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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ㅣ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평점 :
#사랑에따라온의혹들
#신성아
#마티
<197p><별점 : 4.4>
이 책의 좋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책은 아픈 아이를 돌보는 간병인의 주체가 된 엄마가 기록한 글이라는 것으로 아마도 그런 소개만 들었을 때는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이 아닌 그런 소재의 에세이는 깊은 슬픔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기에 기피하는 책이기 때문인데 인스타 피드를 통해 내가 상상하는 종류의 글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국어 국문과 영상이론을 공부하고 광고,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다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던 중 딸의 암 간병을 위해 휴직했다가 현재는 사직한 상태.인 저자.
일을 사랑하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저자는 새벽부터 출근해서 일하던 중 (2022년 6월 3일) 딸이 심각한 병이 예상되니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조퇴를 한다. 딸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게 되었고, 힐에 깔끔한 출근 복장 그대로 아이와 함께 병원 생활의 서막을 연다.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
병원 생활을 하며 아이와
사람은 왜 사는지?
인생의 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언제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주한 현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늘 기다리던 것에 관대하던 아이는 참았던 애정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힘든 치료로 짜증과 투정이 늘어났다.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고, 어디에선 훈육을 해야 하나?
아픈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는 어디에도 없었다
딸과 같은 병으로 고생하던 아이의 치료 일기를 따라 읽으며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따라가다가 마지막 글과 함께 아이의 부고를 본 저자는 그 일도 그만두게 된다. 일을 사랑하던 저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누구도 간병은 누가 할 것인지 상의하지 않았다. 아이의 병에 간병의 자리는 ‘엄마’라고 세상에 법으로 규정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마치 법보다 더 강한 것으로 여겨졌다. 아이도 잠깐도 엄마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정량적 수치로 환산해도 남편보다 적게 버는 것이 아니지만, 아픈 아이 곁은 엄마 이는 공식과 같았다.
그리고 둘러 본 병원엔 돌봄의 위치에 선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코로나가 여전했던 시기의 간병. 무균실. 방호복을 입고 간병인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
열악한 보호자를 위한 편의시설(샤워장, 화장실) 2-3시간 이상의 잠이 허용되지 않는 조건.
항암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딸의 고통을 옆에서 내내 지켜봐야 하고, 그 괴로움과 동반되는 온갖 짜증을 받아내야 하며, 잠깐의 휴식도, 신선한 음식도 먹을 수 없는 상황.
저자는 이런 병원에서의 사생활 보호, 인간 존엄을 지킬 수 없는 상황들, 돌봄, 여성, 의료계, 아픈 아이의 교육 현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문제들을 아주 세련되고 유려한 글로 풀어낸다. 두껍지 않은 책에 언급된 책이 무려 3페이지에 달한다. 밀란 쿤데라의 키치가 철학적 용어들이 적절한 비유로 활용되어 기술된다.
이렇게 밀도 높고 세련된 글을 진정 간병하며 쓰신 것인가?😳😳 👍👍
세상은 이렇게 유능한 인력을 간병 담당자로 전략시킨 것.
아픈 자식을 돌보는 것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냐고? 물론 그렇다. 백번 옳다. 그렇기에 저자도 지금 그 좋아하던 일을 하지 못하고 사직한 상태니까. 하지만, 그러나, 가 뒤에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의료계의 문제들이 신문 1면에 계속 오르내리는데, 이 책엔 그에 관한 의견도 있다. 저자의 글이 나의 의견과 비슷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누가 옳고 그름의 힘 싸움이 아닌 앞날에 이로운 결정들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은 언제쯤 일어날까?
부디 힘겨운 싸움이 끝나고, 아이도 저자도 교육의 자리로, 일터로 돌아갈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갑작스레 닥친 큰 시련이 안타깝지만, 한 가지 그중에 다행이라 여겨지는 것은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점. 한 권으로 그치기에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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