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착각 - 인간 본능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와 광기에 대하여
토드 로즈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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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착각 | 토드 로즈 | 나는 신이다 사이비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

 

팀원들끼리 국밥집에 갔다고 상상해보자. 누군가가 맨 처음으로 "난 돼지국밥!"을 자신 있게 외친다. 돼지국밥 외에 순대국밥, 내장국밥, 따로국밥, 섞어국밥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모든 가격이 9,000원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다른 팀원들이 "그럼 나도!", "나도 돼지국밥", "난 돼지국밥 특으로"를 외친다.

 

물론 모두가 돼지국밥을 먹고 싶었을 수도 있으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나 혼자 내장국밥을 시키면 국밥 사장님의 일이 많아지고, 그럼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오고, 괜히 나 때문에 식사시간이 길어지니까 다들 싫어하겠지. 그럼 사장님과 팀원들을 위해서 나도 그냥 돼지국밥 먹어야겠다.' 실제로는 사장님이 귀찮아하지도 않고, 음식 나오는 시간도 별 차이가 없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또 하나 착각이 발생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런 생각을 한 명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은 사람은 처음 "난 돼지국밥!"을 외친 단 한 사람이고, 나머지 모두는 먹고 싶지 않은 국밥을 먹게 된다. 이는 잘못 넘겨짚어 발생한 사고 오류다. 결국, 남의 가치관에 맞춰 사는 개인이 많아져 집단을 이룬다면, 집단착각에 빠진 사회가 형성된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면서 느꼈던 충격은 극악무도한 교주들의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교주들이 저지른 만행이 역겨웠을 뿐이지, 정작 교주들의 모습은 참으로 볼품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은 교주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을 따르는 수많은 맹신도의 모습이었다. 집단 전체가 광기에 빠져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집단 전체가 터무니없는 착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ADHD 장애 자퇴생에서 하버드대 교수가 된 교육신경과학 권위자 토드 로즈(Todd Rose)의 신간이 나왔다. 그의 베스트셀러 평균의 종말, 다크호스를 잇는 '토드 로즈' 3부작의 완결판 집단 착각은 개인의 선택이 집단 착각으로 번지는 과정과 원인을 신경학과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다수의 선택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착각에 빠진 집단에 속한 개인의 심리는 어떠하며, 집단착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류가 집단착각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 말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물학적으로 집단을 이루어 살며, 그 집단에 속하려 한다. 서로를 모방하며 그 집단에서 조화를 이루려고 애쓰고, 규범이 있다면 이를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은 맹목적인 순응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는 충분하고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다수의 선택이 꼭 옳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다.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잃은 상태로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집단이 주는 안정감과 만족감에 취하게 된다. 이는 집단에서 쫓겨나는 것에 대한 공포로도 이어진다. 결국, 집단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다수가 되고 싶은 욕구와 고립에 대한 공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맹신도 집단을 탄생시킨다.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 집단 착각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이 담겨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행차할 때, 다들 임금님이 홀딱 벗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금님이 입은 옷이 멋있다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이때 한 아이가 외친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네!" 그제야 모두가 깔깔깔 웃었고, 벌거벗은 임금님은 황급히 성으로 도망쳤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교주들의 적나라한 실태가 밝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군가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집단이 주장하는 걸 의심하고, 본인이 본 것을 믿었을 때, 집단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다수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 착각의 안개를 걷어내고, 더 나은 사회의 약속을 향해 나아가자는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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