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경제사 1 - 자본주의 어나더 경제사 1
홍기빈 지음 / 시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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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 홍기빈 소장과 칼폴라니가 말하는 자본주의

 

 

킬러문항과 자본주의

 

수능 킬러문항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교육계가 학원가와 결탁하여 문제를 일부로 어렵게 내고, 그로 인해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졌다는 것이다. 사교육계에 있는 운동권 출신들의 이권 카르텔이 작동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고, 고액 연봉을 받는 1타 강사들에 대한 억측 비난도 쏟아져 나온다. 결국, 킬러문항이 탄생하게 된 이유가 사교육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이런 (나쁜) 사교육을 때려잡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초고난도 문제는 변별력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왜 변별력이 줘야 할까?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위권 친구들은 돈 잘 버는 의대에 가고, 훗날 그렇게 번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된다. 학벌 위주의 서열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나아가 돈이 곧 권력이라는 자본주의 속 인식이 깨지지 않는 한, 변별력을 주기 위한 킬러문항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전부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면서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취직을 할 때까지 오직 돈만 좇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쩔 수 없는걸 알면서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면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다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고, 오직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더 많이 가진 자가 권력을 갖는 자본주의와 같은 괴물이 탄생할 것일까?

 

 

 

칼 폴라니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연장방송 [경제는 김..]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코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라디오 진행자 겸 시사평론가인 김종배의 '', 영혼의 경제학자 명지대 교수 우석진의 '', 그리고 정치경제학자인 홍기빈의 ''을 따서 만든 코너명이었다. 우리나라 경제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홍기빈 소장 특유의 유머 덕분에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소개할 도서는 홍기빈 소장이 쓴 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자본주의). 책 제목에 있는 '어나더'는 영어 'another'를 나타낸다.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사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경제사를 이야기해 줄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홍기빈 소장은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고전 거대한 전환을 바탕으로 기존 경제사의 틀을 흔들어 놓는다.(참고로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번역을 홍기빈 소장이 맡았다.)

 

 

 

선물과 재분배

 

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자본주의)는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긴 세월의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과연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화폐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흔히 우리는 원시인들이 열매나 토끼 고기 등을 물물교환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화폐가 탄생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익과 영리를 추구하는 호모이코니미쿠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홍기빈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태초 인류는 반드시 대가를 바라고 행해지는 물물교환이 아니라 그저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눠주는 '선물'이나 '재분배'를 통해 경제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자산 증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끼리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수준이었다.

 

 

 

경쟁과 시장 경제

 

그러다 공동체 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영역을 확장하여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절대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머나먼 원정을 떠나야 했고, 때로는 전투도 피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를 축적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 살림살이 정도의 모습이었다.

 

근대국가로 넘어가면서 옆집, 옆 동네 간의 교환이 아니라 전국적 시장이 형성되었다. 양자간 교환이 아닌 다자간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합의하에 제도와 규율을 갖춘 시장 경제가 탄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을 만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국가가 등장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 속에서 세금, 신용, 은행, 주식이라는 개념 등이 탄생한다.

 

문제는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그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하고, 돈을 가진 자가 권력을 손에 쥐게 되는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펼쳐진다.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에 관해서는 어나더 경제사2(산업혁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제도서 어나더 경제사(자본주의)를 읽으면서 우리 태초 인류는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오직 돈만을 따지며 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변하는 사회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간다. 다만, 하필이면 오늘날 서로 경쟁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근대 자본주의를 맞이한 것이다. 전 인류의 역사를 놓고 봤을 때, 돈에 미쳐 사는 시대는 그리 길지 않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이 사회가 싫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 번 고민해볼 문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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