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맞서는 과학 - 오늘의 과학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8
박진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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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다. 저자는 과학기술과 환경, 위험과 재난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이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고, 이를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1994년 11월 유공은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한다.
가습기 내부의 세균을 없애고 세균 번식을 억제해 물때를 방지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라는 광고를 했다. 깨끗함과 간편함. 두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
출시 첫해 약 10만개.
이후 옥시, 애경, LG생활건강 등에서 제품을 내놓았고,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PB 상품까지 가세하면서 200년 출시 이후 415만개가 팔렸다.

이상 징후를 처음 발견한 건 2011. 2월에서 4월 사이.
폐렴으로 보이는 산모들이 잇달아 ‘서울 아산 병원’에 입원한다. 대형 병원에 이런 비슷한 환자들이 보이기 시작한 지 5년이었고, 이는 가습기살균제가 세상에 나온 지 17년만의 일이었다.

환자는 가습기를 많이 사용하는 겨울철이 끝날쯤 발생했기에 그동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처음엔 폐렴 증상이기에 당연히 바이러스를 의심했지만…

2011년 환경보건시민단체에서 자체 조사한 피해 사례 보고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어느 부처에서 이 일을 책임질 것인가? 합의되지 않았기에 서로 내 일이 아니다 미루기 시작한다.

이 일을 검증하는 국가 기술 표준 연구원? 허가낸 식약처? 환경부 ? 질병관리본부?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불분명한 상황.
판매한 기업만이 잘못인가? 이 일을 승인한 국가는 과연 책임이 없는가?
거대 기업은 벌금으로 모든 책임이 끝난건가?

2013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2016년엔 서울 중앙 지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담 수사팀이 구성됐다.
4월엔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기업 중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대로 또 멈춤 상태.

2016년 옥시 불매운동으로 겨우겨우 다시 불을 붙여 2017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한다. 이로 환경보건법상 환경성질환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로 바뀐다.

기업과 청부 과학(연구 방법과 자료를 조작해 기업이 정해 놓은 결과를 말하는 과학)은 어떤 처벌을 받는가?

재난조사과정은 각기 다른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의 장.
환경재난과 느린 재난에서 재난조사는 정치와 과학이 함께 작동하는 ‘정치-과학의 장’이다. 이런 판에 일반인이 싸우는 일이 가능한가? 이 무력함에 한숨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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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이 기존 법으로 포섭되지 않는 피해자가 등장하면 적절한 조치는 마냥 늦춰지고 만다. 오로지 ‘책임질 근거’에 기대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 해결의 골든 타임은 또 한 번 지나간다. 107p

과학기술학자 전치형은 재난의 핵심은 사건의 ‘뜻밖에’ 발생한다는 예외성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에게나’ 발생한다는 보편성에 있다고 짚는다. 그는 우리가 재난에 따른 피해 사실뿐 아니라 재난에서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아 제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47p

재난과 관계하는 과학은 재난 피해의 피해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는 과학자 개인의 호기심이나 이해관계에 갇힌 과학이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정의의 차원에서 시작하는 과학이다. 189p

로봇의 자리, 인간의 자리를 쓰신 전치형 교수님의 발언이 종종 등장하는 책이다.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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