.
환경재난과 느린 재난에서 재난조사는 정치와 과학이 함께 작동하는 ‘정치-과학의 장’이다. 이런 판에 일반인이 싸우는 일이 가능한가? 이 무력함에 한숨만 난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비문학도서추천 #재난과학 #민음사탐구시리즈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이 기존 법으로 포섭되지 않는 피해자가 등장하면 적절한 조치는 마냥 늦춰지고 만다. 오로지 ‘책임질 근거’에 기대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 해결의 골든 타임은 또 한 번 지나간다. 107p

과학기술학자 전치형은 재난의 핵심은 사건의 ‘뜻밖에’ 발생한다는 예외성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에게나’ 발생한다는 보편성에 있다고 짚는다. 그는 우리가 재난에 따른 피해 사실뿐 아니라 재난에서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아 제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47p

재난과 관계하는 과학은 재난 피해의 피해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는 과학자 개인의 호기심이나 이해관계에 갇힌 과학이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정의의 차원에서 시작하는 과학이다. 189p

로봇의 자리, 인간의 자리를 쓰신 전치형 교수님의 발언이 종종 등장하는 책이다.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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