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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평점 :
[베토벤을 향한 순례 여정에서 길어 올린 사유의 기록]
#백건우베토벤의침묵을듣다
#열아홉_출판사
#김재철
데뷔, 7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언론인으로 오래 일한 김재철과 함께 4박 5일 함께한 기록이다.
백건우와 기자가 베토벤을 향한 순례 여정이지만,
음악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행적을 따라갈 수 있는 영국의 사진
미술, 철학, 사랑 풍성한 이야기가 화음을 이룬다.
30살에 청력이 흐려지기 시작한 베토벤의 삶을
이토록 깊이 느껴본 적이 있었나 싶다.
길고 장황한 문장보다
함축한 이 책의 글들이 그 삶을 깊게 느끼게 한다.
고통을 고통으로 표현하지 않는 천재 작곡가.
백건우는 베토벤을 세상을 ‘음악으로 번역’하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와닿는 수식어가 또 있을까?
❝내가 죽음을 생각했을 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나를 붙들었다.
신이 내게 명령하신 일을 다 끝내기 전에는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 손을 통해 태어나야 할 음악들,
그것을 생각하며 나는 지금 이 비참한 삶을 견뎌내고 있다.
아아, 사람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비참한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도 음악가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몸부림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의 예술혼이 활활 타오르기 전에 죽음이 닥쳐온다면, 나의 운명이 아무리 무자비할지라도 나는 맞서 싸울 것이다. ❞
- 1802년 10월 6일,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중 / 38p
베토벤의 사랑.
어쩌다 다 이리 이루어지지 못했는가 ㅜ
그리하여 명곡이 탄생했겠지만…
첫 사랑을 위해 쓴 <월광>을 시작으로..
❝ 그래서 그의 후기작은 실제 소리보다 ‘영혼의 소리’에 가깝죠. 세상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한 채, 오직 자신만의 우주 속에서 쓴 음악이니까요. 귀를 잃은 후 후기 베토벤의 음악은 철학입니다. 음악이면서 음악이 아닌 지점까지 도달한 거의 유일무이한 작곡가죠.
베토벤은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질문’을 음악으로 표현했어요.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음악이 나온 거죠. 쉰베르크나 바르톡, 브람스는 베토벤의 영향 속에 작품을 썼다고 봐야 합니다. 후기 베토벤 없이는 현대 음악도, 서양 철학도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
청력을 잃고 쓴 작품이 <영웅>, <합창>이라니..
그는 진정 천재가 맞다.
고통을 정직하게 대면했던 고흐와 베토벤.
그들의 그림과 음악이 이 책을 덮은 후 다르게 보이고 들릴 것만 같다.
베토벤을 다른 연주자들처럼 강하게만 연주하지 않는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언젠가 섬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베토벤처럼 고통을 통제하려고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흐처럼 고통을 모두 드러내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고통을 속이지 않는 것이에요. 예술은 고통이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고통을 끝까지 정직하게 대했을 때 비로소 시작되거든요. ❞ 112p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서평단 단체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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