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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아홉단어 신간도서 수필추천 홍성미 류수진 이경아 김혜원
그동안 글쓰기모임 사람들과 함께 에세이를 쓰고, 그 에세이를 엮어서 책으로도 만들어보면서 느낀 게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는 독자를 위한 책 이전에 저자를 위한 책이라는 점이다.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인문학책이나 과학책은 분명 독자를 위한 책이다. 그런데 에세이는 독자도 좋지만, 저자를 위해서도 좋은 글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바삐 보내다 보면 힘들고, 피곤하고, 정신없다. 그러다 잠들고 내일을 맞이하면 어제 있었던 일은 기억도 안 나고, 또다시 버거운 하루를 견뎌내기에 급급하다. 그런 와중에 잠들기 전에 쓰는 일기는 내 하루를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마찬가지로 에세이를 쓰면 흘러간 내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다.
괴로웠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커다랗게 느껴졌던 문제가 조그맣게 보이고,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대견한 내 모습도 보이고, 당시에는 볼품없게 느껴졌던 내 인생이 꽤나 괜찮은 인생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홍성미 작가의 말처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쓴 내 글에서 유유히 시간이 흘러 얼굴의 주름이 깊어질 만큼 깊어져 멋지게 여물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른 이의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내 삶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게 될 일을 간접경험해 보는 것이다. 류수진 작가의 말처럼 경험은 삶의 발판이 되고,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활력소가 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팁이 되기 때문이다.
에세이 『아홉 단어』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온 4명의 작가 홍성미, 류수진, 이경아, 김혜원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4명의 작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젊은 워킹맘이면서 커리어우먼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이면서 누군가에게는 강사이자, 직장동료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오면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경험들을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척, 첫경험, 고백, 좋아하는 것, 인생명언까지 9개 키워드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운이 좋게도 예전에 『아홉 단어』의 저자 중 한 분인 홍성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그때 느낀 점은 어떤 사안에 대해 되게 쉽게 말씀하신다는 점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한 무지나 무시에서 오는 태도가 아니라 이미 산전수전 다 겪고 이미 통달의 경지에 오른 내공이 느껴지는 태도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을 때, 쉽고 빠른 길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런 와중에 "그냥 시작하면 되는데."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서운하면서도 미심쩍을 수 있다. 하지만 김혜원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 쉬운 일은 없으며, 힘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고, 노력의 결실로 그 일을 해내고 나면 커다란 노하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경아 작가의 말처럼 살아가는 동안 여전히 배울 것도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는 지혜다. 그런 지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혔을 때 얻는 것임을 4명의 작가가 보여준다. 『아홉 단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시작, 목표, 도전, 열정, 노력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며, 경력단절 없이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그녀들의 지혜가 책 속에 담겨있다.
삶은 누군가 이끌어주는 삶이 아니라 내가 이끌어가는 삶이어야 한다. 홍성미 작가의 말처럼 주도적인 삶은 망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인생을 설계했을 때 이루어진다.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도전마저 어렵게 만드는 나이의 가속도 구간이 온다는 작가의 말에서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