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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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할 필요 없고, 그저 누워서 활짝 열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의 서늘한 미풍을 맞을 수 있는 이 순간은, 오로지 내 것이다. (중략) 밤에 바람이 불어오는 한, 낮에 바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 맞서, 엄마의 기분에 맞서, 이 소도시에 맞서 치르는 전쟁에. 그리고 이다를 위해 치르는 전쟁에.19p

수학을 사랑하는 석사 과정에 있는 공부 벌레 틸다에겐 원칙이 하나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그녀의 원칙을 깨고 싶어하는 친구들 그리고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더 나은 미래가 그녀에게 아주 적합한 좋은 자리들이 예비되어 있는데 단 한 명. 본인 자신만 그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박사 과정.
너무도 매혹적인 제안이다. 이 고장을 벗어나는 것 자체로 좋은데 큰 도시인 베를린 그것도 홈볼트대학교 박사과정이라니! 단 5개월 동안 이다를 전사로 무장시키지 않는 이상 이 제안은 그저 신기루일 뿐이다.

머리가 복잡할 땐? 수영이다. 그녀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하나가 생겼다. 바로 이반의 형 빅토르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22번의 레인을 도는 그를 지켜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5년 전 8월 9일
그해 여름에 셋이서 피크닉을 했다. 이반은 그 여름의 시작에 우리와 친구가 됐고, 그 여름의 절정에 죽었다.

6년 내내, 친구들이 떠나고, 이사하고, 여행 가고, 한 친구는 죽는 내내 틸다는 이곳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이다를 돌보고, 마를레네나 레온이 가끔 방문하면 기뻐했다. 마치 할머니처럼. 104p

이다의 얼굴이 시퍼렇게 멍든 사건으로 베를린에 대한 생각을 접긴 했지만, 아쉬움이 한켠에 남은 틸다는 당장 방학 보내기 프로젝트를 세운다. 함께 대학 도서관에 가거나 시립 미술관을 이용하는 것. (이다에게도 분명 책은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다의 휴대전화를 구입해서 미술 작품을 찍어 sns 활동을 하게 하고, 위급한 상황에 언제나 전화할 것.

이다가 지낼만한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생각되던 그 시점. 엄마가 여덟 번째 사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함을 질러 분노를, 이 빌어먹을 분노를, 빌어먹을 몸에서 몰아낸다. 개같은 소시민들이 사는 이 개간은 소도시를 향한 분노를, 엄마 노릇도 못 하고 파울라 바닐라 초콜릿 푸딩을 사는 대신 술을 마시고 사랑에 빠지기나 하는 엄마를 향한 분노를 빌어먹을 입 좀 열라고 말하고 싶은 이다를 향한 분노를, 내가 이 개같은 소도시의 엄마 옆에 혼자 내버려둘 수 없는 그 아이를 향한 분노를, 말도 없이 그냥 사라진 빅토르를 향한 분노를, 모든 것을 향한 분노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아름답고 너무 좋은 향기를 풍기는 이 숲을 향한 분노를. 나는 숲에서 달려 간다. 173p

평소 어둠을 싫어해서 절대로 불을 끄지 않는 엄마인데 집에 불어 꺼져 있다. 정적이 흐르는 집.
자낙스 알약과 Sorry라 쓰인 종이.
이다와 내가 선물한 잠옷을 입고 평온하게 누워있는 엄마.

이다, 응급 의사를 불러. 112에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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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엄마, 평범한 어린 시절 등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안전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책은 남는다는 것, 아무도 이 이야기를, 다시 말해서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이 세계를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고 상처 입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빌어먹을 일들이 아무리 많이 닥쳐와도 얼마간의 이 행복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단느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이다도 그 사실을 아는 것 같다. 149p

가을은 모든 것에 마법을 거는 마법사다. 세상을 바람과 안개와 비로 감싸고,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초록이 화염으로 바뀐다. 비가 오는 날이면 화염이 갈색과 재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러다가 회갈색 날에 햇살이 나타나면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반짝인다. 그리고 향기는 또 어떤가. 마법이다. 216p

온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빅토르도, 아버지가 떠나면서 망가진 엄마와 사는 것도 힘든데 엄마가 낳은 아이이자 자신의 동생인 이다를 돌보며 사는 틸다의 상황도 힘들기만 하다. 차마 운전자가 이반이었는지 물을 수도 없었던 틸다의 위기의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빅토르와 가까워지며 그 진실을 듣게 된다.
틸다의 엄마도, 이다도, 빅토르도, 틸다도 씻은듯 나을 수 없는 상처지만 조금씩 치유될 것이라 희망한다.

😳 대마초 목욕? 여자 친구가 힘든 상황에 서프라이즈로 대마초 목욕을 준비해 준다고?? 독일도 이렇게 마약이 만연해 있는건가요? ㅠㅠ
라이젠탈 (장바구니) : 독일 국민 가방이라고 함. 그냥 장바구니라고 번역하면 어땠을까?
지금 나에게 편안한 집이나 다름없는 수학 149p 🙄 (절대로 공감 또는 이해가 불가능한 틸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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