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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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2

저자의 전작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의 글을 읽고 저자의 글 솜씨에 입을 쩍 벌리다 못해서 턱이 쭉 빠졌었다. 신간이 나왔다는 정보를 인친 님의 피드를 통해 알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전작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나 혼자 속상했었음.)

저자는 국어 국문과와 영상이론을 공부하고 광고,마케팅업계에서 일하시다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던 중 아이가 아파 간병을 하며 첫 책을 쓰셨다. 현재 아이와 개를 돌보며 읽고 쓰는 데 전념하고 계신다고 한다.

이 책은 <한겨레21> 기고했던 칼럼을 다시 고쳐 묶어서 낸 책이라고 한다.
바로 전 피드의 말을 다시 소환한다. 글을 써서 돈을 받는 사람. 언론인의 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로 그런 글이다. 앞에 소개한 책은 그런 사람이 쓴 에세이라 직선과 곡선의 변주곡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과녁 정 중앙에 꽂히는 화살 같은 느낌이다. 적확함을 위해 다소 허들 높은 단어들을 만나기도 하는 고퀄의 문장과 어휘를 만나면서도 그래 내 말이 이 말인데.. 내가 하면 장황하고 전달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것들을 이보다 더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고 인정할 만한 글.

아이를 돌보면서 보이는 사회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돌봄에서 시작한 그녀의 시선은 사회 전반의 문제로 퍼진다. 저자의 글로 잠시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더 조여오기도 하지만, 이런 글이 널리 읽히고 담론화되어,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아빠가 법무부 장관이 아니어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장애나 질병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겪었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얻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33p

이도 저도 아닌 위치의 다수 시민들은 일상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평범한 아이들은 꿈 대신 체념에 익숙해지며, 힘없는 어른들은 권위에 굴복하게 된다. 차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차별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지 못하므로 자신의 ‘분수’에 맞게 소시민의 삶을 영위하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 정치인의 탐욕이 사회에 특히 해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34p

노동을 비롯한 일상의 모든 활동이 민주주의 덕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개인의 습관이 되고 사회의 관습이 된다. 특히 노동자가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노동을 민주적 해우이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직장 내 민주 노조의 유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가 일할 때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온전히 발휘하고 협업을 경험함으로써 마침내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86p

과거와 현재는 단절되지 않는다. 한병철의 말대로 행복은 어느 한 시점에 국한된 개별 사건이 아니며 과거까지 뻗어 있는 건 궤적을 꼬리처럼 갖는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행복을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한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해 지금도 유효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오직 서사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사진첩이 과거를 소생시키고 행복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누적된 데이터가 아니라 선택된 기억과 맥락에 따라 배치된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의 틈이나 균열이 몇 번이고 과거를 새롭게 소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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