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경제사 1 - 자본주의 어나더 경제사 1
홍기빈 지음 / 시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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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 홍기빈 소장과 칼폴라니가 말하는 자본주의

 

 

킬러문항과 자본주의

 

수능 킬러문항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교육계가 학원가와 결탁하여 문제를 일부로 어렵게 내고, 그로 인해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졌다는 것이다. 사교육계에 있는 운동권 출신들의 이권 카르텔이 작동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고, 고액 연봉을 받는 1타 강사들에 대한 억측 비난도 쏟아져 나온다. 결국, 킬러문항이 탄생하게 된 이유가 사교육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이런 (나쁜) 사교육을 때려잡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초고난도 문제는 변별력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왜 변별력이 줘야 할까?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위권 친구들은 돈 잘 버는 의대에 가고, 훗날 그렇게 번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된다. 학벌 위주의 서열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나아가 돈이 곧 권력이라는 자본주의 속 인식이 깨지지 않는 한, 변별력을 주기 위한 킬러문항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전부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면서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취직을 할 때까지 오직 돈만 좇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쩔 수 없는걸 알면서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면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다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고, 오직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더 많이 가진 자가 권력을 갖는 자본주의와 같은 괴물이 탄생할 것일까?

 

 

 

칼 폴라니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연장방송 [경제는 김..]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코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라디오 진행자 겸 시사평론가인 김종배의 '', 영혼의 경제학자 명지대 교수 우석진의 '', 그리고 정치경제학자인 홍기빈의 ''을 따서 만든 코너명이었다. 우리나라 경제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홍기빈 소장 특유의 유머 덕분에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소개할 도서는 홍기빈 소장이 쓴 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자본주의). 책 제목에 있는 '어나더'는 영어 'another'를 나타낸다.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사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경제사를 이야기해 줄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홍기빈 소장은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고전 거대한 전환을 바탕으로 기존 경제사의 틀을 흔들어 놓는다.(참고로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번역을 홍기빈 소장이 맡았다.)

 

 

 

선물과 재분배

 

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자본주의)는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긴 세월의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과연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화폐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흔히 우리는 원시인들이 열매나 토끼 고기 등을 물물교환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화폐가 탄생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익과 영리를 추구하는 호모이코니미쿠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홍기빈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태초 인류는 반드시 대가를 바라고 행해지는 물물교환이 아니라 그저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눠주는 '선물'이나 '재분배'를 통해 경제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자산 증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끼리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수준이었다.

 

 

 

경쟁과 시장 경제

 

그러다 공동체 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영역을 확장하여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절대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머나먼 원정을 떠나야 했고, 때로는 전투도 피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를 축적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 살림살이 정도의 모습이었다.

 

근대국가로 넘어가면서 옆집, 옆 동네 간의 교환이 아니라 전국적 시장이 형성되었다. 양자간 교환이 아닌 다자간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합의하에 제도와 규율을 갖춘 시장 경제가 탄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을 만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국가가 등장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 속에서 세금, 신용, 은행, 주식이라는 개념 등이 탄생한다.

 

문제는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그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하고, 돈을 가진 자가 권력을 손에 쥐게 되는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펼쳐진다.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에 관해서는 어나더 경제사2(산업혁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자본주의)를 읽으면서 우리 태초 인류는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오직 돈만을 따지며 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변하는 사회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간다. 다만, 하필이면 오늘날 서로 경쟁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근대 자본주의를 맞이한 것이다. 전 인류의 역사를 놓고 봤을 때, 돈에 미쳐 사는 시대는 그리 길지 않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이 사회가 싫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 번 고민해볼 문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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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록 - 내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 기록
안예진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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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록 도서 인플루언서 꿈꾸는 유목민(안예진) 책읽기의 즐거움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모난 성격 탓에 남 일에 별 관심이 없다. 누가 누구를 만나고, 누가 어디에 놀러 가고, 누가 이번에 어떤 차로 바꾸는지 등. 내 일이 아니고 내 것이 아니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다. 타고난 성격이 이러하니 남을 막 부러워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나지."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보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아예 부러운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카피라이터 정철 작가의 기발한 창작력이 부럽고, 가슴을 울리는 임영웅의 노래 실력이 부럽고, 말 한마디에도 빵빵 터지는 탁재훈의 유머가 부럽고, WWE 프로레슬러 랜디 오턴의 명품 몸매가 부럽다. (랜디 오턴이 누군지 모른다면 알아서 검색을...)

 

이 분만큼은 정말 부럽다

 

내 주변에서 부러운 사람 중 한 분은 도서 인플루언서 꿈꾸는 유목민(안예진)님이시다. 과거 꿈꾸는 유목민님은 호주, 이스라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싱가포르, 폴란드, 스위스, 헝가리 등 세계 34개국을 다니며 직장생활을 하셨던 경험을 본인 블로그에 <뒤죽박죽 세계여행>이라는 타이틀로 꾸준히 연재하셨다. 그분의 책리뷰도 재밌게 읽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관한 글이 참 재미있었다. 해외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는 꽤 부러운 포인트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 홀연히 자녀분과 함께 제주도로 떠나셨다. 하루 이틀 짧은 여행이 아니라 제주에 집을 구하고 본격적인 제주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올해로써 벌써 제주살이 2년 차를 맞이하셨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멋진 곳도 놀러 가시고, 다양한 체험도 하시고, 좋은 분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제주도로 떠나고 싶어진다. 꿈꾸는 유목민님의 그런 결단력과 추진력도 무척이나 부러운 포인트다.

 

고액 연봉 대신 나는 책을 택한다

 

또 한 번 꿈꾸는 유목민님을 부러워할 일이 생겼다. 이제는 도서 인플루언서를 뛰어넘어 작가 안예진이라는 타이틀로 독서의 기록이라는 책을 출간하신 것이다. 신간 독서의 기록은 책읽기로 내 삶을 변화시킨 과정과 함께 도서 인플루언서로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론을 담은 책이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이들과 도서 인플루언서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다.

 

누구에게나 번아웃이 올 때가 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이자, 20년 차 직장인으로 살아온 인생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저자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 번아웃을 극복한 방법은 바로 독서와 글쓰기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나아가 경제적 자유까지 누리기 위해 시작한 독서. 책이 전하는 삶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이 두 가지 활동을 꾸준히 해온 지난날의 모습이 독서의 기록에 담겨있다.

 

마인드맵과 SWOT

번아웃의 만병통치약이 오직 책뿐이냐? 그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충분히 좋은 해소법이다. 문제는 나만의 번아웃 탈출 요령을 아직 못 찾은 이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내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과 내가 가진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성공이다. 방황하고 있을 그들을 위해 독서의 기록에서는 자그마한 생각의 장을 만들어놓았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직접 그리고 써보는 마인드맵(꿈 지도)과 기업에서 전략 분석 기법으로 자주 활용하는 SWOT(Strengths : 강점, Weaknesses : 약점, 기회 요인 : Opportunities, 위기 요인 : Threats)이다. 직접 마인드맵과 SWOT을 작성해 보면서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도서 인플루언서 되는 필승 노하우

 

꿈꾸는 유목민님처럼 책읽기와 글쓰기로 내 삶을 바꿔보겠노라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앞서 내가 원하는 정상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기록에서는 작심삼일 독서법, 문어발 독서법, 스마트 독서법 등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과 무작정 필사법, 세 줄 리뷰법, 포스트잇 기법 등 도서 리뷰를 좀 더 쉽게 쓸 수 있는 노하우가 담겨있다.

 

누구나 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쓸 수 있지만, 이 활동을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로 인해 따라오는 부수익 또한 놓칠 수 없는 목표다. 그렇다면 성공한 도서 인플루언서만의 블로그 운영법을 배워야 한다. 독서의 기록에는 블로그를 세팅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포스팅 키워드 잡는 법, 효자 포스팅 만드는 법, 댓글 달기 기술법 등 초보 블로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담겨있다.

 

♬ 『독서의 기록에 바치는 음악 선물 | 신치림 출발

 

윤종신, 조정치, 하림이 만든 신치림의 [출발] 뮤직비디오에는 직장인 세 사람이 제주도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도착한 제주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뮤직비디오의 주된 내용이다. 모든 고민과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제주도로 떠나 그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을 펼치고 있는 꿈꾸는 유목민님의 모습과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의 기록을 읽고도 책읽기와 글쓰기, 도서 인플루언서를 주저하고 있다면, 저자는 시작 이전에 계속하기를 권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를 걱정하면 제주도로 출발할 수 없는 것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잡생각이 시작을 주저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잘하기 이전에 꾸준히 그 일을 해나가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 역시 최근에 살짝 번아웃이 왔었는데, 꿈꾸는 유목민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저 '()(준히)'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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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 - 최재천의 진화학 에세이, 2판 드디어 다윈 5
최재천 지음, 윤호섭 그림, 강호정 외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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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 | 최재천 | 다윈의 진화론 이야기 | 유시민 알릴레오 북's 추천도서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초등학생이었던 당시 포켓몬스터만화를 통해 '진화'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파이리''리자드'가 되어 '리자몽'이 되었고, '꼬부기''어니부기'가 되어 '거북왕'이 되었다. '파이리'는 아이 공룡이니까 점점 몸집이 커지고 커다란 날개가 생긴다는 건 알겠는데, '꼬부기'는 전화가 거듭되면서 훗날 등에 물대포가 생긴다는 건 정말 놀라운 충격이었다. 그 외에도 '캐터피 단데기 버터플', '야돈 야도란', '또가스 또도가스' 등 진화하는 무수한 포켓몬들이 만화 속에 등장했다.

 

포켓몬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몸집이 커지거나 강해졌다. 그저 귀여웠던 친구들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날카로워지고 멋있어진다. 최종 진화의 모습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독특한 특징이다. '리자몽'이나 '거북왕'까지 진화하면 끝이다. 끝이 정해져 있기에 순서가 있고, 예외가 없다. '파이리'가 진화하면서 뿔이 자란다거나 '캐터피'가 진화하면서 '버터플'이 아닌 '잠자리'가 되는 경우는 없다. 어린 내게 '진화'란 그저 "점점 좋아지는 거"로 이해되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탄생이 창조주의 은총과 의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그리고 우연히 나타난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73쪽 참고) 최재천 교수님 역시 다윈 지능을 통해 진화란 방향성이 없으며 목적성도 없다고 말씀하신다. 인간은 무계획적이고 무도덕적이며 비효율적인 자연선택 과정의 우연한 결과물이며, 항상 단순한 데에서 복잡해지는 방향으로만 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75쪽 참고)

 

진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는 강물과 같다. 유일한 단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저 과정일 뿐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생물은 진화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먼 훗날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인간의 수명이 너무나도 짧기에 특정 종이 진화하는 과정을 목격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찰스 다윈이나 최재천 교수님 같은 생물학자 덕분에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해나갔는지를 알 수 있다.

 

진화를 이야기할 때 '자연선택'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래!"라는 말과 함께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자연 속 원숭이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닌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에서 진화의 비밀이 시작되었을 거로 생각하기 쉽다. 혹시나 그랬다면 "!"이다. 다윈이 말하는 '자연선택'에서 자연은 방금 말한 자연이 아니다.

 

"쌍커플 수술이 자연스럽게 잘되셨네요.", "반복해서 연습하니 춤동작이 꽤 자연스러워졌는데."라는 말에서 쓰이는 자연이 '자연선택'의 자연이다. 결국, 자연선택이란 누가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의미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38쪽 참고) 진화란 그저 저절로 그리고 우연히 벌어진 결과물이라는 말과 통하는 표현이다.

 

이기적 유전자로 널리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그의 또 다른 역작 눈먼 시계공을 통해 자연선택의 결과를 눈먼 시계공으로 빗대어 설명했다. 오늘날 생명체를 숙련된 시계공이 정교한 설계와 수리를 통해 만든 고쳐진 시계 같지만, 현실은 앞을 못 보는 시계공이 시계를 나름 고쳐보려 애를 쓰다 실패와 실패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작동하게 된 시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104쪽 참고)

 

우리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은 세상을 그리며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이란 말을 쓰곤 한다. 마치 신의 선택을 받은 열등한 개체만이 살아남고,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전부 멸종되어 사라져버린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여 멸종된 공룡처럼 그저 운이 없어서 사라졌을 뿐, 충분히 훌륭한 대부분은 살아남는다.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라는 말이 종의 기원을 논하는 진화 이야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아름답고 화려한 생명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마지막 문장이다. 종의 기원'과연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의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신이라는 존재가 아담과 이브를 만들어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어쩌다 우연한 계기로 태초에 생명체가 이 지구에 생겼고, 자연선택론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 세상을 만들었다. 다윈 지능의 최재천 교수님은 이 세상 모든 생명이 근원적으로 한 가족이라는 깨달음은 우리 인간을 더할 수 없이 겸허하게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279쪽 참고)

 

만화 포켓몬스터엔딩 OST 들어보면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가사가 나온다. 만화 속에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지만, 진화론에 따르면 그들 모두 단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안에서 때로는 경쟁도 하고 공생도 하면서 진화해나간다. 늘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이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간다.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소소한 일에만 집중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다윈 지능을 읽으면서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여유가 생겼다. 우리 주변에 있는 꽃과 나무들에 한 번 더 눈이 가고, 길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나 새를 마주치면 그들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어떻게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런 소소한 질문 덕분에 하늘을 보고 땅을 본다. 이 지구는 인간들만의 세상인 줄 알았는데, 다윈 지능을 통해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다른 무수한 생물들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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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한 결정들 - 부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세계적인 재무학자의 인생 설계
로런스 J. 코틀리코프 지음, 오수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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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한 결정들 | 직업, 은퇴, 세금, , 결혼, 이혼, 대학, 투자, 인생에 관한 돈 이야기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해서 이 정도 월급을 받고 있지? 내가 장사를 한다면,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장사를 할까? 대학 진학 때, 다른 학과를 선택했다면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좀 더 주식 투자를 일찍 시작했다면 지금 내 자산은 어느 정도일까? 남는 시간에 게임을 할까? 아니면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할까? 이번 여름에 명품 셔츠를 한 벌 살까? 아니면 가성비 좋은 SPA 셔츠를 여러 벌 살까? 단순히 내 삶을 되돌아보는 물음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돈과 관련되어 있는 물음이다.

 

그 말인즉, 우리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결정 앞에서 돈이라는 존재가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어떻게 돈만 보고 사냐!"라고 말할 수 있으나, 현실이 그렇다. 돈 앞에서 결정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없기에 우리는 그토록 남의 이야기를 듣는지도 모른다. 남이 오를 것 같다니까 사고, 남이 할 필요 없다니까 안사고. 내 돈의 결정을 남에게 맡긴다는 건, 내 인생을 남에게 의지하는 거와 같다. 우리에게는 스스로 돈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25인 중 한 명인 경제학과 교수이자 재무학자인 로런스 코틀리코프(Laurence J.Kotlikoff)가 쓴 돈에 관한 결정들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돈에 관한 무수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현명하면서도 실질적인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 엉성했던 내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머니플랜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한다. 직장을 구할 때, 그 회사의 월급은 직업을 결정하는데 무척이나 중요한 요인이다. 내가 어려운 일을 하면서 이 정도를 받을 것인가, 내가 쉬운 일만 하고 이 정도 월급에 만족할 것인가. 저자는 초봉이 높은 직장보다는 소득 증가가 빠르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은퇴와도 연관이 있는데, 은퇴는 되도록 최대한 늦게 하고, 사회보장급여(연금)를 통해 노후를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연금계좌는 절세 효과도 있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재테크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말한다. 돈 벌기를 멈추지 말고, 나이 먹어서도 돈이 생길 수 있는 루트를 준비해두어라.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돈을 들이는데 세월을 낭비하지 말며, 대출금은 가급적 빨리 갚는 걸 권한다. 결혼에 관해 경제 사정이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라는 말은 너무 현실적이라 깜짝 놀랐다. 역시 이익과 손해로 세상을 보는 경제학자 눈에는 그 또한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뿐 아니라 이혼을 할 때도 이혼 관련 비용과 이혼 위자료 등을 꼼꼼하게 살피라고 조언한다. 배우자만큼이나 중요한 대학을 결정할 때도 등록금이 높은 곳은 피하며, 학자금 대출만큼은 반드시 피하라고 강조한다. 어쩔 수 없이 받은 학자금 대출이라면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금처럼 대출 상환은 빠르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선택과 결정 앞에서 투자만큼이나 골치 아픈 게 없다. 투자 방식으로는 적금, 예금, 주식, 부동산, 채권, 달러, , 원자재, 가상화폐 등 무수하며, 그 안에서도 세분화하면 한도 끝도 없다.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원칙은 보유 자산을 다각화하여 손실 위험성을 낮추는 일이다. 어차피 예측할 수 없다면 안전한 분산투자가 답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Index를 추종하는 ETF 투자가 좋은 예이다. 다만, 은퇴 후 일정한 수익이 없는 상태라면 오히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늘림으로써 투자액의 증가분은 보유하라고 말한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돈에 관한 결정들에서 권하는 방식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어쩌면 이 책 가장 마지막에 '인생에 관한 결정들'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거 보면 우리에게 "이대로 할래? 말래?"를 묻는 듯하다. 매번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돈 앞에서만큼은 최소한 피해야 하는 길이 있다. 돈에 관한 결정들은 위험성은 제거해 주면서 앞으로 나만의 재무 계획을 세우는데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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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착각 - 인간 본능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와 광기에 대하여
토드 로즈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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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착각 | 토드 로즈 | 나는 신이다 사이비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

 

팀원들끼리 국밥집에 갔다고 상상해보자. 누군가가 맨 처음으로 "난 돼지국밥!"을 자신 있게 외친다. 돼지국밥 외에 순대국밥, 내장국밥, 따로국밥, 섞어국밥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모든 가격이 9,000원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다른 팀원들이 "그럼 나도!", "나도 돼지국밥", "난 돼지국밥 특으로"를 외친다.

 

물론 모두가 돼지국밥을 먹고 싶었을 수도 있으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나 혼자 내장국밥을 시키면 국밥 사장님의 일이 많아지고, 그럼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오고, 괜히 나 때문에 식사시간이 길어지니까 다들 싫어하겠지. 그럼 사장님과 팀원들을 위해서 나도 그냥 돼지국밥 먹어야겠다.' 실제로는 사장님이 귀찮아하지도 않고, 음식 나오는 시간도 별 차이가 없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또 하나 착각이 발생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런 생각을 한 명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은 사람은 처음 "난 돼지국밥!"을 외친 단 한 사람이고, 나머지 모두는 먹고 싶지 않은 국밥을 먹게 된다. 이는 잘못 넘겨짚어 발생한 사고 오류다. 결국, 남의 가치관에 맞춰 사는 개인이 많아져 집단을 이룬다면, 집단착각에 빠진 사회가 형성된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면서 느꼈던 충격은 극악무도한 교주들의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교주들이 저지른 만행이 역겨웠을 뿐이지, 정작 교주들의 모습은 참으로 볼품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은 교주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을 따르는 수많은 맹신도의 모습이었다. 집단 전체가 광기에 빠져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집단 전체가 터무니없는 착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ADHD 장애 자퇴생에서 하버드대 교수가 된 교육신경과학 권위자 토드 로즈(Todd Rose)의 신간이 나왔다. 그의 베스트셀러 평균의 종말, 다크호스를 잇는 '토드 로즈' 3부작의 완결판 집단 착각은 개인의 선택이 집단 착각으로 번지는 과정과 원인을 신경학과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다수의 선택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착각에 빠진 집단에 속한 개인의 심리는 어떠하며, 집단착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류가 집단착각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 말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물학적으로 집단을 이루어 살며, 그 집단에 속하려 한다. 서로를 모방하며 그 집단에서 조화를 이루려고 애쓰고, 규범이 있다면 이를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은 맹목적인 순응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는 충분하고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다수의 선택이 꼭 옳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다.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잃은 상태로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집단이 주는 안정감과 만족감에 취하게 된다. 이는 집단에서 쫓겨나는 것에 대한 공포로도 이어진다. 결국, 집단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다수가 되고 싶은 욕구와 고립에 대한 공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맹신도 집단을 탄생시킨다.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 집단 착각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이 담겨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행차할 때, 다들 임금님이 홀딱 벗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금님이 입은 옷이 멋있다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이때 한 아이가 외친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네!" 그제야 모두가 깔깔깔 웃었고, 벌거벗은 임금님은 황급히 성으로 도망쳤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교주들의 적나라한 실태가 밝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군가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집단이 주장하는 걸 의심하고, 본인이 본 것을 믿었을 때, 집단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다수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 착각의 안개를 걷어내고, 더 나은 사회의 약속을 향해 나아가자는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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