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나의 계절
볕뉘 지음 / 빛그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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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나의계절
#볕뉘
#빛그물
<253p>

나는 스쳐 가는 수많은 인연이 한순간일지라도 나로 인해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받았으면 한다. 한순간의 기억이 비록 짧더라도 따스한 위로로 잠시 동안 반짝이길 바란다. 인생이란 찰나의 여정 속에 마법 같은 하루가 스며들길 바란다. 252p

작가 님과의 인연은 독립 책방에서 있었던 북토크로 시작된다. (아마 차승민 선생님 북토크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과 달리 또랑또랑하던 목소리. 당차게 질문하던 모습이 단박에 나의 뇌리 속에 박혔다. (제가 사람 기억을 잘 못해요. ㅠㅠ 기억하는 일이 드물다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끝없이 베풀면서 나눔이라고 정정하고, 받는 사람의 마음을 늘 살피는 그녀의 깊은 다정함은 언제나 감동이었다. 꾸준히 쓰는 사람,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자신의 선을 닿는 지점까지 신경 쓰는 사람. 나에게 작가 님은 그런 사람이다.

비워서 얻어지는 지혜와
채워져야만 느낄 수 있는 안락함을 반복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나는 여행 중독자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도시를 떠나
작은 발걸음 옮기고 있다.
때론 지도 보는 법이 익숙하지 않아,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헤매기 일쑤이지만
여행의 변수를 환영하는 편이다. 50p

애틋함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해할 수 없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감히 할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족으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가끔 실수를 할 수는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나도 나를 지키며 살아올 수 있었다. 89p

선택과 책임은 마치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균형 있게 펼쳐야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
선택은 우리에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책임감은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125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에세이추천 #신인작가 #신간도서추천 #따스한책추천 #위로와치유의이야기 #한국문학 #나도작가지인있다 자랑질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드라마의 장면이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폭삭 속았수다>에서 애순이가 자신의 글이 실린 책을 들고 뛰던 장면.
(드라마를 다 보지 않고 짧은 영상 몇 개만 본 사람이라 이 장면만 떠오름)
이 책은 분명 볕뉘 님의 에세이지만, 주연 같은 조연은 볕뉘 님의 어머니가 아닌가? 싶다.
똑똑한 딸을 충분히 뒷바라지해주지 못하고, 일찍 시집을 보내며 가슴 한 켠 뻐근했던 어머니가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가득 녹여낸 이 책을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실까?
가슴에 책을 꼭 쥐고 엄마 앞에서 방방 뛰며 ‘엄마 나 책 냈어!’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환히 웃으실까?
볕뉘 님의 환한 얼굴과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겹치는 장면이 내 머릿속에 재생된다.
생전에 작가 님의 어머니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선명하게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은 아마도 글 속에 가득 담긴 어머니의 향기이리라.
(책의 후반부는 꼭 집에서 읽으시라. 엉엉 울면서 못생긴 얼굴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

하루에도 많은 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우리의 모래요정 하루하루 천사의 주문
까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말에서 끝나지 않고 실천하는 그녀의 습관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했다.
이 말은 한 권에서 끝나지 않을 그녀의 작가의 행보가 기대된다는 말과 동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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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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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번째레인 #협찬도서
#카롤리네발
#전은경_옮김
#다산책방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할 필요 없고, 그저 누워서 활짝 열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의 서늘한 미풍을 맞을 수 있는 이 순간은, 오로지 내 것이다. (중략) 밤에 바람이 불어오는 한, 낮에 바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 맞서, 엄마의 기분에 맞서, 이 소도시에 맞서 치르는 전쟁에. 그리고 이다를 위해 치르는 전쟁에.19p

수학을 사랑하는 석사 과정에 있는 공부 벌레 틸다에겐 원칙이 하나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그녀의 원칙을 깨고 싶어하는 친구들 그리고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더 나은 미래가 그녀에게 아주 적합한 좋은 자리들이 예비되어 있는데 단 한 명. 본인 자신만 그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박사 과정.
너무도 매혹적인 제안이다. 이 고장을 벗어나는 것 자체로 좋은데 큰 도시인 베를린 그것도 홈볼트대학교 박사과정이라니! 단 5개월 동안 이다를 전사로 무장시키지 않는 이상 이 제안은 그저 신기루일 뿐이다.

머리가 복잡할 땐? 수영이다. 그녀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하나가 생겼다. 바로 이반의 형 빅토르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22번의 레인을 도는 그를 지켜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5년 전 8월 9일
그해 여름에 셋이서 피크닉을 했다. 이반은 그 여름의 시작에 우리와 친구가 됐고, 그 여름의 절정에 죽었다.

6년 내내, 친구들이 떠나고, 이사하고, 여행 가고, 한 친구는 죽는 내내 틸다는 이곳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이다를 돌보고, 마를레네나 레온이 가끔 방문하면 기뻐했다. 마치 할머니처럼. 104p

이다의 얼굴이 시퍼렇게 멍든 사건으로 베를린에 대한 생각을 접긴 했지만, 아쉬움이 한켠에 남은 틸다는 당장 방학 보내기 프로젝트를 세운다. 함께 대학 도서관에 가거나 시립 미술관을 이용하는 것. (이다에게도 분명 책은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다의 휴대전화를 구입해서 미술 작품을 찍어 sns 활동을 하게 하고, 위급한 상황에 언제나 전화할 것.

이다가 지낼만한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생각되던 그 시점. 엄마가 여덟 번째 사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함을 질러 분노를, 이 빌어먹을 분노를, 빌어먹을 몸에서 몰아낸다. 개같은 소시민들이 사는 이 개간은 소도시를 향한 분노를, 엄마 노릇도 못 하고 파울라 바닐라 초콜릿 푸딩을 사는 대신 술을 마시고 사랑에 빠지기나 하는 엄마를 향한 분노를 빌어먹을 입 좀 열라고 말하고 싶은 이다를 향한 분노를, 내가 이 개같은 소도시의 엄마 옆에 혼자 내버려둘 수 없는 그 아이를 향한 분노를, 말도 없이 그냥 사라진 빅토르를 향한 분노를, 모든 것을 향한 분노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아름답고 너무 좋은 향기를 풍기는 이 숲을 향한 분노를. 나는 숲에서 달려 간다. 173p

평소 어둠을 싫어해서 절대로 불을 끄지 않는 엄마인데 집에 불어 꺼져 있다. 정적이 흐르는 집.
자낙스 알약과 Sorry라 쓰인 종이.
이다와 내가 선물한 잠옷을 입고 평온하게 누워있는 엄마.

이다, 응급 의사를 불러. 112에 전화해.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장편소설추천 #가독성좋은도서 #신간도서 #고난에마주한아이들 #가족을잃은아이 #돌봄이부재한아이들 #책과수영과자연 #영화화확정 #광고 #서평도서
📖 다산북스로부터 도서와 원고료를 지원 받았습니다.



아버지와 엄마, 평범한 어린 시절 등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안전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책은 남는다는 것, 아무도 이 이야기를, 다시 말해서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이 세계를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고 상처 입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빌어먹을 일들이 아무리 많이 닥쳐와도 얼마간의 이 행복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단느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이다도 그 사실을 아는 것 같다. 149p

가을은 모든 것에 마법을 거는 마법사다. 세상을 바람과 안개와 비로 감싸고,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초록이 화염으로 바뀐다. 비가 오는 날이면 화염이 갈색과 재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러다가 회갈색 날에 햇살이 나타나면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반짝인다. 그리고 향기는 또 어떤가. 마법이다. 216p

온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빅토르도, 아버지가 떠나면서 망가진 엄마와 사는 것도 힘든데 엄마가 낳은 아이이자 자신의 동생인 이다를 돌보며 사는 틸다의 상황도 힘들기만 하다. 차마 운전자가 이반이었는지 물을 수도 없었던 틸다의 위기의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빅토르와 가까워지며 그 진실을 듣게 된다.
틸다의 엄마도, 이다도, 빅토르도, 틸다도 씻은듯 나을 수 없는 상처지만 조금씩 치유될 것이라 희망한다.

😳 대마초 목욕? 여자 친구가 힘든 상황에 서프라이즈로 대마초 목욕을 준비해 준다고?? 독일도 이렇게 마약이 만연해 있는건가요? ㅠㅠ
라이젠탈 (장바구니) : 독일 국민 가방이라고 함. 그냥 장바구니라고 번역하면 어땠을까?
지금 나에게 편안한 집이나 다름없는 수학 149p 🙄 (절대로 공감 또는 이해가 불가능한 틸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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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주연 우주나무 청소년문학 4
전자윤 지음 / 우주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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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주연 #협찬도서
#전자윤
#우주나무 @woojunamu_publishing

<164p>

주변에 자신과 너무 궁합이 맞지 않아 자녀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분이 계셨다. 이 책을 읽는 초반에는 주연과 엄마와의 관계가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저 기질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였다. 이건 폭력이고 횡포였다.

분명 4가족의 구성원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가족이 있다.

주연이는 늘 외롭다. 가족 누구도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없다. 엄마는 오빠만 좋아한다. 무조건 오빠 편이다. 내가 보통의 아이들과 달라서일까? 나는 여러 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저 솔직할 뿐인데 치료받아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서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가 학교나 사회에서 인정받을 확률은? 없다고 보면 된다. 나의 학교생활은 ‘버티기’와 동의어다. 살아남는 방법으로 ‘존재감 접기’ 기술을 연마했지만 집에서는 그조차도 먹히지 않는 무기일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주연의 말을 이해해 주는 존재가 딱 한 명 있다. 고모는 유일하게 주연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이해해 줬고 인정해 줬다. 예민함이 솔직함이 잘못이라고 하지 않았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만나는 고모의 지지만으론 주연이가 버티는 힘은 크지 않았다.

엄마는 늘 양보하듯 주연의 고집에 본인이 꺾인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지만, 결국 엄마의 요구를 권하는 사람이었다. 오빠가 던진 벽돌로 사고가 났을 때도 엄마의 기준엔 주연의 잘못으로 하는 편이 평판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한 엄마의 선택으로 일을 해결했다. 그 일의 파장으로 두 아이가 겪게 될 파장은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의 이혼 후 주연은 아빠와 오빠는 엄마와 지냈다. 아빠가 과로로 사망 후 주연도 삶을 끝내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지해 줬던 고모를 만나러 간다.

자신의 죽음 전에 꺼저가는 생명을 살려 의인이 되고, 고모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게 되며 주연은 처음으로 가족으로부터 사과를 받게 되는데… 그 사과를 하는 대상은 과연 아픔이 없었을까?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청소년문학 #아이와함께읽는책 #육아자의자세 #한국문학 #중편소설

#헤세드서평단
@hyejin_bookangel
덕분에 부모이 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 괜찮은 부모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어요.

타협이 없는 사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마음이 없는 사람.
한 사람의 철저한 개인주의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한다.
내가 원하는 데로 살아주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감정과 삶이 소중하면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삶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가까운 사이일 수록 더더욱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나로 인해 가까운 존재가 큰 상처를 입는 것처럼 아픈 일이 또 있을까….

사과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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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 2 허블청소년 2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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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청소년 sf 소설 최강자

바닷가 P시는 2년 전 진도 9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와 순식간에 해안가 마을을 덮쳤고 세상은 삽시간에 암흑과 죽음이 뒤섞인 지옥으로 변했다. 사망자만 4,000명이 넘었고 행방불명된 사람은 500명 가까이 됐다. 정부는 P 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임시 거주 지역을 세우고 이재민들에게 신경을 쓰는듯했다. 하지만 복구하는 데엔 너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했기에 임시 주거 시설은 이들의 터전이 됐다. 길어진 일에 많은 사람들도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짜깁기한 정부의 보도자료 속 이들의 삶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겠지.
재난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온은 보건소의 일을 도우며 버려진 로봇들을 고치며 살고 있다. 그런 온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휘’가 살아있다는 연락이 온다. 비록 물소리 트라우마와 기억을 잃은 상태이지만.. 가까워지고 싶은 온과 달리 거기를 두는 휘.


버려진 그 아이의 칩을 찾아야 한다. 하라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였다. 버리지 않는 것. 하지만, 회장의 선택은 잔인했다. 회장은 오로지 성과를 이루는 자에게 눈을 돌렸다. 그 성과로 엄청난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도 상관없었다. 그 성과를 최대로 올려 회장의 맘에 든 사람은 엄마였다. 아버지 덕에 엄마가 이 가족이 된 것이 아버지의 최고 공이라 생각할 만큼.. 회장 님에겐 하라도 그런 수단에 불과했다. 손자 하라는 결국 성과를 위한 존재에 불과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들과 의료 설비를 갖춘 병원의 VVIP께서 누추한 지역 보건소까지 굳이 찾아오실 이유가 없을 텐데요. ❞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러스 치료제 전문가가 계시기엔 썩 어울리지 않는 곳이네요. 안 그렇습니까, 이반이 소장님 ❞
❝당신이 오직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섯 아이의 목숨을 사진과 흥정하지 않았다면, 순순히 한 아이의 목숨을 내주었다면, 나는 진심으로 당신에게 고마워했을 겁니다. ❞

그 흔한 원격 진료조차 어려운 낙후된 도시에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슈바이처라 생각한 이반이 소장은 하라에겐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악랄한 짓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온과 휘의 후견인을 하고 있다니.. 소장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당신 누구야? ❞
❝우리 형 아니잖아. ❞
❝당신 류온 아니잖아. ❞
❝당신이 내 형일 리가 없어. 왜냐고? 형은 내가 죽였거든. ❞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한 휘는 기억을 잃은 척을 한 거였다. 그럼 온이 가짜란 말인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청소년도서추천 #가독성좋은도서 #아이랑함께읽는책 #마오컴백 #한국문학 #북스타그램 #신간도서추천 #아이부터성인까지

아무것도 없는 자가 단 하나 가진 일로 노리면 범죄가 된다. 그러나 풍족한 자가 나머지 하나마저 빼앗으면 야망이라 불렀다. 그것이 이 빌어먹을 세상의 법칙이었다. 69p

그 흔한 보험조차 없는 환자가 당당히 VIP실을 요구했고, 고가의 약과 치료를 아무 불만 없이 모두 수용했다. 현실에서 의료 윤리보다 중요한 건 입원 환자의 재력이었고, 그 힘은 수많은 병원 관계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단번에 잠재우는 위력을 발휘했다. 209p

❝그런 감상적인 사고도, 다 여유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야. 눈앞에서 가족이 떠내려가는 걸 보고도, 자식의 시체조차 찾지 못해도 아무 말 못 하는 사람들이 있어. 정부에서 선심 쓰듯 던져준 손바닥만 한 그린돔에서 납작 엎드려 조용히 농사만 짓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이 모른 척해. 왜? 살아야 하니까. 나머지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니까. 그렇게 마음껏 슬퍼하고 화낼 수 있는 거, 그거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특권이란 사실을 명심해.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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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의 인사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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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 씨, 냉장고를 부탁해. 화분도. - 세주

세주는 일 년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였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것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 내일부터 시작될 여름휴가를 집에서 여유롭게 보내려고 문을 열었는데 그를 기다리는 건 산타클로스 복장의 빨간 냉장고였다.
세주 집에 있을 때엔 술장고로 사용되던 냉장고. 그리고 실내 공기를 맑게 해준다는 문샤인 산세베리아. 그녀는 왜 이걸 침대 옆에 두고 간 것일까? 그녀의 친구를 통해 자신뿐 아니라 세주의 친구들도 세주의 물건과 화분 하나씩을 선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맡겼으니 잘 보관해야겠지! 화분에 물도 듬뿍 주고, 햇살 가득 받으라고 화분을 밖에 내어두었다. 덕분에 하루 사이에 입이 노랗게 변했다.. 😳
휴가 내내 집에서 뒹구르르 하리라는 결심을 깨고 근처 꽃 가게로 향했다. 물을 자주 주어서도 안 되고, 햇살을 직접 받게 해서도 좋지 않다고 했다. 드물게 아이보리빛 꽃을 피우기도 하는데 꽃말은 ‘관용’이란다.
침대 옆에 자리 잡은 화분과 냉장고 가득 채워진 세주의 가장 아끼는 물건인 책들을 읽으며 휴가를 보내는 세진은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금방 책에 빠져들게 됐다.

냉장고와 책, 화분을 맡기며 급하게 남긴 메모의 끝에 ㅁ은 무엇이었을까?
몹시 보고 싶어.
#멀리떠나도다른건없다

세상의 끝을 보고 돌아와 화분을 맡긴 친구네 집을 돌아다녔다. 누군가는 너무 열심히 누군가는 그냥 방치해서 건강한 화분으로 남아있는 것은 마지막 동하네가 유일했다. 건강하게 쑥 자란 화분과 자신이 가장 아끼던 책은 동하가 친 밑줄이 더해져 있었다.

만약 갈 데가 없으면 모레까지 지내. 지방 출장이 있거든.
#머물게해줘서고마워.
#문득세계의끝을보고온너의눈이궁금해졌어
#먼훗날에라도보여줄수있기를
#무엇이있을까세계의끝에는
#모든세계의끝에는시작이있어

ㅁ으로 시작된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메시지로 화분을 다시 돌려달라는 글을 만나 놀라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서로의 다름의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헤어진 둘은 뒤늦게야 서로의 아픔과 다름에 대해 듣게 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 둘. 서로의 아픔을 서로의 다름을 왜 그때는 얘기하지 못했을까?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신간도서추천 #아픔을감추고사는사람들 #냉장고책장이라니 #중편소설추천 #젊은작가추천 #한국문학 #가독성좋은도서 #북스타그램


동하가 밑줄 친 문장만 계속 찾아서 읽었더니 세주는 마치 새 책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해서 여러 번 읽은 책인데도 이런 문장이 있었나 갸웃할 정도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삶이 고단할 때마다 몸을 기댔던 책이었는데. 별것도 아닌 문장 한 줄에 삶이 정당해지기도 했는데. 전부라고 생각해서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제자리에 머무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듯 특별하고 소중했던 것들도 결국은 잊히고 평범해져서 낯선 곳으로 흘러간다. 67p

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믿기 위해서는 먼저 지키고 아껴야 한다 시간은 운명을 바꾸고 인연을 변화시키니까.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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