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 허블청소년 1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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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과 친하지 않은 사람인데 이희영 작가님은 현실 기반으로 한 책보다 SF 기반으로 쓴 소설이 훨씬 좋음. 작가님 장편(6권) 중 이 책이 1등!! 2022년까진 페인트가 1등

달은 식민지화했고, 화성도 곧 제2의 지구로 테라포밍할 직전의 시대. 마케팅의 일환으로 인간이 강제로 멸종시킨 ‘레인보우 버드’를 복원하기로 한다. 오방새라 불렸던 새는 찬란한 깃털을 갖고 있었다. 그 깃털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새에게 접근했고, 접근했던 인간들은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간 설화를 갖은 레인보우 버드는 바이러스와 같이 복원이 됐다. 극비에 진행된 프로젝트라 최고 담당자인 COO와 본부장이 희생됐다. 다만 COO의 몸 속에 있던 생명은 태어나 생명을 유지했지만, 바이러스와 싸우는 삶을 살아야했다.
햇빛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알비노 소년 ‘마오’는 공기 좋은 외딴 곳에 최첨단 장비를 갖춘 집에서 메이드봇 ‘보보’와 지낸다. 외출도 누군가와 교류도 불가하다. 가상 공간에서 교육 받고, 아바타 친구들만 있을 뿐이다. 학교를 다니고, 물놀이를 하고, 태닝을 하는 것이 꿈인 아이. 그런데 같은 질병을 앓는 누군가가 더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게 된다. 친구란 존재가 마오에게도 생기는건가?
자신과는 달리 하얗지 않은 ‘하라’ 자신보다 2살쯤 많고 체격도 약간 크다. 하지만 그의 몸에 커다란 멍자국이 가득하다. 이제 막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했는데, 하라도 치료를 받고 있는게 아닌가? 바이러스가 사람마다 다 다른 형태로 변형되기에 하라는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건가? 마오의 복잡한 생각에 아랑곳하지 않은 하라는 레인보우 버드의 복원한 자들에 대한 원망과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꽤 불편한 얼굴을 한다. 이제와서 어쩔 수 없는 질문을 한다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인데 왜 자꾸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질문으로 자신을 괴롭힐까?
하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 자신을 치료하는 박사님을 만나는 것. 그녀는 마오에게 수수께끼처럼 답을 던진다. 화성 복권 당첨자들은 왜 모두 가난한 사람들일까? 라는 질문과 함께 테스터로 쓰인다는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를 마오에게 던지는데….


- 생각해 보면 인간의 환희와 기쁨, 절망과 분노는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몰리고 심장이 빨리 뛰며 정확히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어지러운 감정에 휘말리니까

-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물리적 흐름은 공평해도, 그 시간의 빛깔은 모두 달랐다. 번데기가 되지 않는 한 날개를 가질 수 있는 애벌레는 세상에 없었다. 종의 차이만 있을 뿐 지구의 모든 생명은 성장을 위해 힘든 과정을 생략할 수도, 지루한 시간을 건너뛸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오직 인간만이 그 흐름을 벗어나려 했다.

- 누군가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되듯 욕망과 탐욕에 지배당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 쓸모와 의미, 가치와 효용까지 모든 기준은 인간이었다 산에 핀 풀 한 포기에게마저 그 기준을 들이댔다. 인간에게 이로우면 약초가 되지만, 의미가 없으면 잡초 취급했다.

소오름!
장강명 작가님이 극찬한 이유를 알겠음. 2023년 첫 소설이 이리 멋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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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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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매일 6명이 산재로 사망한다는 보고가 꾸준히 언론을 통해 발표되지만, 쉽게 잊힌다. 테러나 감염병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는 ‘나도 당할 수 있다’ 혹은 ‘나도 걸릴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반면 산업재해는 ‘내가 노력하면’ 피할 수 있는, ‘나와 무관한’ 일로 생각한다.

- 베이조스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로켓을 타고 100킬로미터 상공까지 수직으로 오르는 동안, 누군가의 손발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로켓배송’을 하느라 땅 위에서 하루 종일 100킬로미터 이상을 위험천만하게 오갔을 것이다.
- 시간은 결코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다. 누군가는 시간을 점령하고 누군가는 빼앗긴다.

- 여자는 시간이 흐르면 훨씬 더 ‘낡는 존재’로 인식되는 반면 남자는 와인처럼 숙성되는 존재다.

- ‘은퇴’할 수 있는 삶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이들에게만 찾아온다. 가난한 노인에겐 은퇴라는 게 없다.

- 그렇게 전태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들은 권력을 얻었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의 대표자리를 꿰찼다. 한국의 ‘진보’는 결코 학연을 포기하지 ㅇ낳는다. ‘공부 잘했던’젊은 시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옮음을 확신하기에 ‘진보’하지 못하면서 ‘진보’의 위상을 얻는다.

- 워킹맘, ‘맘’의 일 자체가 워킹(노동)이지만 그 워킹은 아무리 해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나가 공식적인 노동을 함으로써 그들은 ‘워킹맘’이 된다.

-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에게 부지런히 언어를 빼앗는 권력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언어를 활용한다. 권력은 어떻게 언어의 보호장비를 갖추는가. 권력은 자신들의 특권과 비리, 각종 부패를 순화된 언어로 표현하거나 아예 다른의미로 변형시킨다. 힘 있는 자들의 약탈과 착취는 늘 ‘관행’이란 이름을 얻는다. 권력은 언어의 개념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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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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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따뜻한 괴담집? 다른 작품들보다 덜 호러스럽다는 느낌.
전체적으로 모든 작품에 외로움이 깔려있다. 외로움때문에 호러가 외로움으로 따스함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할루우 키즈
축제에 부모가 참석하지 않은 아이가 그대로 사라졌다.

*고기와 석류
남편은 내 돌봄을 받고 죽어 장례를 치뤄줬다. 아들은 타국으로 떠났고 연락도 없다. 평생 누군가를 돌보며 산 화자는 홀로 남았다. 자신의 죽음을 누군가가 지켜봐주면 하는. 마음에 위험한 시도를 한다.

*릴리의 손
다른 시간으로 가는 ‘틈’이 생긴다. 그 틈에 릴리가 빠졌다. 나의 손과 함께이면 좋겠다.

*새해엔 쿠스쿠스
사랑하는 자녀를 낳은 것인가? 자기 만족을 충족시킬 무언가를 낳은 것인가?

*가장 작은 신
먼지의 신

*나쁜 꿈과 함께
몬스터 주식회사 조예은 버젼?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
고양이들이 사라진다.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가난한 집에 태어난 딸은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다. 도끼로 위협을 받으며 훈육을 받고 자란 남편은 잦은 외출을 하고, 아내인 주인공과의 어떤 친밀함도 없다. 그런 남편은 때때로 피비린내를 풍기는데…

- 그래도, 엄마가 말했었거든. 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해 못 하면 뭐 어때. 내가 있는 것만으로 이해 같은 거 없어도 힘이 된다는데. 결국 지금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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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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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단편

*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태양 제3 행성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류 생물은 식물과 세균이다. 사람은 그 식물과 세균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일종이다. 이 미생물은 동족을 파괴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갖추는데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 그런데 이 미생물이 피라는걸 뽑는 행위를 한다. 그것을 자신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준다? 왜? 동족을 파괴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쓰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 왜? 무엇때문에? 헌혈 후 그들이 얻는 것이라곤 증서와 빵이 전부인데…. 아무래도 그 빵이 원인가보다. 빵을 가져와 정밀분석 해봐야겠다.

* 이상한 녹정 이야기
신라 시대 작가이자 학자인 최치원이 득도를 하고 신선이 되었다. 그 제자가 현존한다.

* 슈퍼 사이버 펑크 120
공공기관에서 서류 발급 받으려다 속 터졌던 기억.

* 지상 최후의 사람일까요.
출산률 절벽의 시대.

- 사람은 자신의 삶을, 혹은 자신의 삶이었던 것을 살아가면서 외로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이 행복한 것을 보고 얻은 시기심에 망가져 있었고,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힘을 기울였던 일이 허망하게 실패해버린 좌절 때문에 쇠약해져 있었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억지로 자신을 꾸민 허세 때문에 얼마나 더 부끄러웠는지 깨달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신이 사실은 그렇게 보잘것없을 리는 없다고 마음 속 깊이 믿는 일이 얼마나 멍청한지도 깨달았다.

- 육아 로봇과 자동 보육 장비가 완전히 실용화된 후에도 사람들이 결국 자식을 기르는 것을 점차 거부하게 된 것은 1명의 사람을 바람직한 상태가 되도록 잘 키운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책임을 많이 지는 일이라고 점차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을 세상에 더 태어나게 했는데 그 사람이 불행하거나 비도덕적인 삶을 살게 되면 부모의 책임이니까, 그런 무거운 책임을 지는 일을 꺼려하게 된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공인인증서로만 인증을 받아 회원가입이 가능했던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있어서 분노했었는데, 작가님의 책으로 위로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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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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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타일
#김금희_연작소설
#창비



7개의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페파로니에서 왔어>, <놀이터는 24시>에서 만났던 작품이 하나씩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전에 만났던 작품들과 다시 만났다.
바로 전 작품이 고통의 깊이가 깊어서 아직도 여파가 컸기에, 감정의 기복이 큰 책은 피하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런 측면에도 훌륭한 선택이 됐다.

* 은하의 밤
은하는 예능국 작가다. 자연다큐를 하고 싶었지만, 사회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선택은 쉽지 않다. 유방암으로 치료받으며, 오빠와 새언니에게 돈이 필요할 때만 찾아지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고독한 투병 생활을 마치고 남미를 다녀오고 합류한 팀의 맴버는밀려난 아나운서 오태만, 지민 피디, 막내작가 소봄이다. ‘능력자’라는 이전 작품에서 뜻하지 않게 대학시절 연인인 ‘현우’와 만나게 됐는데 망한 작품에 무언가 더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영화를 전공하던 한가을은 휴학하고 ‘정신병동’에서 알바를 한다. 좋아하는 선배의 일에 잠심 참여하려 병동에서 친해진 안미진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 월계동 옥주
상실을 메우지 못하고 베이징으로 떠난 옥주.

* 하바나 눈사람 클럽
어릴적 아빠랑 살았던 부산에 다시 돌아왔다. 이곳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기간에도 단골로 이용하는 사람들 덕에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단골의 주선으로 한 남자를 소개 받기로 했는데, 그녀의 첫사랑과 이름이 같기 때문.

* 첫눈으로
소봄의 이야기

*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부모의 이혼 후 언니 오빠와는 달리 미성년자였던 세미를 위해 엄마는 강아지 ‘설기’를 데려왔다. 그렇게 자신의 곁에 20여년 있었던 설기가 떠났다.

* 크리스마스에는
지민과 현우의 이야기

- 직장인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있다면 한가한 상사이고 더 두려운 존재라면 기러기 상태라 사적으로도 한가한 상사가 아닐까.


- 이 밤은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은 그저 흔한 은하의 크리스마스였다.

- 조직 속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부족한 능력을 노력으로 상쇄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매정하고 냉정해지는 특질이 있었다. 타인의 역량 부족은 결국 자기들 무게가 될 텐데 대놓고 미워도 못하게 감정적 부담까지 지우는 셈이니까.

+ 내돈내산 책은 늘 뒤로 밀리는데 이 책은 꼭! 이 시즌에 읽고 싶었다. 이 시즌에 어울리는 작품이니 겨울을 넘기지 말고 읽으시면 좋겠다. 혹여 시기를 놓치시면, 감정의 힘듦의 독서 후에 읽기 좋으니 기억해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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