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인터뷰 위픽
박이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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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을 훨씬 웃도는 연봉을 받는 경력 13년 차 마케팅 부서의 장. 스스로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믿는 마케터. 때론 과감하게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도 하지만 막상 씀씀이는 월급쟁이답게 크지 못해서 소비액 기준으론 별 볼 일 없는 소비자. 부모님이 물려주신 덕에 소형 아파트 자가 거주자. 혼자 지내는 게 편한 미혼.

회사의 합병이 결정되며 이직에 도전.

세 번째 회사와의 인터뷰.
최종 인터뷰인 사장과의 인터뷰만 남은 상황.
30분이나 늦게 나타난 사장은 사과도 없이 질문 공세.
식상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염병할!
면접 대상자를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는 면접관. 식상하지 않지. 🙃

잡 인터뷰에 미덕이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내 인생의 현주소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단 한 번도 유쾌하거나 개운한 뒷맛을 남겼던 인터뷰는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나의 욕망과 가능성의 크기를 확인하고 타협의 여지를 고민해 볼 기회가 되었던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질문 같은 게 그랬다. 37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추천 #얇은책추천 #위픽시리즈 #나를돌아보는질문 #당신은누구십니까 #자기소개 #북스타그램

뭐, 엿 같은 일은 늘 일어나죠. 31p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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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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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편집자로 살아가는 홍석주의 이야기다.

작은 중국집을 운영하는 성실한 부모와 다섯 살 터울의 동생 희주까지 총 4가족이 비좁은 공간에 복닥이며 살아갔다. 작달만한 체구의 아버지와 가늘고 마른 체형의 어머니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는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를 권했고, 자신의 관심보다 아버지의 바람에 걸맞은 사학과에 진학한 석주는 문학에 대한 자신 속의 욕망의 소리를 처음 들었던 것은 이미 강의 마감이 된 수업을 듣는 일이었다.

더디고 느리지만 우직한 사람.
그녀가 일하는 모습이었다. 출판사에 교정 교열로 시작한 그녀는 이렇게 출판사에서 꾸준히 일하게 될 줄 알았을까?
넘치는 호기심, 지치지 않는 열정. 남들처럼 빠르게가 아닌 차분히 열심히 그것이 그녀가 맡은 자리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오래도록 그녀에게 열정은 한순간 사람을 사로잡는 무엇이었다. 그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고,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열정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일깨우고 유지하는 의지라는 것. 그것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는 것. 그 시절, 석주의 열정은 사람을 단번에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만히 길들이는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일에 집중되고 있었다. 87p

그 어떤 것도 일보다 우선에 놓지 않았던 사람.
무던해 보였던 석주는 누구보다 일에 있어 뜨거웠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신간도서추천 #한국문학 #중장편추천 #응답하라감성 #북스타그램 #편집자의일생

크게 보면 오탈자와 문법적인 실수를 바로잡는 것이 교정이고, 문맥과 흐름을 파악하여 표현과 문장을 다듬는 것이 교열이라는 것을 석주는 모르지 않았다. 49-50p

책을 좋아하나요? 272p

그녀의 일에 대한 태도와 그녀의 부모와 겹쳤다. 성실함도 체화되는구나.
열심히 본보기가 되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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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 그리고 소설가 조해진의 수요일 다소 시리즈 1
조해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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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해변의무무씨
#조해진
#다산책방
#다소시리즈_001

세무사가 되고 싶었으나, 세무사무실에서 보조로 일하다가 사무실에서 일어난 실수로 해고된 상황에서 동준의 제안이 있었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세무 업무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던진 질문을 덥석 수락한 일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 그렇게 은희는 럭키 빌라 402호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전직 교사였던 수연은 동준과 같이 인권 센터에서 기본급 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으며 일하는 활동가 중 한 분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활동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32에 난소암을 앓고 투병하며 교사 생활을 접은 수연은 52살에 유방암 투병 중이라고 했다. 혼자 사는 그녀는 자신의 긴 항암에 요양병원을 선택했고, 반려묘 두 마리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했다.

럭키 빌라 402호에 원래 거주하던 사람. 반려묘를 키우던 사람은 수연이 아니라 무무 씨였다. 수연의 집에 유일한 남자의 사진인 무무 씨.

수연과 무무 씨는 가난한 연인이었다. 그들의 해변이었던 곳에서 수연과 은희는 만나게 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중편소설 #산업재해 #르포소설 #북스타그램

우는 대신,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나는 그저 바랐다. 내가 아픈 것이 어머니 타이 아니듯 어머니의 슬픔에 내 잘못이 없기를. 어머니만이 아니었다. 내 아픈 몸에 그 누구도 죄 따위는 의식하지 않았으면 했다. 치료가 힘드니 자기 결혼식에는 불참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묻던 남동생도, 결혼도 안 한 처녀애가 왜 하필 난소암에 걸렸느냐고 나무란 뒤 그래도 애 낳는 건 가능하지 않느냐고 무구하게 묻던 할머니도, 나는 내 마음의 법정으로 소환하고 싶지 않았다. 고작 두 계절짜리 연인이었지만 함께 미래를 설계한 적은 있는 동료 교사 Y도 마찬가지였다. 암 진단 사실을 밝힌 이후부터 조금씩 연락에 소홀해지던 그가 결국 내 전화도 받지 않게 된 날, 나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그를 상상하지 않았다. 적어도, 노력은 했다. 아니, 필사적으로. 다만…
다만, 기억이 남았을 뿐이다. 47-8p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만 바뀌리란 그 믿음이 나를 살게 한다. 73p

청소하며 만난 학부모가 버리고 간 초콜릿을 보고 서러웠던 수연은 무무 씨에게 그 감정을 토로한다. 원래 잘 살 수 있었던 내가 기꺼이 낮아져서 이렇게 살고 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었겠지. 그런 수연에게 ‘어떤 사람은 선택하지 않아도 가난해요.‘라는 말을 듣는다.
인권센터에서 약자의 편에서 일하며 무수히 좌절을 맞보는 일을 하는 수연도 나는 스스로 선택했음의 자부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음을.. 가난은 여전히 우리에게 수많은 약점을 갖게 한다. 그들의 서사는 대체로 생략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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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결심 -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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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과 결혼해서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에세이스트다. <서재 이혼 시키기>로 만난 저자의 글이 좋아, <지지 않는 하루>를 찾아서 읽었었다. 암과 싸우면서도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글을 쓰는 일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 저자는 자기 전 몽테뉴를 늘 펼쳐본다고 한다. 저자의 모든 책에 아마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시어머니와의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말기암과 중증질환도 아니었던 시어머니는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선택했다.
이 무겁고 어려운 일 앞에서 멈칫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조력사, 안락사의 문제에 앞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다정함에 방점이 찍힌 책이다.

친구 없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깔끔하게 유지했던 사람에게 닥친 낙상 사고.
그 일은 한 사람의 삶을 주어가 아닌 목적어로 변화시켰다.
눈이 흐려지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삶.
이젠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없고, 흐려진 청력에 의존하여 오디오 북을 들어야만 했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책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기에 남은 책의 분량을 확인하며 지내야 했다.

시어머니는 고통받는 육체가 타인에게 짐이 되는 삶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존엄의 방식이었다. 194p

❝넌 이걸 알아야 해. 너를 보는 모든 순간이 나에겐 순수한 기쁨이라는걸… ❞ 136p
시어머니는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서 마음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사이를 만들었던 사람이었다. 이런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의 고부.

그녀를 돌보러 가는 날. 목요일. 딱 하루로 정해두고 함께 샴페인을 마시는 사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수인 사람이 그들에게 요구한 날은 하루였다.
그렇게 곁에서 보필하는 건 아들 내외였다.
딸은 어머니의 마지막 삶보다 자신의 은퇴 후 휴식을 우선으로 놓고 시골에서 휴양 중인 상황.

그런 상황에서도 조력사에 대한 이야기를 남매들이 진행하며 저자에게 막판 통보를 하게 된다.
계속 맘을 쓰고, 아파하고, 분노하는 모든 것은 저자의 몫이었다.
이는 문화의 차이인 것인가? 이 남매의 문제인 것인가? 내내 궁금했다.
아마도 시어머니의 깔끔함을 진화해서 물려받은 것인가? 싶기도..

이해가 충분히 되는 그녀의 선택.
하지만 죽음 앞에서 쉽게 이해가 답이 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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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이란 삶에 대한 맹목성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구차하거나 숭고하거나,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언어를 갖는다. 47p

타인과의 관계는 요구하기, 주기, 받기, 거절하기로 이루어진대. 55p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 삶을 밀도 있게 만들지만, 잊을 수 있는 능력, 망각할 수 있는 능력,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속성인지도 모른다. 125p

죽음은 순간이지만, 삶은 과정이다.
슬픈 건 고독한 죽음이 아니다.
어쩌면 외로운 삶이다. 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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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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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판사 <호의에 대하여>를 읽었다.
98년부터 기록해서 25년 8월까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묶은 책이다.

1부는 저자의 일기같이 보는 기분 (등산이 소재? 🏔️)
2부는 독후감. 어려운 책은 이렇게 다른 사람이 읽고 알려주는 게 좋다. 쉬운 책이 없어~
거기에 저자가 뽑아주는 질문이 많아 좋음.
3부 사회에 바라고 싶은 이야기. 법조인으로 살면서 사회에 하고 싶은 말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독서는 주로 법조인으로 도움이 될 책들을 읽으셨고, 독서에서 자기 직업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과 관점을 보여줬다. 러시아 문학을 특히 좋아하셨고, 톨스토 옙스키를(두 작가 섞어서 이렇게 부른다는 걸 최근 배움 / 나도 써묵었다아~ ) 애정하시는 게 느껴졌다. 최근 읽은 책에 따라 그 선호도가 바뀐다고 🤣

퇴직 후 강연이나 티브이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느낀 점은 유머가 있으시다는 것. 이 책에서도 역시 그 유머를 만날 수 있었고, 재독을 즐기신다는 것. 한 책을 읽는데 꽤 오랜 시간 투자하며 읽기도 하신다는 것. 그 독서가 읽는 즐거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롯데 자이언츠 우승이 멀어졌으니… 얼마나 분노하고 계시려나?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에세이 #신간도서 #판사의글 #일기 #독후감 #사회에고함 #북스타그램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오늘의 자네가 되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자네를 도운 게 있다면 나아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니 자네는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사해야 한다.” 86p

저도 선생님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갚을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쌓여 이 사회가 훨씬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 성취는 최대한 보장하되 기회를 제공한 공동체에 성취의 일부를 내놓음으로써, 그에게는 자부심을 선사하고, 이 사회에는 새로운 성취를 거둘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빕니다. 87p

‘세월의 부피가 아니라 세월의 무게가 중요하다. 그러니 나이의 적고 많음에 얽매이지 말고 세월의 무게가 중요하다. 그러니 나이의 적고 많음에 얽매이지 말고 세월의 무게를 체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경험하여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통일 없는 다양성은 우리에게 파멸을 가져온다. 전자는 외부에 해롭고, 후자는 내부에 해롭다. 365p

<이삭의 집>은 19명의 아이를 키우고 계신다고 한다. 국가 보조금은 받지 않고 오로지 후원금으로 만으로 운영하신다고 한다. 구청에서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일부 아동을 다른 시설로 보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그대로 돌보고 계시고, 대학 들어가거나 군에 간 아이들도 아직 돌보고 계신다고 한다. 이런 선한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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