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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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몸 이야기


오늘도 어김없이 헬스장에는 남녀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 중이다. TV 홈쇼핑 여자속옷 광고를 보면 체형보정 효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키 작은 남자는 괜찮아도 머리 없는 남자는 안 된다는 여성 출연자의 발언이 방송에서 서슴없이 나온다. 인터넷 언론사는 엉뽕 논란’, ‘노브라 논란이라는 기사제목을 써가며 논란도 아닌 걸 논란거리로 만든다.


누군가는 자신의 멋진 몸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부끄러운 몸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애쓰고, 누군가는 타고난 몸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고, 누군가는 남의 타고난 몸을 보며 언어폭력을 행한다. 우리를 둘러싼 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자랑이고, 누군가에는 상처로 기록된다.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한겨레21 이유진 기자가 쓴 바디올로지(bodiology)는 몸을 뜻하는 바디(body)와 학문을 뜻하는 올로지(-ology)가 결합된 조어다. 바디올로지는 여성의 몸에 관한 담론을 사회적·역사적·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무수한 남자 조각상이 만들어졌다. 반면, 여자 조각상은 현저히 적은데, 그 이유는 그리스인들이 여성의 신체를 신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지위 차이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여성의 몸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통제와 대상화의 중심에 있었다. 과거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순결과 정숙이라는 이름으로 감시·탈취 당하고, 현대에는 미의 기준을 들먹이며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소비했다. 바디올로지에는 가슴, 엉덩이, 머리카락, 얼굴, 살집, , 피부 등 가부장제 사회에서 욕망과 성적상품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의 몸에 대한 가슴 아픈 기록이 담겨있다.

 


몸은 억압과 폭력이 새겨진 텍스트


이유진 기자는 바디올로지를 통해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억압과 폭력이 새겨진 텍스트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억압과 폭력에 맞서 싸운 것 역시 여자의 몸이었다. 트랙터 시위를 가로막은 경찰과 맞서기 위해 남태령 고개로 달려간 여성들,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밤새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응원봉을 흔들었던 키세스 시위대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그녀들의 몸은 침묵하지 않았다. 사회 권력에 맞서 몸소 움직이고 저항하는 주체가 되었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주어진 규범과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언어로 존재를 드러냈다. 바디올로지에는 땀, 눈물, , 몸의 상실, 죽음 등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상처와 저항의 언어로 기록된 여성의 몸과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몸에 대한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


바디올로지저자 이유진 기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두발은 과연 어떠해야 정상인가?” (73_머리카락 : 한 올에는 자본이, 다른 한 올에는 권력이), “예쁘거나 못생긴 얼굴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 (91_얼굴 : 일상적인 자기 점검의 장), “언젠가 인간 몸털의 다양성도 아무렇지 않게 인정받는 시대가 올까.” (132_: 밀어버릴 것인가, 남겨놓을 것인가)


이유진 기자의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강요해온 규범과 기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몸의 편견과 압박에 대한 반감이며,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촉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몸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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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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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직접 쓴 첫 자서전

 

자서전은 자기 자신이 쓴 자신의 인생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꼭 본인 스스로만 쓰는 건 아니다. 45·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이나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의 책 Spare는 대필 작가가 쓴 자서전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책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책 일론 머스크는 전기 전문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 못지않게 21세기에 세상을 바꾼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본인이 직접 자서전을 썼다. 빌 게이츠의 첫 회고록 소스코드 : 더 비기닝에는 책 제목에 본인 이름도 없고, 책 표지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빌 게이츠의 모습도 없다. 책 표지에는 우리에게는 낯선 웬 어린 꼬마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빌 게이츠가 '감사의 말'에서도 미리 밝혔듯이,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하던 시절에 초점을 맞춘 두 번째 회고록과 본인의 삶과 게이츠 재단 활동을 조명하는 세 번째 회고록을 준비 중이다. 책 표지와 "더 비기닝"이라는 책 제목에서도 짐작되듯이 첫 번째 회고록 소스코드 : 더 비기닝에는 오늘날 빌 게이츠를 있게 만들어준 그의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카드게임과 청지기

 

어린 빌 게이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사람은 그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였다.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와 카드게임을 즐겼던 빌 게이츠는 세상에는 타고난 재능이라든가 단순한 운이란 없으며, 배우고 고민하고 훈련하면서 승리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카드게임으로 두뇌훈련에 익숙했던 빌 게이츠는 수학이라는 과목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이공계적 두뇌는 훗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빛을 발한다.

 

빌 게이츠의 어머니는 그에게 좋은 청지기(steward)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지기란 자신에게 맡겨진 무언가를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의 어머니는 철저하게 관리된 바른생활 속에서 아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으며, 훗날 부를 얻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이익보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기후 위기 대응에 힘쓰고, 재단을 만들었던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두뇌는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았다면, 빌 게이츠의 철학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마이크로소프트

 

소스코드 : 더 비기닝에서 빌 게이츠는 부유한 미국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점이 출생 복권에 당첨된 것이라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가 학창 시절에 시애틀 부유층 남학생들을 위한 명문대 예비학교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복권 당첨이라 볼 수 있다. 바로 그곳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되고, 훗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책임자가 될 폴 앨런(Paul Allen)을 만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19살 나이에 2살 위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파트너십이라는 뜻으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창업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사업 아이템이었던 BASIC 언어의 성공을 기반으로 훗날 운영체제 MS-DOSWindows로 확장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 애플이 컴퓨터 대중화를 위한 하드웨어를 책임진 회사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책임진 회사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빌 게이츠의 유산인 Windows 세상에서 검색도 하고, 문서도 만들고, 게임도 하며 살아간다.

 

 

천재소년에서 기업가로

 

빌 게이츠의 자서전 소스코드 : 더 비기닝은 그의 유년 시절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까지의 여정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 기술 혁신의 시작을 보여준다. 그가 경험한 어려움과 배움, 그리고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가르침이 어떻게 그를 글로벌 기업의 창립자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빌 게이츠의 개인적 이야기를 넘어, 창의력과 책임감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전달한다.

 

회고록에 담긴 빌 게이츠의 이야기에서는 아직 진정한 성공 이야기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운영체제 Winows'W'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다음에 나올 두 번째 세 번째 회고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속적인 노력과 비전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빌 게이츠의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과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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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 - 월급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김민식 PD의 부자 수업
김민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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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고 나니 보이는 것들

 

한때 주식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주식을 안 하면 바보 취급받고, 아무 주식이나 사도 다음날 숙숙 오르던 때가 있었다. 주식 유튜브 채널은 큰 인기를 얻었으며, 서점가에서는 주식책이 넘쳐났었다. 그랬던 때가 있었다고 말하는 건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식 차트를 보는 게 재미가 없다. 물론, 그 당시에 비하면 주식도 많이 처분한 상태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떨어지는 주가와 사라지는 내 돈을 보며, 내가 과연 이 주식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많이 벌지는 못할지언정 잃는 건 싫어하는 내 성향과는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지켜가면서 내 노후까지 대비할 수 있는 재테크는 없을까? 나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이 필요했다.

 

 

월급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김민식 PD의 부자 수업

 

시트콤 <뉴 논스톱>과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연출로 스타 PD로서 이름을 날린 김민식 PD가 쓴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는 월급 받으며 사는 직장인들을 위한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돈관리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주식이나 코인 같은 변동성이 심한 재테크에 집중할 시간에 본업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그 말인즉,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급의 힘을 강조하면서, 그 월급을 가지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노후대비란 젊어서 아낀 돈을 노후의 나에게 꾸준히 보내주는 일이기에 버는 것만큼이나 아끼고 모으는 것이 돈관리의 시작이다. 김민식 PD20대부터 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했다고 한다. 저자는 기꺼이 짠돌이의 삶을 권한다. 더 버는 것보다는 일단 아끼는 게 쉽기에 절약과 절제가 몸에 배어있는 것이 월급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누를 수 있는 첫 단계인 셈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부의 공식

 

그렇다고 하여 정말 안 쓰고 모으기만 하고, 다른 재테크를 하지 말라거나 적금과 예금만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가지고 꾸준히 예·적금에 가입하는 건 기본인 상태에서 저금리 시대에 노후를 위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김민식 PD는 연금 3종 세트인 퇴직연금, 국민연금, 개인연금 활용을 강조한다.

 

연금은 2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먼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 둘째, 은퇴 이후에 월급처럼 일정 금액을 오랜 기간 수령할 수 있다. 그러니 나중에 수령할 금액을 미리미리 모아두어야 하며, 그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잃지 않으며 꾸준히 성장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김민식 PD는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가능한 지수 추종 S&P 500 ETF 나 변화무쌍한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올 웨더 포트폴리오 투자를 권한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

 

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오른다. 그런데 내 월급은 제자리다. 진급을 해도 드라마틱하게 월급이 오르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정해진 날에 들어오는 월급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일정하게 입금되기에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김민석 PD가 월급쟁이가 경제적 자유를 위해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보다, 월급이라는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길이다. 주식이나 코인처럼 큰 변동성이 있는 투자 방식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적합하다. 나에게는 아끼고 모으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재테크 방식이 잘 맞는다. 역시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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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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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단어 신간도서 수필추천 홍성미 류수진 이경아 김혜원

 

그동안 글쓰기모임 사람들과 함께 에세이를 쓰고, 그 에세이를 엮어서 책으로도 만들어보면서 느낀 게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는 독자를 위한 책 이전에 저자를 위한 책이라는 점이다.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인문학책이나 과학책은 분명 독자를 위한 책이다. 그런데 에세이는 독자도 좋지만, 저자를 위해서도 좋은 글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바삐 보내다 보면 힘들고, 피곤하고, 정신없다. 그러다 잠들고 내일을 맞이하면 어제 있었던 일은 기억도 안 나고, 또다시 버거운 하루를 견뎌내기에 급급하다. 그런 와중에 잠들기 전에 쓰는 일기는 내 하루를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마찬가지로 에세이를 쓰면 흘러간 내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다.

 

괴로웠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커다랗게 느껴졌던 문제가 조그맣게 보이고,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대견한 내 모습도 보이고, 당시에는 볼품없게 느껴졌던 내 인생이 꽤나 괜찮은 인생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홍성미 작가의 말처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쓴 내 글에서 유유히 시간이 흘러 얼굴의 주름이 깊어질 만큼 깊어져 멋지게 여물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른 이의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내 삶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게 될 일을 간접경험해 보는 것이다. 류수진 작가의 말처럼 경험은 삶의 발판이 되고,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활력소가 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팁이 되기 때문이다.

 

에세이 아홉 단어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온 4명의 작가 홍성미, 류수진, 이경아, 김혜원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4명의 작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젊은 워킹맘이면서 커리어우먼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이면서 누군가에게는 강사이자, 직장동료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오면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경험들을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척, 첫경험, 고백, 좋아하는 것, 인생명언까지 9개 키워드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운이 좋게도 예전에 아홉 단어의 저자 중 한 분인 홍성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그때 느낀 점은 어떤 사안에 대해 되게 쉽게 말씀하신다는 점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한 무지나 무시에서 오는 태도가 아니라 이미 산전수전 다 겪고 이미 통달의 경지에 오른 내공이 느껴지는 태도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을 때, 쉽고 빠른 길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런 와중에 "그냥 시작하면 되는데."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서운하면서도 미심쩍을 수 있다. 하지만 김혜원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 쉬운 일은 없으며, 힘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고, 노력의 결실로 그 일을 해내고 나면 커다란 노하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경아 작가의 말처럼 살아가는 동안 여전히 배울 것도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는 지혜다. 그런 지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혔을 때 얻는 것임을 4명의 작가가 보여준다. 아홉 단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시작, 목표, 도전, 열정, 노력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며, 경력단절 없이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그녀들의 지혜가 책 속에 담겨있다.

 

삶은 누군가 이끌어주는 삶이 아니라 내가 이끌어가는 삶이어야 한다. 홍성미 작가의 말처럼 주도적인 삶은 망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인생을 설계했을 때 이루어진다.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도전마저 어렵게 만드는 나이의 가속도 구간이 온다는 작가의 말에서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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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 - 트라우마를 넘어 내적 자기소외를 극복하는 통합적 심리치료
재니너 피셔 지음, 조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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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지 않는 상처, 트라우마

 

사고는 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벌어진다. 이미 벌어진 사고는 되돌릴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살아야 한다. 하지만 강렬한 외상은 집요하게 산 자를 괴롭힌다. 외상 당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 놓이거나 가해자와 비슷한 이를 만나면, 당시 상황이 떠오르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우리는 그걸 트라우마라고 말한다. 요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뜻의 'PTSD'라는 말도 자주 쓴다.

 

종이에 손이 베이면 언젠가는 아문다.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편화된 마음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나아가 실재하지 않는 위협에도 괴로워하며 조각난 마음이 점점 더 진전하는 게 문제다. 우리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트라우마로 깨진 마음을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로 조각난 마음

 

세계적인 트라우마 치료전문가 재니퍼 피셔가 쓴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트라우마로 마음이 조각난 생존자들과 그들의 치료자들을 위한 치유 안내서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내담자를 상담하고 치료해 주는 치료자들에게 조금 더 집중되어 있다. 내담자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트라우마에 빠진 이들이 가장 힘든 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잊은 척하며 남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려고 애쓴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자기를 부정하게 되며, 자기 위선이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 결과, 수치심을 비롯한 만성 우울, 두려움, 자기 회의, 자기혐오, 자책, 심하게는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이전에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

 

 

'거기'보다 '여기'에 머물기

 

만약,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받던 이가 애인을 경찰에 신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찰서 출석하여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또 한 번의 괴로움을 느낀다. 지난 기억이 계속 떠올리기 때문이다. 기존 트라우마 치유법도 유사했다. 내담자의 상태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당시 상황을 끄집어내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럴수록 암묵 기억과 재트라우마에 증상만 더 심해질 뿐이다.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에서는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었던 외상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미친 영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과거 일을 다시 경험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치료자는 내담자를 '거기'보다 '여기'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은 그때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며, 안전하다는 걸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에서 권하는 트라우마 치료법이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

 

트라우마까지는 아닐지라도 고민을 털어놓거나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보다 일단 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를 잘못 해석하여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자세로 당사자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계속 이야기하도록 한다면, 완벽한 해결법은 아니다. 당사자는 마치 대나무숲에 외친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릿속에서 코끼리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쉽게 말하지만,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그럴수록 그 말에 또 한 번 생각날 뿐이다. 우리는 조각난 마음의 원인을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해소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트라우마로 조각난 마음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조각난 마음을 안아줘야 한다고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말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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