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 그리고 소설가 조해진의 수요일 ㅣ 다소 시리즈 1
조해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평점 :
#여름밤해변의무무씨
#조해진
#다산책방
#다소시리즈_001
세무사가 되고 싶었으나, 세무사무실에서 보조로 일하다가 사무실에서 일어난 실수로 해고된 상황에서 동준의 제안이 있었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세무 업무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던진 질문을 덥석 수락한 일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 그렇게 은희는 럭키 빌라 402호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전직 교사였던 수연은 동준과 같이 인권 센터에서 기본급 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으며 일하는 활동가 중 한 분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활동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32에 난소암을 앓고 투병하며 교사 생활을 접은 수연은 52살에 유방암 투병 중이라고 했다. 혼자 사는 그녀는 자신의 긴 항암에 요양병원을 선택했고, 반려묘 두 마리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했다.
럭키 빌라 402호에 원래 거주하던 사람. 반려묘를 키우던 사람은 수연이 아니라 무무 씨였다. 수연의 집에 유일한 남자의 사진인 무무 씨.
수연과 무무 씨는 가난한 연인이었다. 그들의 해변이었던 곳에서 수연과 은희는 만나게 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중편소설 #산업재해 #르포소설 #북스타그램
우는 대신,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나는 그저 바랐다. 내가 아픈 것이 어머니 타이 아니듯 어머니의 슬픔에 내 잘못이 없기를. 어머니만이 아니었다. 내 아픈 몸에 그 누구도 죄 따위는 의식하지 않았으면 했다. 치료가 힘드니 자기 결혼식에는 불참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묻던 남동생도, 결혼도 안 한 처녀애가 왜 하필 난소암에 걸렸느냐고 나무란 뒤 그래도 애 낳는 건 가능하지 않느냐고 무구하게 묻던 할머니도, 나는 내 마음의 법정으로 소환하고 싶지 않았다. 고작 두 계절짜리 연인이었지만 함께 미래를 설계한 적은 있는 동료 교사 Y도 마찬가지였다. 암 진단 사실을 밝힌 이후부터 조금씩 연락에 소홀해지던 그가 결국 내 전화도 받지 않게 된 날, 나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그를 상상하지 않았다. 적어도, 노력은 했다. 아니, 필사적으로. 다만…
다만, 기억이 남았을 뿐이다. 47-8p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만 바뀌리란 그 믿음이 나를 살게 한다. 73p
청소하며 만난 학부모가 버리고 간 초콜릿을 보고 서러웠던 수연은 무무 씨에게 그 감정을 토로한다. 원래 잘 살 수 있었던 내가 기꺼이 낮아져서 이렇게 살고 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었겠지. 그런 수연에게 ‘어떤 사람은 선택하지 않아도 가난해요.‘라는 말을 듣는다.
인권센터에서 약자의 편에서 일하며 무수히 좌절을 맞보는 일을 하는 수연도 나는 스스로 선택했음의 자부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음을.. 가난은 여전히 우리에게 수많은 약점을 갖게 한다. 그들의 서사는 대체로 생략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